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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단순 루머?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독일 축구의 자존심이자 상징인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 이적설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6월 남아공 월드컵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5일(이하 현지시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뮌헨이 700만 파운드(약 120억원)의 이적료로 박지성 영입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뮌헨은 맨유가 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길것을 알아차렸다. 박지성은 리버풀-아스날-AC 밀란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고 국제 경기를 치르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꾸준히 체력을 유지했다"며 뮌헨이 박지성 영입을 원하는 이유가 강팀을 상대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는 것, 강인한 체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여론은 데일리 메일의 보도를 접하며 박지성의 뮌헨 이적 여부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대체적으로는, 박지성의 뮌헨 이적설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뮌헨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절대 강자이자, 20여년 전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수원 감독이 차붐 열풍을 일으켰던 발원지, 그리고 맨유보다 더 많은 경기 출전을 보장받을 것으로 보이는 팀인 것이 뮌헨 이적을 반가워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차범근 이후 유럽 축구에서 한 획을 그은 한국인 선수가 박지성이라는 점에서, 박지성이 뮌헨으로 이적하면 국내 축구팬들에게 환상같은 시나리오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여론에서는 박지성 이적론과 잔류론이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박지성이 2005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맨유에서 뛰었으나 거의 매 경기에 주전으로 나서지 않았던 스쿼드 플레이어였던 만큼, 꾸준한 경기 출전을 보장받으려면 다른 클럽에서 자리잡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이적론의 핵심입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박지성 이적론은 선수 본인에게 건설적인 조언이 되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맨유에서 이룰 목표가 더 남아있다",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맨유에 대한 충성심을 공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맨유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맨유가 세계 최정상 클럽이자 그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붙박이 주전보다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팀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은 미드필더들을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박지성의 공간 창출 및 역습 진행 능력은 맨유에서 톱클래스이며 지능적으로 경기를 전개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런 장점이 있었기에 맨유에서 다섯 시즌 동안 뛸 수 있었고 다른 클럽 이적을 염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의 장래는 선수 본인의 의사가 더 중요한 만큼, 박지성 잔류론이 무게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유에서 거의 매 경기 주전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경기력 여부를 떠나 무릎이 문제입니다. 그동안 세 번의 무릎 수술을 받은데다 올 시즌 초반에 무릎 부상으로 2개월 동안 결장한 전적이 있어, 많은 경기에 나서기에는 무릎이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부상 및 대표팀 차출에 따른 영향 등으로 붙박이 주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축구 선수는 팀 명성보다는 경기에 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지성 이적론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뮌헨 이적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박지성 이적하라'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뮌헨에서 주전으로 뛸 것 같다'는 늬앙스의 예감을 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프리미어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데다 명성에서 맨유가 앞서는 것이 그 요지죠. 하지만 이것은 근거없는 논리입니다. 분데스리가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치고 유럽 빅3리그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은 리그이며 건실한 재정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의 대항마로 성장중입니다. 그리고 뮌헨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맨유를 제압한 클럽입니다. 명성에서 맨유보다 뒤쳐질지 몰라도, 현재 전력은 맨유보다 더 막강한 클럽인데 일부에서 과소평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문제는 박지성이 뮌헨으로 이적하면 주전으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플랫 4-4-2를 쓰는 뮌헨은 리베리-로번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클럽입니다. 리베리-로번은 유럽 최정상급 윙어이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비슷한 레벨의 공격력을 지녔습니다. 물론 리베리가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을 리베리 대체자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은 오산입니다. 리베리가 떠나면 하밋 알틴톱,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같은 파괴력 넘치는 옵션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공격력은 리베리와의 격차가 좁으며, 특히 슈바인슈타이거는 올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기 이전까지 왼쪽 윙어였습니다.

뮌헨은 대형 선수의 영입이 잦은 클럽이며 그들이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4년 전 독일 월드컵에서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의 선전을 이끈 루카 토니-루카스 포돌스키는 철저히 벤치를 지킨끝에 뮌헨을 떠났고, 독일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인 클로제-고메즈는 벤치를 뜨겁게 달구는 현실입니다. 얼핏보면 맨유보다 레벨이 낮은 클럽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독일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전력 보강을 기울이며 1인자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뮌헨의 주전으로 자리잡기에는 맨유보다 더 힘든 도전을 요구하게 됩니다. 맨유는 대형 선수 영입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맨유는 박지성이 이적하면 그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습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제 몫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박지성이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손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실패작으로 가결됐고, 대런 플래처는 웨인 루니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공격 작업 단계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루니와의 호흡이 잘 맞으며 넓은 활동 폭과 부지런한 움직임, 뛰어난 공간 창출을 앞세워 상대 중원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역할에 강했던 만큼, 퍼거슨 감독이 전술 활용 최대화 목적 차원에서 박지성을 더 활용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맨유는 측면 자원이 엷습니다. 나니-발렌시아를 제외하면 팀 전력에 꾸준히 기여할 측면 옵션이 없습니다. 가브리엘 오베르탕은 1군 경기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기에는 전반적인 실력이 부족하며, 오언 하그리브스는 원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인데다 무릎 부상 재발 염려 때문에 측면에서 왕성한 기동력을 뽐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라이언 긱스는 올해 37세의 선수로서 은퇴의 기로에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맨유가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같은 윙어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나, 맨유가 대형 선수를 영입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호날두 만큼의 파괴력을 지닌 측면 옵션을 영입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박지성 같은 즉시 전력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박지성의 뮌헨 이적이 비현실적 입니다. 또한 지난 5월말에는 현지 언론에서 박지성 방출설이 있었고 한달 뒤에 AC밀란 이적설까지 대두되었으나, 결국은 루머에 그쳤고 박지성은 여전히 맨유맨입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현지 언론 이적설의 대부분이 이적으로 직결되지 않음을 상기하면 박지성의 뮌헨 이적은 단순 루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지 언론의 뮌헨 이적설이 일회성 보도에 그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측은 국내 언론을 통해 뮌헨 이적설 및 러브콜을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