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이청용, 2개월 동안 골 없는 이유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은 지난 21일 에버턴전에 풀타임 출전했으나 팀은 0-2로 패했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쳐 팀 전력에 무게감을 실었지만 후반들어 공격 전개 과정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고 팀은 에버턴의 공세에 의해 수비 밸런스가 깨지면서 두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활발했지만 최종 볼 처리가 부족했다(Lively but lacked final ball)"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이청용의 에버턴전 공격 전개가 평소와 달리 저조했습니다. 이청용은 90분 동안 12개의 패스를 연결했는데(8개 성공) 에버턴전 이전까지의 5경기에서 평균 24.2개(총 121개)의 패스를 시도했던 것보다 절반이 부족합니다. 에버턴전에서는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3개의 롱볼을 날렸으나 2개씩이나 부정확하게 날렸습니다. 볼턴이 선 수비-후 역습을 통해 이청용의 빠른 드리블 돌파에 이은 감각적인 패스를 활용하여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청용의소극적인 패스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에버턴전 공격력 부족은 선수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돌리기에는 무리입니다. 이청용은 개인의 공격력 이전에 팀 전술을 충실히 이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죠. 볼턴의 선 수비-후 역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볼턴은 팀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비수들을 골문 밑으로 내리고 미드필더들을 포백과 간격을 좁히면서 적극적인 압박을 펼칩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문전에서 수비에 임하는 장면이 부쩍 많습니다.

이청용도 마찬가지 입니다. 볼턴이 선 수비-후 역습으로 완전히 돌아선 지난달 부터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상대 미드필더의 공을 따내려는 모습이 많아진 것을 비롯, 볼턴 오른쪽 문전 뒷 공간에서 수비수들과 횡 간격을 유지하며 수비에 임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에버턴전에서는 상대 왼쪽 풀백인 레이턴 베인스의 오버래핑을 차단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수비 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볼턴이 경기 초반부터 밀집 수비를 펼치면서 점유율을 버렸던 만큼, 이청용은 공격력보다 수비력에 많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윙어도 수비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이청용이 수비 가담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팀 전술에 따라 공격 60-수비 40, 공격 40-수비 60(%)로 갈라지는 경기 패턴이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청용은 게리 멕슨 전 감독 시절에 수비보다는 공격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 문전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비롯 직접 골까지 넣었습니다. 하지만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는 오언 코일 감독 체제에서는 수비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특히 볼턴의 전술이 최근 밀집수비에 중심을 두면서 이청용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공격보다 수비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그런 이청용의 '수비형 윙어' 역할은 '공격형 윙어'였던 본래 컨셉과 다릅니다. 이청용이 전 소속팀인 FC서울과 대표팀, 그리고 볼턴에서 두각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팀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강렬한 임펙트를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청용에게서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수비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거나, 팀 공격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힘이 풀리는 바람에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단점을 안고 가야 합니다.

또한, 국내 축구 여론은 코일 감독의 이미지를 '볼턴의 롱볼을 짧은 패스 위주로 바꿔놓은 지도자'로 바라봅니다. 볼턴이 코일 감독 부임 이후부터 롱볼에 대한 빈도가 줄어든 것은 맞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이 즐겨쓰는 전술은 선 수비-후 역습 이었습니다. 전 소속팀인 번리에서 쓰던 전술을 볼턴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이죠.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압박을 주문하여 '이청용이 포진한' 측면을 통한 빠른 역습을 노립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압박과 역습을 위해 상대 문전보다는 볼턴 진영이나 하프라인쪽에서 활동 반경을 넓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볼턴의 성적과 밀접합니다. 볼턴은 올 시즌 내내 강등권 위협에 시달렸던 약팀이며 앞으로 남은 7경기에서 강팀을 비롯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을 꿈꾸는 중상위권 팀과의 대결이 많기 때문에 강등 위험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강팀과의 경기에서 뚜렷한 재미를 보지 못했던 볼턴이라면 앞날의 행보가 밝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강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점(수비 조직력) 요소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포백의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드필더들이 짊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청용도 예외없이 팀 전술에 따라야 합니다.

이청용이 지난 1월 27일 번리전 이후 2개월 동안 골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번리전 이전까지 과감한 문전 침투나 동료 선수와의 공격 연결 과정을 통해 직접 슈팅을 날리는 장면을 활발히 연출했고 상대 진영을 활발히 누볐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팀의 역습 과정에서 공을 잡아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이 많지만, 상대 문전까지 파고들며 골 기회를 노리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공격 이전에 수비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지나친 공격가담을 펼치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면 오른쪽 측면 뒷 공간을 공략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슈팅 숫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청용은 지난해 12월 12일 맨시티전 부터 지난 1월 31일 리버풀전까지 10경기에서 슈팅 14개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전 이후에 열린 10경기에서는 슈팅이 5개에 그쳤으며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이청용이 2개월째 골이 없는 이유는 선수 본인의 골 결정력이 아닌, 수비 비중이 커진 팀 전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5골 넣은 이청용은 코일 감독 체제에서 한 골만 넣었습니다.

어쩌면 볼턴에게 남은 7경기 중에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이청용의 골을 기대하기 힘들지 모릅니다. 볼턴이 선 수비-후 역습을 일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코일 감독이 이청용의 과감한 문전 침투를 활용해 골을 넣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이청용의 뒷 공간을 후방 옵션들이 커버하는 전술을 꺼내들면 이청용이 2개월 전 처럼 골을 노리는 경기 운영에 초점을 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청용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했던 지금의 전술에서는 이청용의 골 역량을 키우는 유연성을 코일 감독에게 기대하기 힘듭니다.

결국, 이청용의 골 여부는 코일 감독의 전술에서 판가름 될 것입니다. 수비 60-공격 40의 비중을 두는 이청용의 역할이 수비 40-공격 60(%)로 바뀌면 멕슨 전 감독 시절처럼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집니다. 코일 감독이 이청용의 공격력을 얼마만큼 끄집어내느냐에 따라 선수의 골 여부가 가려질 것이며, 더 나아가 볼턴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가 결정 될 것입니다. 이청용이 골 넣은 5경기는 볼턴이 모두 이겼음을 코일 감독이 인지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