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징크스하면 떠오르는 것이 '펠레의 저주'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펠레가 지목한 우승후보가 중도 탈락하거나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가리켜 펠레의 저주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그리고 한국도 월드컵에 대한 징크스가 하나 있다. 월드컵에서 선전하면 다음 월드컵에서 부진하고, 그 다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지그재그 징크스'가 있다.
(월드컵이 얼마 안남은 어느 날, Daum의 어느 모 축구 카페 채팅방에서는 축구팬들이 서로 토론을 하며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은별 : 갑자기 머릿속에서 '펠레의 저주'가 떠올랐는데 우리나라도 조심해야겠네요.
찰순 : 펠레가 4년 전에 "한국,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할 것이다"고 말했더니 결국 저주에 걸렸잖아요. 그것도 국내 방송사가 인터뷰하는 바람에.
인혜 : 그거 웬만하면 이야기하지 마세요. 말이 씨가 된다니까요. 펠레가 아무소리 하지 않도록 조용히 있는 게 좋아요. 펠레의 저주 이야기 나오니까 불길합니다.
찰순 : 펠레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을…….
은별-인혜 : 아이~ 그 얘기 꺼내지 말라니까요. 람반장님에게 강퇴 요청할거에요.
찰순 : 나는 은별님이 펠레의 저주 이야기 꺼내서 그 얘기 한 것뿐인데…….
인혜 : 그래도 수위 조절은 하셔야죠.
은별 : 그런데 펠레의 저주 말고도 다른 월드컵 징크스가 있을까요?
찰순 : 물론 있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골대 맞추면 패한다는 '골대의 저주'를 비롯해서 개최국이 2라운드 이상 진출하는 것, 1996년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남미와 유럽 팀이 교차로 우승하는 것, 컨페더레이션스컵과 유로대회 우승팀이 다음 월드컵에서 우승 못할 확률이 높은 것, 개최국이 속한 대륙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은 것 등이 있죠.
인혜 : 아놔~월드컵이 무슨 '징크스 경연대회'도 아니고…….
람반장 : 그리고 한국도 징크스가 하나 있죠. 지그재그 징크스(은별 : 그런 것도 있었어요?)
람반장 : 네. 제가 한국의 역대 월드컵 행보를 정리해서 올려볼께요. 한국의 월드컵 행보가 좋았는지, 안 좋았거나 기대에 못 미쳤는지는 각각 긍정과 부정으로 표시할게요.
1954년 스위스 월드컵(헝가리와 터키에게 0-9, 0-7로 패배, 부정)
1986년 멕시코 월드컵(1무2패였으나 강호 및 유럽을 상대로 잘 싸웠음, 긍정)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3전 3패 및 1득점에 그침, 부정)
1994년 미국 월드컵(2무1패였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력 보여줌. 긍정)
1998년 프랑스 월드컵(멕시코전 1-3 및 네덜란드전 0-5 대패, 부정)
2002년 한일 월드컵(유쾌!상쾌!통쾌! 4강 신화 달성!!!, 긍정)
2006년 독일 월드컵(1승1무1패로 16강 진출 실패. 기대에 비해 아쉬웠음, 부정)
2010년 남아공 월드컵(성적 : 긍정 ?)
은별 : 역시 람반장님 답네요. 우리 카페 우수 회원답게 간단한 자료 정리까지 척척 이십니다.
인혜 : 람반장님이 킹왕짱이시네요. 우리의 라이벌 축구 카페 회원인 날동이보다 참신합니다.
찰순 :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독일 월드컵은 실패하지 않았는데요. 아무리 스위스에게 패했어도 토고-프랑스전은 선전했잖아요. 토고전을 통해 원정 1승을 거둔 것, 준우승팀 프랑스와 비긴 것은 가치가 큰데요.
람반장 : 그래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비하면 16강 진출 실패의 결과가 아쉬운 건 사실이죠. 그리고 경기 내용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죠. 토고전에서 안정환이 역전골을 넣은 이후 잠그기에 들어간 것이 국내 여론에서 논란이 많았고, 조재진의 머리를 겨냥하는 롱볼 축구, 4백 불안으로 토고와의 전반전에서 3백 썼다가 후반전부터 4백으로 바꾼 것, 상대 공격 옵션의 빠른 침투에 약한 수비라인이 아쉬움에 남았죠. 스위스전 해결사로 기대 받던 박주영이 부진했고요.
찰순 : 독일 월드컵 1승1무1패가 멕시코 월드컵 1무2패, 미국 월드컵 2무1패보다 더 좋은데요.
인혜 : 그때는 월드컵 경험이 많지 않았잖아요. 1승과 인연이 없던 시절이니 세계무대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자신감을 성취하는 게 더 중요했던 거죠.
람반장 :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지어 표현하면, 독일 월드컵은 부정이죠. 그래서 부정과 긍정이 교차되니까 지그재그 징크스라고 표현한 것이고요. 퐁당퐁당 이라는 유사단어도 있겠고요.
인혜 : 그런데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을까요?
람반장 : 작년에 U-17, U-20 월드컵에서 8강 달성을 했으니 남아공에서도 8강가지 않을까요?
은별 : 저는 좀 힘들 것 같던데. 메시가 잘하니까 걱정입니다. 메시뿐만 아니라 아구에로, 이과인, 테베즈까지 있으니 우리 수비수들이 농락당할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 너무 잘해~
찰순 : 7무로 월드컵 우승하지 않을까요? (은별 : 7무? 그게 가능해요?)
찰순 : 웃자고 한 이야기죠. 허정무호가 7무로 월드컵 우승한다는 이야기가 축구팬들에게 유명하잖아요. 예전에 허정무 감독이 K리그 사령탑 시절 많은 무승부를 거두는 바람에 '허정무컵', '무재배' 라는 단어가 유행했고 그 과정에서 '7무로 월드컵 우승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죠.
은별 : 그렇다면 토너먼트는 모두 승부차기?
찰순 : 본선 3경기 3무로 16강 진출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지만, 16강부터 결승전까지 무승부로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면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기는 업적을 거두는 거죠. 그것도 무득점 무재배의 연속이라면 대단한 기록이죠. 골키퍼는 4경기 연속 승부차기를 해야 할 판이니 심장이 발락발락 할 것 같은데요.
인혜 : 2007년 아시안컵 8강부터 3~4위전까지 3경기 연속 무득점에 승부차기까지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8강부터 3경기 동안 1골도 넣지 못했는데 3위 했잖아요. 그때 사령탑이 베어벡 감독 이었는데 3경기 연속 무득점 무재배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키퍼가 이운재였는데, 아시안컵 복귀 후 FC서울과의 FA컵까지 비기는 바람에 4경기 연속 승부차기를 했습니다.
찰순 : 그런데 한국의 지그재그 징크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적중하면, 허정무호가 좋은 성적 거두겠는데요. 적어도 16강 진출 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람반장 : 징크스가 적중하면 그렇게 되죠.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징크스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잊어버리고 싶은 징크스죠. 만약 허정무호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거둔다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지그재그 징크스 날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할 거예요.
인혜 : 그래도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를 격파하기 위한 준비가 철저해야 합니다.
람반장 : 네. 맞아요. 그리스는 선 수비-후 역습을 쓰지만 유로 2004에 비해 역습의 세기가 떨어진데다 3백 수비수들의 발이 느려요. 밀집수비 전략을 취하지만 예전만큼 끈끈하지 못해요. 그리스의 공격을 끊으면 그 즉시 종적인 움직임에 의한 역습을 취하면서 박지성-이청용이 상대 수비수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죠. 아르헨티나는 막강한 공격에 비해 수비 조직력이 취약한 편인데 공격 과정에서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나이지리아도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수비 조직력이 아킬레스건이고 뒷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고질적 단점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세 나라 모두 수비가 좋지 않군요.
찰순 :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잖아요.
람반장 :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 2-0 승리 및 드록바 봉쇄에 성공했으니 안정을 되찾았다고 봐야겠죠. 결과적으로 허정무호 수비력의 기복이 심한 편인데, 수비 구성원들의 꾸준한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달성과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엇갈린 행보가 결국 수비에서 좌우되었잖아요. 홍태철(홍명보-김태영-최진철)트리오 만큼의 조직력이 요구됩니다.
은별 :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려면 운도 따라야 할 것 같아요.
인혜 : 런던 대공황 슛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베컴이 유로 2004에서 승부차기를 너무 높이 차는 바람에 실축했잖아요. 그런데 세계적 초능력자인 유리겔라가 자신의 염력이 너무 과해서 베컴의 승부차기를 망쳤다고 말했잖아요.
찰순 : 듣고 보니까, 아르헨티나가 남아공 월드컵 한국전에서 어이없는 슈팅을 무수하게 날렸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메시의 로빙슛이 어디선가 염력을 받아 너무 높게 뜬다든지 그런 거죠. 메시의 슛이 사람의 만세 동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만델라 만세슛', '남아공 노예해방슛'으로 불리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남아공 비하하는 의도는 아니에요.
은별 : 현실적인 가능성은 없을 것 같은데요. 염력을 누가 믿어요?
람반장 : 한국에게 유리한쪽이라면 좋은 거죠. 언제까지 야나기사와의 후지산 대폭발슛 시리즈에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업그레이드 폭소 슈팅을 봤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청용이 볼턴 선수들과 함께 크로스바 맞추는 게임에서 난데없이 땅볼 슈팅 날린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니까 크게 웃었습니다.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이기고 있을 때 누군가 유쾌한 예능 본능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외국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찰순 : 한국의 지그재그 징크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적중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못지않게 행복한 6월을 보낼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다음달이네요.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관'을 외치고 싶습니다.
은별-인혜 : 한민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요.
람반장 : 찰순님. 진지한 토론 도중에 찬물을 끼얹네요. 반장인 제가 강퇴 시켰습니다.
*이 글은 Daum 스포츠 남아공 월드컵 특집 매거진에 실렸으며 Daum측의 허락을 받고 게재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