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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우승, '퍼거슨 선택'에 달렸다

 

축구는 감독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좋은 선수가 즐비해도 감독 한 명의 판단이 잘못되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체 작전이 민감합니다. 경기 내내 좋은 경기 흐름을 유지해도 교체 작전이 적절치 못하면 상대팀의 공세에 의해 위기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대표적 경기였습니다. 후반 중반까지의 경기 흐름을 놓고 보면 1-0으로 리드하던 맨유의 승리가 유력했습니다. 박지성-캐릭-플래처의 압박이 뮌헨의 화력을 누그러 뜨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24분 박지성과 캐릭을 빼고 베르바토프와 발렌시아를 투입하는 교체 작전을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맨유가 1-2로 역전패 당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습니다.

박지성-캐릭을 교체한 것은 다음달 3일 첼시전 선발 출전을 위한 체력 안배였으며 베르바토프-발렌시아의 투입은 공격력 강화를 의미합니다. 퍼거슨 감독 판단에서는 1차전 1-0 승리로는 4강 진출을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정 다득점에 의한 골 생산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간과한 것은 뮌헨의 공격력 이었습니다. 뮌헨은 공격적인 팀 컬러를 자랑하는 팀으로서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는 저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팀을 상대로 후반 중반까지 견고한 압박을 펼쳤던 박지성-캐릭을 교체하고 공격적인 선수들을 투입한 것은 패착 그 자체 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후반 24분에 네빌을 교체했다면 맨유는 패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네빌이 후반 32분 리베리에게 파울을 범하여 프리킥을 내줬던 것이, 리베리의 동점 프리킥골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경험이 부족하지만, 순발력이 뛰어난 하파엘이 네빌을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다면 이날 경기의 양상이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베르바토프의 교체 대상은 루니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루니는 무릎 염증에 시달렸기 때문에 풀타임을 뛰는데 적절치 못했습니다. 결국, 루니는 경기 종료 직전 발목을 다쳐 최소 2주 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문제는 퍼거슨 감독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맨유의 패배가 1년전의 데자뷰를 떠올리게 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3월 14일 리버풀전에서 후반 28분 박지성-캐릭-안데르손을 빼고 긱스-스콜스-베르바토프를 투입해 1-2로 뒤진 상황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두 골을 더 실점하는 결정적 패인이 됐습니다. 세 명의 미드필더가 빠지면서 허리 라인에 균열이 생겨 상대 미드필더진의 공세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두 골이나 더 실점했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1-4로 대패하는 치욕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22일 풀럼전 0-2 패배까지 포함하면, 퍼거슨 감독의 판단 미스가 두드러집니다. 리버풀전과 풀럼전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호날두를 교체시키지 않아 후반전에 만회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팀 부진의 결정적 패인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호날두의 폼은 잦은 선발 출전 및 상대팀의 집중적인 견제로 2007/08시즌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맨유의 위기론이 여론에서 불거졌지만, '행운의 사나이' 마케다가 애스턴 빌라-선덜랜드전 결승골을 넣으면서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3연패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실책은 중요한 고비에서 또 다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5월 28일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0-2 패배의 원인이 퍼거슨 감독의 전술 미스였기 때문이죠. 4-3-3에서 최상의 폼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래처가 퇴장 당했음에도 4-3-3을 그대로 구사했습니다. 플래처의 대타로 긱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으나 상대의 날카로운 패스를 봉쇄하는데 수비력과 체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더니 상대의 거침없는 공격에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허용해 0-1로 뒤지더니 전반 40분에 4-4-2로 전환했습니다.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4-3-3 전술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알린 꼴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바르사와의 결승전에서도 박지성 교체로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후반 20분 박지성을 빼고 베르바토프를 투입하면서 골을 노렸던 것이 상대의 공세에 밀려 메시에게 실점하는 뼈아픈 악순환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박지성은 교체 직전까지 바르사의 압박을 뚫기 위해 빈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공격 옵션들의 골을 돕기 위해 적시적소의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런 선수가 빠지면서 맨유의 밸런스는 급격하게 무너집니다. 루니-호날두-테베즈-베르바토프를 모두 기용하면서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이 따로 놀게 됐고 어느 누구도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부진보다 퍼거슨 감독의 컨셉부터 망가졌던 경기였습니다.

이러한 퍼거슨 감독의 전술 미스 사례는 공교롭게도 우승팀이 결정되는 시즌 막판에 몰렸습니다. 물론 맨유가 지난해 4월 비길 뻔했던 애스턴 빌라-선덜랜드전에서 마케다를 교체 투입해 승리의 초석을 다졌던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 절묘하게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마케다 존재 여부를 떠나서, 맨유는 리버풀-풀럼전 졸전으로 힘겨운 행보를 겪었고 바르사의 강력한 도전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뮌헨전에서도 이길 뻔했던 경기를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원인은 퍼거슨 감독의 잘못된 선택에 있었습니다.

단연컨데, 맨유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퍼거슨 감독의 선택에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퍼거슨 감독이 우승을 위해 얼마만큼의 적절한 비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맨유의 행보가 결정 될 것입니다. 중요한 고비에서 맨유의 장렬한 전사를 키우고 말았던 퍼거슨 감독의 교체 작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퍼거슨 감독의 교체 과정에서 맨유의 장점 요소를 죽이고 새로운 카드를 투입하는 무리수를 던지면 맨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리버풀-바르사-뮌헨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그런 전례를 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맨유의 앞날 행보가 밝지 않습니다. 루니가 뮌헨전에서 발목을 다치면서 최소 2주 혹은 최대 4주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오는 3일 첼시전, 다음달 8일 뮌헨과의 8강 2차전을 루니 없이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마케다에게 기대를 걸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약팀 킬러' 베르바토프가 강팀과의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베르바토프는 루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즉시 전력으로 투입되겠지만 강팀과의 경기에 약했기 때문에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루니의 공백이 맨유에게 얼마만큼 치명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지성의 포지션도 맨유의 새로운 딜레마가 되었습니다. 현재까지의 박지성 폼은 측면보다 중앙에 세우는 것이 적절합니다. 하지만 원톱 베르바토프-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 체제는 모험에 가깝습니다. 박지성을 측면에 세우기에는 맨유가 공격적인 전술을 펼쳐야 합니다. 최근 박지성의 경기력은 공이 없을 때 보다는(뮌헨전) 공이 있을 때(뮌헨전 이전까지) 빛을 발합니다. 박지성이 동료 선수에게 공을 받을때의 움직임이 민첩해졌고 맨유의 공격을 주도하는 장면들이 올 시즌에 부쩍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활용 여부에 달린 일이죠.

공교롭게도 리버풀-바르사-뮌헨전은 박지성 교체로 악수를 거듭했던 경기들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끝까지 믿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아껴두는 것도 좋지만, 경기를 확실하게 끝맺음하려면 박지성 교체가 능사가 아님을 퍼거슨 감독이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