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이 다가오면서 8개 구단의 치열한 순위 싸움이 야구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SK-두산-KIA의 우승 경쟁을 비롯해서 삼성-롯데-LG의 4강 싸움, 그리고 넥센-한화의 탈꼴찌 전쟁이라는 이슈가 언론을 통해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넥센과 한화의 탈꼴찌 전쟁입니다. 두 팀의 올 시즌 예상 순위와 관련된 소재는 언론에서 줄기차게 보도하고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를 만큼 대중들의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넥센 주장 이숭용이 "넥센이 꼴찌하면 은퇴하겠다"고 선언했고 한화의 최고참인 구대성이 시즌을 얼마 안남기고 머리를 짧게 깎으면서 후배들에게 "내 밑으로 다 잘라!"라고 엄포를 놓았던 소식까지 언론에 등장하는 요즘입니다. 꼴찌도 여론의 관심과 시선을 끌어모으는 프로야구의 흥행 분위기가 축구팬 입장에서 부러운 이유입니다.
하지만 K리그의 하위권 팀들은 흥행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위권과 중위권 팀들에게는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및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동기부여가 있지만 하위권 팀은 동기부여와 관련된 어떠한 매리트가 없습니다. 특히 상위권과 중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이 뜨거워지는 시즌 막판에는 하위권 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떨어집니다. 축구팬들을 경기장 관중석에 앉힐 수 있는 매리트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만약 K리그가 네셔널리그와의 승강제를 실행했다면 이 같은 현상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위권팀들은 강등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경기에 나설 것입니다. 그래서 하위권팀과 상대하는 상위권 및 중위권 팀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으며, K리그는 매 경기마다 선수들의 엄청난 승리욕과 코칭스태프의 치밀한 전략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래서 승강제 도입으로 인한 K리그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며 그 밑바탕은 AFC 챔피언스리그의 선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하위권팀들이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K리그에서 승강제가 실시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는 일부의 주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K리그에는 기업구단들이 많은데다 시민 및 도민 구단들이 스폰서 지원에 의존합니다. 만약 네셔널리그로 강등되면 기업-스폰서의 이미지가 떨어지거나,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스폰서가 취소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기업 의존도가 높은데다 스포츠 파이가 넓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승강제 도입이 현실과 맞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J리그는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까지 J2리그 강등으로 인한 경질을 면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를 펼친다고 합니다. 하부리그 강등이 해당 팀들에게 손해가 큰 것은 결과적으로 당연한 현상입니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치르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당연한 겁니다. 이러한 현실이 반갑지 않다면 K리그의 승강제 도입은 요원한 과제로만 남을 것이며 흥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인 전북과 꼴찌 대구가 올 시즌 K리그 순위 레이스의 같은 출발점에서 뛰었던 현실은 불공평합니다.
물론 프로야구는 승강제 없이도 꼴찌가 주목 받는 스포츠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도 승강제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스포츠 파이가 넓은데다 인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가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이자 올 시즌에는 650만 관중 유치를 위해 구장을 개조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사들의 생중계 빈도가 많기 때문에 꼴찌도 여론의 충분한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2008년 LG, 2009년 한화가 그런 케이스였죠.)
그러나 야구와 축구는 엄연히 다른 시스템입니다. 프로야구보다 거의 2배 팀이 많은 K리그가 여론의 꾸준한 관심을 얻으려면 상위권-중위권-하위권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골고루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상위권과 중위권보다 동기부여가 부족한 하위권을 자극해야 합니다. 현장 일선에서 강등 반대에 대한 분위기가 만만치 않겠지만, K리그의 질적인 개선과 혁신을 위해서라면 하위권팀들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내셔널리그에서 내공을 쌓은 팀이 K리그에 입성해 '승격 돌풍'을 일으키는 다른 나라의 현상이 K리그에도 필요합니다.
문제는 승격제 도입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셔널리그 팀들에 대한 기업체의 지원이 K리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팀의 재정 상황에 따라 1년 예산에 10~25억원을 잡고 있는데 K리그 팀의 최소 예산이 80억원임을 상기하면 K리그에 입성한 내셔널리그 팀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또한 내셔널리그에 대한 수익 사업도 한국에서는 취약한 현실입니다. 여론의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청팀은 전국체전 출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익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부 K리그 구단의 홈 경기 입장 수익 1년치가 특급 스타 한 명의 연봉보다 부족한 우리나라 축구 시장의 취약함이 K리그 승격을 꿈꾸는 일부 내셔널리그 구단들에게 부담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K리그가 내셔널리그와 승강제를 벌이려면 엄청난 준비작업 및 시간이 필요합니다. 2006년과 2007년에 K리그 승격을 거부했던 고양 국민은행과 울산현대 미포조선의 사례처럼, 내셔널리그 팀들이 자생력을 갖춰야 K리그 승격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K리그 팀들은 1부 리그에 계속 잔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내셔널리그 강등을 원하지 않겠지만, K리그의 앞날을 위해 승강제를 순응해야 합니다. 성적이 좋지 못하면 책임이 따르는 프로의 마인드가 K리그 구단들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승강제가 도입되기 이전까지는 하위권팀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못할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하위권팀을 자극시킬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합니다. '승점 감점제'가 그것입니다. 성적이 좋지 앟은 하위권팀의 다음 시즌 승점을 삭감시키는 것이죠. 삭감의 폭은 하위권 팀이 다음 시즌 운영에 부담을 가지지 않는 쪽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승점 삭감제를 도입하면, 하위권 팀은 다음 시즌 성적이 승점 감점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매 경기 승점 3점을 노릴 것이고 많은 팀들이 피말리는 순위 경쟁을 펼칠 것입니다.
물론 승점 감점제 역시 K리그 구단들이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등 보다 더 나은 제도입니다. 승강제가 존재하지 않는 K리그 현실속에서는 꼴찌팀이 계속 잔류하는 시스템이지만, K리그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면 하위권에게 공포를 제공해야 합니다. 승강제 시행 이전에 승점 감점제를 실시하면 K리그 팀들은 승점 감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고 하위권에 쏠리는 여론의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입니다. K리그에서 승강제가 도입되기 이전까지는 승점 감점제를 도입해 내실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