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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리버풀전 '강팀 킬러' 입증할까?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레즈 더비' 리버풀전에서 시즌 3호골을 노리며 맨유의 승리를 이끄는 것과 동시에 '강팀 킬러'임을 증명할 계획입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21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에서 리버풀과 맞붙습니다. 라이벌 대결을 펼칠 맨유와 리버풀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각각 프리미어리그 1위 수성 및 4연패, 리그 4위 진입 및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 획득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외나무 다리에서 앙숙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리그가 앞으로 8경기 남은 가운데, 이 경기에서 패배하는 팀은 충격이 쓰라릴 것입니다.

'강팀에 강한' 박지성, 리버풀전 맹활약 펼칠까?

우선, 통계에서는 두 팀 모두 막상막하 입니다. 역대 전적에서는 맨유가 178전 68승50무60패로 근소한 우세를 점했으나 최근 두 경기에서는 리버풀이 맨유를 4-1(2009년 3월 14일), 2-0(2009년 10월 25일)으로 제압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7승1무2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자랑했습니다. 라이벌전의 특징이 서로 물고 늘리는 대결을 통해 희비가 엇갈렸던 만큼, 맨유와 리버풀의 라이벌전은 통계보다는 두 팀 선수들의 컨디션-경기 집중력 그리고 감독들의 지략대결에서 희비가 엇갈릴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 분위기를 뒤집거나 경기 흐름을 소속팀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는 옵션의 존재감이 이번 라이벌전에서 빛을 발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박지성입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강팀과의 경기에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강팀 킬러'로 끌어 올렸습니다. 팀을 위해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활약을 펼치며 동료 공격 옵션들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 및 골 과정을 엮어 냈습니다. 여기에 특유의 기동력과 강철 같은 체력, 적극적인 압박, 퍼거슨 감독의 전술 운용을 최대화시키는 전술 이해도에 이르기까지 90분 동안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자신의 특징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11일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피를로 봉쇄 성공 및 시즌 2호골을 넣으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경기 종료 후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박지성은 강팀과의 경기때마다 퍼거슨 감독의 전술 역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피를로를 침묵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골을 넣었다"며 박지성이 강팀에 강한 선수라고 치켜 세웠습니다. 그동안 강팀과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의 진가가 꾸준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박지성은 역대 리버풀전에서 좋은 추억을 쌓지 못했습니다. 아스날, 첼시, AC밀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거나 최상의 경기 내용을 발휘했던 경험이 있지만 지금까지 리버풀전에 단 세 경기만 출전했습니다. 2005년 9월, 2006년 2월 두 차례 경기에서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해 각각 1분과 4분만 뛰었죠. 지난해 3월 14일 리버풀전에서는 리버풀 골키퍼 레이나를 통해 페널티킥을 엮으며 도움을 기록했고 활발한 기동력을 뽐냈으나 팀은 1-4로 대패했습니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부상 및 로테이션 시스템 차원에서 결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5일 리버풀전 결장 원인은 무릎 부상 때문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리버풀전은 박지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의 윙어 중에서 가장 좋은 폼을 발휘하는데다 강팀에 강했고, 리버풀의 강점인 빠른 측면 공격을 봉쇄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렌시아가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상대 수비의 밀착 견제에 막히면서 문전 쇄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나니가 기복이 심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패스 정확도가 여전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박지성이 맨유의 윙어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든든한 카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점유율에서 역습 축구로 돌아선 맨유 공격에 있어 박지성의 존재감은 필수입니다. 전방으로 질주하는 움직임과 빠른 타이밍에 의한 전진패스에 강점을 나타내는 선수로서 팀의 역습에 적극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최근에는 동료 선수에게 공을 받아내기 위한 움직임까지 부지런한데다 위치선정까지 절묘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평소보다 볼 터치가 많아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베르바토프의 최전방 고립을 줄이고 루니가 골에 집중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역습 축구에서 빛나는 박지성의 진가라면 리버풀전 맹활약이 기대됩니다.

또한 박지성의 최근 폼은 그야말로 절정입니다. 맨유가 역습 축구로 전환했던 지난 1월 24일 헐 시티전 이후부터 원래의 기량을 되찾으며 자신감을 되찾았고, 아스날-AC밀란-풀럼전 공격 포인트 및 애스턴 빌라와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팀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쳐 팀 전력의 중요 옵션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물 오른 경기력을 발휘했던 박지성이 리버풀전에서 맨유의 승리를 이끈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엄청난 탄력을 얻을 것입니다.

박지성은 리버풀전에서 윙어를 맡을 것입니다. 리버풀이 좌우 풀백을 맡는 인수아-존슨의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좌우 윙어를 담당하는 바벨-카윗의 문전 침투가 파괴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는 상대 측면 공격을 봉쇄하는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리버풀 측면 공격을 차단하면 그 즉시 역습을 주도하며 상대 측면 옵션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나타낼 것입니다. 그동안 강팀과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 조 콜, 조세 보싱와(이상 첼시) 같은 상대 공격의 젖줄들을 봉쇄했던 경험이 즐비한 만큼, 그 노하우를 리버풀전에서 맘껏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시즌 3호골도 기대됩니다. 아스날-AC밀란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기 때문에 리버풀이라는 또 다른 강팀에 대한 골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죠. 인수아-존슨의 약점이 지나친 공격 가담으로 상대 측면 옵션에게 뒷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박지성의 측면 돌파가 용이하게 진행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박지성이 동료 공격 옵션들과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통해 골 기회를 노리거나 아니면 지난 아스날전 처럼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상대 골망을 조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은 3월에 강합니다. 맨유 입단 후 터뜨린 14골 15도움 중에 6골 5도움을 3월에 쏟아냈기 때문에 리버풀전 공격 포인트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강팀과의 경기에 강했던 박지성이라면 리버풀전 활약을 믿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