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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이청용, 평가전 출전 걱정된다

 

유럽에서 활약중인 코리안리거들의 시즌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허정무호 유럽파들의 합류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모두 소화한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이청용(22, 볼턴)이 오는 1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릴 에콰도르와의 A매치 평가전에 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허정무호는 오는 10일 낮 12시에 K리거들을 소집한 뒤 해외에서의 경기 일정이 끝나는 해외파들이 차례로 국내에 합류시킬 계획이며 이미 소속 구단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박주영-이근호-이정수-곽태휘 같은 프랑스 및 J리거들은 16일에 리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에콰도르전 출전이 불가능하지만, 박지성과 이청용은 오는 9일 오전 1시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일정을 마친 뒤 11일 또는 12일 국내에 귀국할 예정이며 에콰도르전 출전이 가능합니다. 또한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오는 24일 A매치 일본전 원정 무대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박지성과 이청용의 에콰도르-일본전 출전은 걱정스런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선수는 시즌을 끝마친 상태에서 대표팀에 복귀하는데다 컨디션이 완전치 못해 경기 출전보다 회복이 더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에콰도르-일본전 출전이 남아공 월드컵 맹활약을 위한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오는 11일 경에 잉글랜드를 떠나 한국에 도착한 뒤, 다음달 5일 남아공에 입성하기까지 약 4주 동안 잉글랜드-한국-일본-오스트리아-남아공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시차 적응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아공에서는 산소량이 적은 고지대에서의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본선에서 최상의 컨디션 및 경기력을 보여줄지 염려됩니다.

물론 대표팀 입장에서는 박지성과 이청용의 존재감이 에콰도르-일본전에 필요합니다. 월드컵 본선까지 A매치 평가전이 4경기 남은데다 박지성-이청용이 팀 공격의 활력소이기 때문에, 두 선수를 근간으로 전술적인 구심점을 구축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과 이청용은 최근 소속팀에서 각각 발목부상, 체력 저하를 이유로 선발로 뛰지 못하고 있어 실전 감각 향상을 위해 두 선수의 평가전 출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최근 발목 부상에서 완치되었지만 국내에서 치러진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에 빠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올 시즌 초반에도 마찬가지였고 지난해 10월 25일 리버풀전에서는 대표팀 차출에 따른 무릎 부상 여파로 결장했습니다. 또한 올해 2~3월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던 원인은 대표팀 차출에 따른 후유증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이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표팀 차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유럽에서 7년 넘게 뛰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했던 2004년까지 시차 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그 이후 힘들다는 반응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차 적응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정무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유럽을 떠나 한국-일본을 거쳐 다시 유럽으로 건너는 일정 속에서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있어 컨디션 저하에 따른 염려가 듭니다.

이청용의 상태는 박지성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은 최근 발목 부상 복귀 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지만 이청용은 컨디션 및 체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초 대표팀 해외 전지훈련 및 A매치에 출전한 이후부터 휴식기 없이 지금까지 쉴 틈 없이 경기 출전을 강행해 체력이 고갈 됐습니다. 오는 9일 버밍엄 시티와의 최종전을 치르면 휴식기없이 바로 대표팀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최근 2경기 연속 교체 출전하면서 더 이상의 체력 낭비를 막았지만 아직까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데다 시차 적응까지 해야하는 부담감에 직면했습니다.

그렇다고 두 선수에게 특별 대우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지성과 이청용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파들도 있고 K리거, J리거, 중동파까지 대표팀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콰도르전은 월드컵 최종엔트리 23인을 가리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럽파 및 중동파보다는 K리거들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합니다. 그 작업은 박지성-이청용의 존재감보다 더 중요합니다. 일본전은 라이벌전이기 때문에 부상 우려가 있는 만큼, 박지성-이청용을 통한 경기력 최대화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습니다. 두 선수가 상대의 끈질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적어도 에콰도르-일본과의 평가전을 치르는 상황에서는 핵심 전력을 아끼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평가전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각에서 무조건적인 훈련을 원할지 모르겠지만, 휴식을 적절하게 취하는 것도 남아공 월드컵 맹활약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도 월드컵 이전에 가진 평가전에서 최정예 자원을 선발에 풀가동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박주영-기성용-차두리-김남일-이영표 같은 다른 유럽파 및 중동파들은 체력 및 컨디션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들도 몸 상태에 따라 박지성과 이청용처럼 적절한 휴식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K리그와 J리그에서의 잦은 경기 출전으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중에 주력 선수가 있다면 대표팀의 전력 유지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합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에콰도르-일본전 출전이 걱정되지만, 부상-체력-시차 적응에 따른 어려움을 안고 있는 두 선수의 몸과 컨디션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팀의 묘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