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의 향방이 드러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한 자존심 대결을 펼칩니다.
맨유와 첼시는 3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경기에서 맞붙습니다. 각각 승점 72점과 71점으로 1~2위를 기록중인 맨유와 첼시는 라이벌전 승리를 통해 우승을 굳히겠다는 각오입니다. 맨유는 첼시를 꺾으면 푸른 사자와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려 리그 4연패를 굳힐 수 있고, 첼시는 맨유를 제압하면 레드 데블스를 제치고 역전 우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경기를 펼칠 것입니다.
홈에 강한 맨유, 안첼로티에 약한 퍼거슨
우선, 맨유는 첼시와의 홈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첼시전 홈 4경기에서 3승1무를 기록했으며 단 1골만 실점했습니다. 지난해 1월 11일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는 비디치-루니-베르바토프의 골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두었던 반면에 첼시는 90분 동안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리그 홈 경기에서는 14승1무1패를 기록했으며 아스날-리버풀-맨시티를 제압한 바 있습니다. 반면 첼시는 올 시즌 리그 원정 경기에서 8승4무4패를 기록해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위용을 다른 경기장에서 맘껏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안첼로티 감독과의 역대 맞대결에서 1승1무4패로 고전했습니다. 유일한 1승은 2006/0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안첼로티 감독이 지휘하던 AC밀란을 3-2로 제압했을 때 였습니다. 올 시즌에는 커뮤니티 실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첼시에게 우승을 내줬고, 지난해 11월 8일 첼시 원정에서는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하고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존 테리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했습니다. 이번에는 퍼거슨 감독이 경기 내용 및 결과에서 첼시를 제압할지, 아니면 안첼로티 감독이 퍼거슨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여전한 우세를 점할지 주목됩니다.
'루니 없는' 맨유vs'대량 득점' 첼시
맨유는 에이스는 루니가 지난달 31일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전에서 오른쪽 발목이 접질리는 바람에 퍼거슨 감독의 근심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득점을 책임졌던 루니의 결장은 어느 누구도 대체하기 불가능합니다. 베르바토프는 강팀과의 경기에 약하며 마케다는 긴 부상 때문에 실전 경험이 부족합니다. 뮌헨 수비수 데미첼리스가 2일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베르바토프가 위협적인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는 루니처럼 천재성을 지니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은, 루니의 공백이 맨유에게 얼마만큼 치명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 첼시는 지난달 24일 포츠머스전 5-0, 27일 애스턴 빌라전 7-1 승리를 통해 2경기 동안 12골을 몰아쳤습니다. 램퍼드는 애스턴 빌라전 4골을 비롯 두 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고, 말루다는 두 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습니다. 더욱이 애스턴 빌라전은 드록바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7골을 넣었던 경기였기에 팀 득점이 드록바에 의존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드록바가 복귀하는 맨유전에서는 램퍼드-말루다 같은 공격 성향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이 빛을 발할지 주목됩니다.
베르바토프vs드록바, 골이 필요하다
베르바토프는 첼시전에서 골을 넣으며 강팀에 약한 선수가 아님을 증명해야 합니다. 올 시즌 강팀을 상대로 부진하거나 결장했고 지금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기 때문에 '약팀 킬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토트넘 시절을 포함해 역대 첼시와의 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지난해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도 골을 넣은 경험이 있습니다. 적어도 첼시전에서는 골잡이의 기질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의 골이 기대됩니다. 아울러 첼시전에서 골을 넣으면 뮌헨과의 8강 2차전을 대비하는 맨유의 기세를 끌어올리게 할 것입니다.
드록바는 2004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래 맨유전에서 단 한 번도 골을 넣은 경험이 없습니다. 지난 2007년 5월 19일 맨유와의 FA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자신의 천적인 비디치를 제압하지 못해 맨유전에서 늘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죠. 그래서 이번 맨유전은 비디치를 제압하고 골을 넣으며 맨유전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올 시즌 리그 24골로 득점 2위를 기록중인 26골로 선두에 있는 루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득점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맨유전에서 골을 넣으면 리그 득점왕을 향한 가능성이 밝아집니다.
박지성, 첼시전에서 시즌 4호골 넣을까?
'산소탱크' 박지성의 활약 역시 기대됩니다. 박지성은 지난달 31일 뮌헨전에서 후반 24분 교체 되었는데,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이번 첼시전에서 선발 기용하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그 교체는 뮌헨전 패배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카드를 아낀 것입니다. 박지성이 2008/09시즌 첼시와의 두 경기에서 조 콜-보싱와로 짜인 상대 오른쪽 공격을 틀어막고, 종횡무진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 뒷 공간을 공략하고, 존 테리의 경고를 유도하고, 직접 골까지 넣었다는 점에서 이번 첼시전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의 시즌 4호골이 기대됩니다. 최근 두 달 동안 아스날-AC밀란-리버풀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골을 뽑았던 박지성은 지난 2008년 9월 21일 첼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경험이 있어 이번 경기에서의 골이 기다려집니다. 원톱으로 출전할 베르바토프가 순간적인 공격 전환이 느린 것을 상기하면, 나니-박지성-발렌시아 같은 공격 성향 미드필더들이 평소보다 윗쪽에 포진할 것입니다. 베르바토프의 최전방 고립을 막으려면 2선에서 간격을 좁혀야 하는 만큼 박지성이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주어질 것입니다. 올 시즌 강팀 킬러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성의 저력이 첼시전에서 불을 뿜을지 주목됩니다.
맨유vs첼시, 체력이 강한팀이 승리한다
맨유와 첼시의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일전입니다.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칠 것이기 때문에 경기 종료 직전까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할 것입니다. 또한 라이벌 대결의 특징이 서로 물고 늘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는 체력전이 될 것입니다. 체력이 강한 팀이라면 경기 막판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기 당일 컨디션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맨유의 체력 저하가 우려됩니다. 나니-플래처-캐릭-발렌시아 같은 미드필더들이 그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한데다 36세 노장 스콜스는 지난 뮌헨전에서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첼시가 일주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반면에 맨유는 3일 전 뮌헨 원정을 치렀기 때문에 체력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주축 선수들은 20대 후반~30대 초중반 연령대가 많은데다 지난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체력 저하로 인한 기복이 심한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했던 이점이 있지만 그동안 체력 저하로 누적된 것이 있기에 맨유와의 체력전에서 열세를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