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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맨유의 뮌헨 격파 '필승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있어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 원정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뮌헨이 2001/0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7시즌 동안 유럽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세우지 못했지만 독일 최고의 명문 클럽인 것은 맨유에게 부담거리 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부활을 짊어지는 뮌헨은 그동안 스쿼드의 질과 양을 키우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절치부심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잉글랜드 최고 명문 클럽' 맨유는 우승을 향한 동기 부여를 자극하게 합니다.

특히 31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원정팀인 맨유의 우세를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팀의 에이스인 웨인 루니는 무릎 부상으로 풀타임 출전을 장담할 수 없으며, 독일에 강했던 마이클 오언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됐기 때문에 맨유의 화력 열세가 우려됩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는 뮌헨의 저항을 물리칠 수 있는 든든한 '필승 카드'가 있습니다. 강팀에 강한 저력을 발휘하는 '산소탱크' 박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 뮌헨전 맹활약 기대되는 이유

박지성의 뮌헨전 선발 출전은 기정 사실과 다름 없습니다. 최근 박지성의 경기 출전 패턴을 보면 강팀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교체로 출전하거나 아니면 결장했습니다. 지난 7일 울버햄턴전 교체 출전은 11일 AC밀란전 선발 출전을 위한 체력 안배, 14일 풀럼전 교체 출전 역시 21일 리버풀전 선발 출전을 위한 컨디션 조절, 그리고 28일 볼턴전 결장은 31일 뮌헨 원정 선발 출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강팀에 강한 박지성이라면 뮌헨전 선발 출전이 당연한 이유입니다.

특히 맨유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4-2-3-1을 즐겨 씁니다. 강팀의 공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드필더진을 두껍게 구축하고, 공격을 끊으면 그 즉시 역습 한 방을 노리거나 빌드업을 통해 상대 후방의 허점을 노립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선수가 박지성과 플래처입니다. 두 선수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끈질긴 압박을 통해 상대의 공세를 끊으면, 그 즉시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 쪽으로 빠른 타이밍에 의한 볼 배급을 노립니다. 또한 박지성이 전방쪽으로 돌파를 가하여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움직임을 발휘하면 플래처는 공격의 기준점 역할을 맡아 팀의 공격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박지성과 플래처의 상호작용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전술이 바로 4-2-3-1 입니다. 플래처만이 맨유의 공격을 조율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박지성이 중원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을 펼쳐 플래처가 후방에서 띄우는 공을 받아내 2차 공격을 전개해야 합니다. 플래처와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는 캐릭의 폼이 떨어진 현 시점에서는 박지성이 플래처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반대로 플래처는 박지성의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원을 쉴세없이 커버링합니다. 그 효과는 박지성이 AC밀란전에서 피를로 봉쇄에 전념할 수 있었고 리버풀전에서 루카스-마스체라노로 짜인 상대 더블 볼란치의 예봉을 꺾으면서 더 이상의 수비 역할이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뮌헨의 최대 강점은 판 보멀-티모슈크(또는 프라니치, 슈바인슈타이거는 경고누적으로 결장)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의 힘과 짜임새, 탄력적인 경기 운영입니다. 공격수들의 화력이 지난 시즌보다 못하고 리베리-로번으로 짜인 파괴형 윙어들이 슬럼프 및 부상 여파로 폼이 완전치 않다는 점에서, 뮌헨은 맨유전 승리를 위해 중앙 미드필더에 기댈 것이 분명합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올 시즌 꾸준한 폼을 유지하며 뮌헨 전력을 지탱했던 만큼, 퍼거슨 감독이 뮌헨의 중원을 승리의 교두보로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AC밀란-리버풀전에 이어 뮌헨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대 중앙 미드필더의 뒷 공간을 파고들며 상대의 종적인 움직임을 묶은 뒤, 플래처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의 패스를 받아 원톱(루니 또는 베르바토프)에게 절묘한 전진패스를 띄울 것입니다. 판 보멀-티모슈크와 중원에서 대치할 때는 동료 선수들과 간격을 좁혀 짧은 원터치 패스를 유도하며 상대를 중원에 가둬놓을 것입니다. 이 작전을 쉴세없이 반복하여 상대의 집중력이 떨어지면 과감한 문전 침투를 통해 골을 노릴 것입니다. AC밀란전과 리버풀전 맹활약 원인이 이러한 전술적 배경에서 짜여졌기 때문이죠.

맨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적임자는 박지성 밖에 없습니다.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던 안데르손이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되면서 박지성의 중앙 기용이 팀 전력에 필요해졌죠. 플래처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기에는 캐릭-스콜스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활동량 및 체력 저하가 아쉬우며, 스콜스가 원톱을 보조하며 맨유 공격을 조율하고 역습을 노리기에는 넓은 활동 폭과 부지런한 기동력의 컨셉과 맞지 않습니다.

물론 박지성도 리버풀과의 전반전에서 드러났듯, 위치선정이 매끄럽지 못해 공을 받는 과정에서 퍼스트 터치가 안좋았습니다. 하지만 상대 중원 뒷 공간을 파고드는 역할에 있어서는 박지성이 플래처-스콜스보다 더 적합합니다. 맨유가 4-2-3-1의 단점인 원톱의 고립을 막으려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상대 중원과의 공간 싸움에서 우세를 점해야 하며, 공간 창출 능력과 전술 이해가 뛰어난 박지성이 상대 중원을 파괴해야 합니다.

하지만 뮌헨의 윙어인 리베리-로번이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으면 맨유의 전술 운용이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따릅니다. 리베리가 부상 및 부진으로 인한 슬럼프를 얻어 교체 멤버로 전락한데다 로번이 최근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맨유전 맹활약을 쉽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로번은 부상 여파 때문에 맨유와의 1차전 출전이 불투명합니다. 그럼에도 두 선수의 아우라가 만만찮은 이유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이 말랐기 때문입니다. 리베리는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부침에 시달렸지만, 챔피언스리그라면 동기 부여가 다르기 때문에 맨유전에서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임펙트를 발휘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로번은 피오렌티나와의 16강 1~2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8강 진출을 견인한데다 첼시 시절에 맨유의 측면을 허물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뮌헨 격파를 위해 상대 중원 공략보다 리베리-로번 견제를 우선 순위로 설정하면 박지성을 윙어에 배치시킬 것입니다. 박지성의 측면 수비는 현지에서 '수비형 윙어'로 지칭할 만큼 뛰어난데다, 메시-보싱와-조 콜-마이콘 같은 세계적인 측면 옵션들의 폭발적인 공세를 막아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평소의 포지션인 윙어로 놓을 수 있습니다. 리베리와 로번의 활동 폭이 넓다는 점에서 나니-발렌시아보다는 박지성의 수비력이 맨유에게 더 믿음직합니다.

어쩌면 퍼거슨감독의 박지성 활용은 맨유의 뮌헨전 행보를 좌우하는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박지성을 중앙에 배치할지 아니면 측면에 놓을지, 그리고 박지성이 상대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차단하는 것과 동시에 특유의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로 맨유의 역습을 지휘할지, 그런 역량이 얼마만큼 빛을 발하느냐에 따라 맨유의 뮌헨전 결과가 가려질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은 올 시즌 아스날-AC밀란-리버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던 만큼, 이번 뮌헨 원정에서 시즌 4호골 및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맨유에 귀중한 승리를 안겨줄지 주목됩니다. 챔피언스리그에 강한 '강팀 킬러' 박지성의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