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골키퍼 이운재지만, 그보다 더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강민수(24, 수원)의 부진입니다. 이운재에 대해서는 허정무호가 믿음을 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강민수가 K리그에서 부진하고 있다는 점은 허정무호가 주의깊게 봐야 할 대목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소속팀이 'K리그 꼴찌' 수원입니다.
강민수는 올해 초 트레이드를 통해 제주에서 수원으로 이적했습니다. 수원의 수비를 책임질 존재로 기대를 모았으나 잦은 수비 불안에 시달리며 팀의 정규리그 꼴찌 추락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대인마크 및 커버플레이 불안 때문에 문전으로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를 놓쳐 골을 허용하는 모습이 잦은데다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판단력이 한 박자 느리고 좁은 시야의 단점을 이기지 못해 위기 상황에서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동료 수비수와의 호흡까지 맞지 않은데다 집중력까지 안이합니다.
그런 강민수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지난달 9일 성남전과 24일 강원전에서 노출됐습니다. 수원의 첫번째 실점에서는 라돈치치의 왼쪽 돌파를 봉쇄하지 못한 것, 두번째 실점에서는 몰리나의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는 조재철을 느슨하게 마크하지 못한 것이 실점의 빌미로 작용했습니다. 강원전 첫번째 실점에서는 골을 넣었던 김영후의 움직임을 놓쳐 노마크를 허용한 것, 두번째 실점에서는 윤준하를 느슨하게 마크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네 장면은 국가대표팀의 수비수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상황 이었습니다.
강민수는 지난 1일 전남전에서 벤치를 지킨끝에 결장했습니다. 후보 명단에 있었으나 경기에 뛰지 않았던 것은 부상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곽희주-리웨이펑으로 짜인 기존 센터백들에게 밀린 것이죠. 리웨이펑이 좌우 풀백을 겸하면 강민수가 주전으로 뛸 수 있지만, 곽희주-리웨이펑 센터백 체제가 가동되면 선발 출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수원은 로테이션을 쓰는 팀이지만, 강민수가 강원전에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이후 벤치를 지켰다는 점은 로테이션에 의한 결장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수원의 강민수 영입은 현 시점에서 실패작입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겠지만, 잦은 수비 불안으로 수원의 꼴찌 추락 원인으로 꼽혔다는 점은 대표팀 수비수에 걸맞지 않는 행보입니다. 수원의 네임벨류만 놓고 보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데, 꼴찌로 추락한 것은 강민수의 불안한 수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강민수가 올해 초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수원의 동계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변명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수비 조직력 향상은 수비수들의 꾸준한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변명을 반박하면 수원이 강민수 딜레마를 계속 안고 가야하는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수비 불안이 허정무호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거나 뒷 공간을 파고들려는 상대 공격 옵션을 놓치는 불안함이 자주 보였기 때문이죠. 물론 허정무호의 주전 센터백은 조용형-이정수 체제이기 때문에 No.3 옵션인 강민수의 K리그 부진이 이운재 부진에 비해 가려질 수 있지만, 이정수가 부상이 잦은데다 오른쪽 풀백으로 뛸 수 있는 옵션임을 상기하면 강민수의 수비 불안이 심각합니다. 이정수가 빠지면 허정무호의 센터백이 조용형-강민수로 구성되기 때문이죠.
허정무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중요시 여깁니다. 아무리 기량이 출중한 선수라도 경기 감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지론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마인드는 축구 선진국 지도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남아공행을 장담할 수 있는 센터백은 조용형-이정수-곽태휘로 요약됩니다. 세 선수는 허정무 감독이 신임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부상같은 최악의 변수가 없으면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센터백 한 자리 입니다. 강민수가 2년 동안 허정무호 엔트리에 꾸준히 포함된데다 많은 A매치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황재원-김형일 같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센터백들보다 공헌도가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강민수가 실력에서 황재원-김형일보다 더 앞선 선수인지, 최근의 폼이 황재원-김형일보다 더 좋은 선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강민수는 그동안 기복이 심한 수비력을 펼친 아쉬움이 있었지만 폼이 좋을때는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문제는 수원에서의 폼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이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강민수는 2008년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이 원하는 수비력에 만족하지 못해 이듬해 제주로 트레이드 되었던 선수였습니다. 최진철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복이 심한 수비력을 일관하며 집중력이 떨어지더니 시즌 막판 주전에서 밀렸고 결국 제주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수원에서 되풀이되는 상황이며 허정무호에서도 불안한 수비력을 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K리그에서 폼이 완성되어야 대표팀에서 꾸준히 최상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데, 그 흐름이 강민수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축구에서 걸출한 센터백이 없는 아쉬운 현실이 있지만, 강민수는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강민수의 최종 엔트리 경쟁자로 꼽히는 황재원-김형일의 폼도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두 선수는 레모스 포항 감독의 전술 부재속에 잦은 실점을 범했습니다. 지난해 파리아스 체제에서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두 믿을맨이 올 시즌에는 안정감 넘치는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호흡이 평상시에는 잘 맞았는데다, 특히 황재원은 이정수-곽태휘-강민수-김형일 같은 파이터 성향 수비수들이 예비 엔트리에 즐비한 것과 달리, 수비진을 조율하는 역할에 강하기 때문에 조용형의 백업 혹은 경쟁자로 부각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황재원이 허정무호에 필요한 수비수라면 강민수는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강민수의 네임벨류만을 놓고 보면 남아공행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A매치에 많이 뛰었고 대표팀에 꾸준히 소집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민수가 수원에서 부진하고 있다는 점은 허정무 감독이 유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대표팀 공헌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기량과 폼입니다. 그래서 강민수에 대한 평가는 황재원-김형일과 동등해야 합니다. 강민수가 수원에서 부진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남아공에 못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