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예측불허 입니다.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2009/10시즌 판세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럽축구 전통의 강자 및 신흥명문으로 이름을 떨치던 유벤투스-AC밀란-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리버풀-첼시가 32강과 16강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반면에 보르도-리옹-모스크바는 강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며 8강 앞으로 약진했습니다. 어느 팀이 유럽 축구 최강자로 등극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효리사랑은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팀들의 특징들을 종합했습니다. 최근 누리꾼들에게 유행하는 시리즈인 '좋은 예-나쁜 예'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8강을 전망했습니다.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에 열리는 1차전, 다음달 7일과 8일에 치를 2차전을 통해 4강 진출팀을 가리게 될 챔피언스리그 별들의 전쟁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주목됩니다.
1. 올림피크 리옹
-좋은 예 : 챔피언스리그에서 펄펄 나는 수비 조직력
한때 프랑스리그 최강자였던 리옹의 올 시즌 자국리그 성적은 5위입니다. 수비 조직력이 고비 때마다 허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죠. 올 시즌 프랑스리그 30경기에서 31실점을 헌납해 리그 최소 실점 7위를 기록중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로 무대를 옮기면 상황이 다릅니다. 8경기에서 4실점만 내줬기 때문이죠. 노장 센터백인 크리스의 안정적인 수비 조율 및 시소코-붐송-레비에르까지 힘을 합친 타이트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리버풀-레알 같은 강팀들에 굴욕을 안기고 4시즌 만에 8강에 진출했습니다. 16강 레알전에서 호날두-카카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들을 고립시켰던 수비력이 8강에서도 골문의 잠금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쁜 예 : 벤제마 공백
리옹은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서 14골의 비교적 무난한 득점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수에 의해서 기록한 득점은 4골에 불과합니다. 고미스가 2골, 리산드로-고부가 1골을 넣었죠. 특히 챔피언스리그 3시즌 동안 12골을 넣었던 리산드로는 지난해 여름 리옹 역대 최고 이적료(2000만 유로)의 주인공임에도 7경기 1골에 그쳤습니다. 리옹이 보르도를 제치고 4강에 진출하려면 리산드로의 골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지난해 여름 레알로 떠났던 벤제마 공백 메우기에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벤제마는 지난 시즌까지 리옹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19경기에서 12골 넣었기 때문이죠. 리산드로는 벤제마의 재림이 될 수 있을까요?
2. 보르도
-좋은 예 : 유벤투스-뮌헨-올림피아코스를 제압한 자신감
지난 시즌 프랑스리그 우승팀이자 올 시즌 자국리그 선두를 달리는 보르도의 승승장구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32강 조별리그에서 유벤투스-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 같은 강팀들에 밀려 고배를 마실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두 팀과의 4차례 대결에서 3승1무를 기록한것을 비롯 본선 6경기에서 5승1무의 압도적인 결과를 거두고 16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올림피아코스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180분 동안 경기 흐름을 장악하는 미드필더진의 두꺼움 속에 2승을 챙기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유벤투스-뮌헨-올림피아코스를 제압한 보르도의 자신감이라면 프랑스리그에서 쇠퇴중인 리옹전에서 충분히 해볼만 합니다.
-나쁜 예 : 샤막의 대안이 없다
보르도는 4-2-3-1의 포메이션을 쓰는 팀으로써 '중원 사령관' 구르퀴프를 주축으로 허리를 강화하는 전술로 많은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보로도에는 샤막 이외에는 최전방에서 파괴적인 공격력을 뽐내는 원톱 자원이 없습니다. 샤막은 유벤투스-뮌헨-올림피아코스전에서 한 골씩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으나 문제는 다른 원톱 자원들이 부진합니다. 벨리옹-카베나기는 챔피언스리그 2경기 무득점에 그쳤고 공격수로 뛸 수 있는 구프란도 득점포가 조용합니다. 수비 조직력이 견고한 상대팀이라면 샤막의 최전방 고립을 유도하는 전술을 쓸 것임이 분명합니다. 리옹의 크리스가 샤막을 철저히 묶으면 보로도의 공격 마무리가 주춤할 가능성이 큽니다.
3. 바이에른 뮌헨
-좋은 예 : 물 오른 로번의 공격력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피오렌티나와의 접전끝에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로번의 화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로번은 1차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에서는 후반 20분 문전 27m 지점에서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뮌헨 8강 진출의 결정타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24일 살케전까지 5경기에서 5골 넣은 로번의 파괴력이 뮌헨의 공격력을 끌어 올렸습니다. 공격수들이 지난 시즌처럼 팀 전력에 무게감을 더하지 못하는 뮌헨의 고민을 로번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나쁜 예 : 과대평가된 화력, 그리고 로번의 부상
뮌헨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공격입니다. 뮐러-고메즈-클로제 같은 득점기계들을 비롯 리베리-로번 같은 파괴적인 윙어들이 포진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공격 옵션 개개인의 화력이 기대에 미흡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경기 7골의 주인공 클로제는 올 시즌 5경기 1골로 침묵에 빠졌으며, 고메즈가 8경기 1골, 뮐러가 7경기 2골로 화력이 시들했습니다. 최근에 조커로 밀려난 리베리의 부상 및 부진이 공격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번은 27일 슈투트가르트전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해 맨유와의 8강 1차전 출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좋은 예 : 박지성과 루니의 오름세
맨유는 AC밀란과의 16강 1~2차전에서 3-2, 4-0의 대승으로 거두고 8강에 올랐습니다. 두 경기에서 승리하기까지 박지성과 루니의 맹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박지성은 두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상대팀의 공격 젖줄인 피를로를 봉쇄하는데 성공했는데, 이것이 AC밀란의 수비 밸런스 붕괴로 이어져 맨유가 2경기에서 7골 몰아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2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강팀 킬러'임을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루니는 두 경기에서 4골을 넣었는데 머리로만 3골을 꽂았습니다. 32강 3경기 무득점에 그쳤던 루니의 득점 폭발, 여기에 박지성의 오름세까지 맞물려 맨유의 전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나쁜 예 : 루니의 부상, 문제는 대안이 없다
맨유의 고민은 루니의 무릎 부상입니다. 루니가 최근 무릎 힘줄에 염증이 재발하면서 28일 볼턴전에 결장했고 31일 뮌헨 원정 풀타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베르바토프가 볼턴전에서 두 골을 넣었으나 약팀에 강하고 강팀에 약한 선수여서 뮌헨전을 믿고 내보내는데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오언은 이미 시즌 아웃되었고 마케다-디우프 같은 영건들에게 골을 맡기기에는 경험이 적습니다. 결국, 맨유의 뮌헨전 행보는 루니의 득점력 및 부상 영향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여기에 뮌헨이 루니 고립에 초점을 맞추면, 퍼거슨 감독의 전술 운용이 숨통을 틔우기 어렵습니다. 박지성-나니-발렌시아-긱스 같은 미드필더들의 골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5. 아스날
-좋은 예 : 해결사는 파브레가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스날 공격의 에이스는 파브레가스지만, 팀 승리를 해결짓는 선수는 파브레가스 뿐만이 아닙니다. 아르샤빈은 포르투와의 16강 2차전에서 도움 두 개를 기록해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고 이번 대회에서 도움 1위(5도움)를 기록중입니다. 벤트너도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고질적인 골 결정력에 대한 불안함에서 벗어났습니다. 여기에 나스리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팀의 8강 진출에 일조했습니다. 그리고 아스날의 득점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강점을 자랑합니다. 센터백 베르마엘렌이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39경기 8골을 기록한 것을 비롯 미드필더와 공격수들까지 골고루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 아스날의 강점입니다.
-나쁜 예 : 갈라스의 부상, 불안한 알무니아
아스날은 화려한 공격력을 주무기로 삼는것과 반대로 수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갈라스가 최근에 허리 부상이 재발하면서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1차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캠벨의 폼은 전성기보다 떨어진 상태이며 두달 전 부상에서 복귀했던 클리시는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위태로운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28일 버밍엄 시티전에서는 송 빌롱이 센터백으로 전환했지만 데니우손의 어정쩡한 홀딩을 기대하기에는 아스날의 뒷문이 취약합니다. 무엇보다 아스날을 고민에 빠뜨리는 것은 골키퍼 알무니아 입니다. 버밍엄 시티와의 종료 직전에 이해할 수 없는 펀칭으로 동점골을 헌납한 알무니아의 불안함이 못미덥습니다.
6. FC 바르셀로나
-좋은 예 : 강팀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바르사의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행보는 디펜딩 챔피언답지 못했습니다. 32강 조별리그 4차전까지 1승2무1패를 기록한데다 슈투트가르트와의 16강 1차전 원정에서는 1-1로 비기면서 탈락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32강 5차전과 6차전에서 내리 승리하고 슈투트가르트와의 2차전에서 4-0으로 승리해 강팀다운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번 대회 7경기에서 4골 넣은 메시의 화력은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앙리의 내림세를 페드로의 오름세로 극복했습니다. 사비-이니에스타-투레(부스케츠)로 짜인 허리는 여전히 튼튼하며 막스웰(아비달)-푸욜-피케-알베스로 구성된 포백은 견고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골키퍼 발데스는 8경기에서 4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나쁜 예 : 지난 시즌보다 장애물이 많아졌다
문제는 바르사가 원정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32강 디나모 키예프 원정에서 2-1로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인터 밀란-루빈 카잔-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홈 경기에 강하고 원정 경기에 주춤한 이유는, 원정에서 상대팀의 집중적인 압박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바르사의 공격력은 유럽 최강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바르사를 제압하겠다'는 상대팀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기에 이니에스타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스날전 출전이 불투명하며 즐라탄은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회 5경기 무득점인 앙리의 부진까지 포함하면, 우승 과정에 있어 지난 시즌보다 장애물이 많아졌습니다.
7. 인터 밀란
-좋은 예 : 조연이 주연보다 강하다
인터 밀란은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올 시즌 16강에서 첼시를 제압해 16강 울렁증에서 벗어났습니다. 사네티-사무엘-루시우-마이콘으로 짜인 포백의 견고함은 유럽 최정상이었으며 캄비아소-스탄코비치-모타가 버티는 미드필더들의 타이트한 압박은 '푸른 사자' 첼시의 용맹함을 지웠습니다. 특히 루시우는 16강 첼시와의 두 경기에서 드록바와의 공중볼 및 몸싸움에서 우세를 점하여 8강 진출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고 마이콘은 폭발적인 스피드에 이은 날렵한 측면 침투와 빠른 패스 타이밍을 엮으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슈네이데르는 정교한 패싱력과 순간적인 전방 침투를 과시하며 팀의 공격력을 끌어 올렸습니다.
-나쁜 예 : 유럽에서 작아지는 에토-밀리토의 파괴력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에토-밀리토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견고한 반면에 두 공격수의 챔피언스리그 활약은 네임벨류 및 세리에A에서의 폭발적인 활약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에토는 이번 대회 8경기에서 2골에 그쳐 바르사 시절보다 공격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밀리토도 6경기에서 2골을 기록해 세리에A에서의 폭발적인 득점력(29경기 18골)과 대조된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비록 에토가 첼시와의 16강 2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으나, 경기 내용상으로는 상대팀의 압박에 막혀 이렇다할 골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인터 밀란이 우승하려면 두 공격수의 강력한 임펙트가 꾸준하고 적시 적소에 터져야 합니다.
8. CSKA 모스크바
-좋은 예 : 돌풍의 주인공
모스크바는 16강에서 세비야를 제치고 8강에 진출해 유럽 축구의 변방에서 신흥 강호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2차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의 2-1 승리를 이끈 '일본 축구의 아이콘' 혼다의 맹활약으로 8강에 올랐습니다. 32강 맨유와의 조별 본선 원정 경기에서는 후반 35분까지 3-1로 앞설 만큼(3-3 무승부로 종료) 모스크바를 만만하게 보는것은 금물입니다. 마마예프-알도닌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경기 장악력을 바탕으로 네시드-자고예프-혼다-크라시치 같은 공격 옵션들이 골고루 제 몫을 다하며 팀 공격의 활기를 키웠습니다. 유럽을 뒤흔드는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지만 8강 진출 그 자체만으로 보르도와 더불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나쁜 예 : 경험이 부족하다
하지만 모스크바가 8강에 진출한 팀 들 중에 최약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네시드가 최전방에서 분전하지만 동시에 장단을 맞춰 줄 공격수가 없어 원톱 시스템을 써야 하는 한계는 모스크바의 전술 가용폭을 좁게 만듭니다. 이번 대회 8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한 경기가 없었다는 점은, 한 골에 의해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토너먼트 행보에 이롭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2000년대 이후 챔피언스리그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이 올 시즌이 처음인 만큼 토너먼트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8강까지 진출했던 자신감이 충만하면 4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