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왼쪽 윙어를 보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의 10번 미드필더인 조 콜, 발렌시아 공격의 젖줄인 다비드 실바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맨유가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측면 미드필더 영입이 잦았음을 상기하면, 올해 여름에도 윙어를 보강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조 콜과 실바에 영입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영입 확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맨유는 지금도 수많은 스타 및 유망주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중에 일부는 언론에 영입설을 흘리는 편입니다. 또한 구단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론에서 영입설을 보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 콜과 실바는 그동안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이며 언젠가 팀을 떠날 수 있습니다. 두 선수의 현재 행보를 놓고 보면, 적어도 한 선수는 올해 여름 붉은색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박지성의 새로운 경쟁자가 올드 트래포드에 나타나는 순간이죠.
맨유, 박지성 경쟁자 영입하려는 이유
우선, 맨유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지션은 골키퍼, 윙어, 공격수 입니다. 골키퍼는 판 데르 사르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며 쿠쉬착-포스터의 이탈 공백 대비 차원에서 누군가를 영입해야 합니다. 공격수쪽은 자원이 많지만 루니와 더불어 다득점을 엮어낼 수 있는 골잡이가 취약합니다. 수비수쪽에서는 풀럼의 센터백인 스몰링 영입을 지난 1월에 확정지었고(올해 여름부터 투입) 오셰이가 부상에서 복귀합니다. 중앙 미드필더 진영에서는 하그리브스-안데르손의 부상 복귀를 기대하는 눈치 입니다.(맨유가 골잡이를 영입할 경우 기존 공격수가 정리 될 것이며, 현재로서는 웰백 또는 마케다가 유력합니다.)
그리고 윙어쪽을 돌아보면 긱스의 대체자 혹은 왼쪽 윙어 자원을 찾아야 합니다. 스콜스의 대체자는 이미 플래처로 가닥이 잡혔지만, 문제는 긱스와 비슷한 타입의 왼발 능력을 자랑하거나 왼쪽 측면에서 꾸준한 맹활약을 펼칠 측면 자원의 빈약함이 다음 시즌부터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올해 37세의 긱스가 올 시즌 초반의 강렬했던 포스를 다음 시즌에 재현할거라 계산하기에는 무리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세 번의 무릎 수술 여파 및 부상 재발 우려 때문에 많은 경기에 소화할 수 없는 한계가 있으며 무리하게 경기를 뛰지 않습니다. 더욱이 박지성은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상대 수비를 파괴하는 역량을 뽐내며 중앙에서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 30세인데다(만 29세) 윙어라는 포지션이 체력 소모가 많음을 상기하면, 앞으로 중앙쪽에서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중앙 이동이 보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중앙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중앙과 측면을 두루 소화하는 그의 멀티 능력을 최대화 시키기 위함입니다. 박지성은 앞으로 왼쪽 윙어로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잡겠지만 중앙까지 맡아야 하는 현실을 놓고 볼 때 한 쪽 포지션을 도맡지 않을 것입니다. 맨유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 일환으로 선수층을 두껍게 형성하는 팀이기 때문에, 왼쪽에서 전문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박지성의 경쟁자인(또는 공존 관계 중인) 나니의 현재 행보를 놓고 보면 긱스 대체자가 아닌 '호날두 대체자'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나니는 왼쪽보다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페너트레이션을 즐기는 성향이며 특히 오른쪽에서는 좌우 양발을 두루 활용하는 화려한 개인기와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로 팀 공격의 임펙트를 끌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나니는 최근 왼쪽 윙어로 출전중이지만 오른쪽에 있을때에 비해 공격력이 폭발적이지 못합니다. 오른쪽에 발렌시아가 있기 때문에 왼쪽을 담당하는 현실이지만, 왼쪽에서의 나니는 왼발을 쓰는 타이밍이 느려 상대 수비에 읽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나니의 최적 포지션은 오른쪽 윙어였던 셈입니다.
지난해 여름 맨유 유니폼을 입은 오베르탕은 박지성-나니의 오름세 여파로 벤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 시즌 중반까지 긱스의 후계자로 주목을 끌었으나 공격 전개 및 경기 운영이 미흡합니다. 경기 상황에 따른 움직임의 기복이 심하고 패스 타이밍의 강약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빌드업을 엮어내는 속도가 느려 팀의 공격 템포를 늦추는 문제점이 실전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2개월 전 리저브로 강등되었고 맨유의 1군 로테이션 멤버로 두각을 떨치기까지 다듬을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웰백과 안데르손은 왼쪽을 겸할 수 있는 영건들이지만 본 포지션은 각각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이며 왼쪽에서 특출난 공격력을 뽐내지 못했습니다.
맨유에서 왼쪽 윙어로 뛰는 선수들의 특성을 놓고 보면, 올해 여름 왼쪽 윙어를 영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질적인 측면 옵션이 박지성-나니-발렌시아에 불과하며 긱스가 정점에서 내려 올 가능성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스쿼드 퀄리티 향상 차원에서 왼쪽 옵션을 데려 올 것입니다. 맨유의 영입설로 주목받는 조 콜은 올 시즌 첼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으나 잉글랜드 대표팀 시절 왼쪽 윙어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고 왼발 구사 능력이 좋습니다. 실바는 왼쪽 윙어가 주 포지션이며 빠른 드리블 돌파와 기습 중거리 슈팅, 그리고 '왼발의 달인'으로 불릴 만큼 왼발 구사 능력이 뛰어납니다.
조 콜은 최근 첼시로 부터 주급 40% 삭감 재계약 제의를 받을 만큼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좋지 못합니다. 부상 이후 원래의 폼을 되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토트넘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으나 래드납 감독이 현지 언론을 통해 영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올해 여름에 자유계약으로 풀리기 때문에, 구단주의 재정난으로 대형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맨유가 영입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 콜이 내림세에 접어든데다 부상이 많다는 점에서, 하그리브스-오언 같은 유리몸들을 보유했던 맨유의 부상 선수 고민이 많아지는 문제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맨유의 조 콜 영입은 재정적인 상황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바는 소속팀 발렌시아의 재정 악화로 다비드 비야와 더불어 빅 클럽 이적설로 많은 주목을 끌었지만 지금까지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발렌시아의 우승을 이끌겠다"고 다짐할 만큼 소속팀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데다 에메리 현 발렌시아 감독과의 신뢰가 깊기 때문에 빅 클럽 이적을 주저했던 것이죠. 지난해 여름에는 맨유의 러브콜을 거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바의 예상 이적료는 2000만 파운드(약 340억원)이며 최근에는 첼시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맨유의 영입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과연 맨유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왼쪽 윙어를 영입해 박지성 경쟁자로 활용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