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태극 전사와 낭자들의 선전에 환호하는 사이, 이번 주말 K리그가 개막합니다. 오는 27일 정규리그 7경기 팡파르와 함께 K리그 최강자를 향한 힘찬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오프 시즌에 저마다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팬들을 위해 땀방울을 흘리며 경기력을 단련한 선수들의 각오가 비장할 것이며 코칭 스태프, 구단 프런트, 프로축구연맹 및 기타 K리그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이들에게 있어 K리그 개막은 바로 'D-Day' 입니다.
하지만 K리그 개막은 대중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이 K리그가 아닌 동계 올림픽에 초점이 모아있기 때문이죠. 오는 26일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 프리 경기, 27일 쇼트트랙 메달 레이스 및 스피드 스케이팅 단체 추발 경기가 예정되었기 때문에 K리그보다는 동계 올림픽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이 고조 될 것입니다. 27일 저녁 TV 스포츠뉴스에서도 K리그보다는 동계 올림픽 소식이 메인으로 보도 될 것이 분명한 현실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K리그 개막의 전초전 성격을 가진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1차전 경기는 방송사에서 생중계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방영했던 SBS 스포츠 같은 경우, 올해도 중계권을 가졌으나 동계 올림픽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편성에서 제외했습니다. KBS와 MBC는 SBS와 더불어 중계권이 있지만(독점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동계 올림픽 중계권이 없음에도 다른 프로에 밀려 편성에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이 오는 23~24일에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려면 경기장에서 직접 관전하거나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외국 방송국의 생중게를 들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K리그의 인기하락은 K리그 구성원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 '그들만의 리그'라는 대중들의 편견이 쌓였기 때문이죠. K리그 구성원들은 부정하겠지만, K리그를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차갑고 냉정합니다. 그날 K리그 경기가 재미있었다, 관중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입 소문을 퍼뜨리더라도 대중들의 마음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K리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들이 그동안 너무 많이 누적되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K리그는 흥행 부진-TV 중계 부족-스폰서 부재라는 악재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불과 몇 해전까지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K리그에 대한 관심을 갖자. 꼭 경기장을 찾자'는 여론의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그래서 붉은악마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CU @ K리그'라는 카드섹션을 내걸며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을 K리그에 뿌리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은 끝내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일 월드컵 이후 K리그 경기장에 구름같은 관중들이 운집했으나, 김남일-안드레 트러블 및 선수와 심판의 잦은 판정 충돌, 부산 아시안게임 부진이 빌미가 되어 그해 후반기에 거품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흔히 K리그는 월드컵 이후에 흥행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K리그의 르네상스기가 찾아왔고 4년 뒤 한일 월드컵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에는 K리그에 '월드컵 효과'가 없었습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대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을 비롯 경기 내용도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유럽축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본격화된 시점이어서(박지성&맨유 열풍이 결정타), K리그의 인기는 유럽축구에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K리그와 유럽축구가 비교되면서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들이 대중들에게 퍼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K리그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대중들의 관심은 스타에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스타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것입니다. 그런데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와 공격수들 중에서 K리거로 활약하는 선수는 김정우 한 명에 불과합니다.(아시아 최종예선 주전 스쿼드를 기준으로) 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으로 짜인 한국 축구의 F4는 모두 유럽에서 뛰고 있고, 박주영의 파트너인 이근호는 일본에서 활약 중이니, 대중들의 관심은 해외파에게 집중도기 쉽습니다. 물론 수비수와 골키퍼를 향한 여론의 주목이 없지 않겠지만, 후방 포지션은 전방 포지션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프로리그가 흥행 성공하려면 스타의 존재감이 필수 옵션입니다. 프로야구가 스타들을 끝없이 생산하며 흥행 성공을 거듭중인 반면, 프로농구는 스타 기근에 시달리며 예전 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구 대잔치 열풍의 화룡정점이었던 '37세' 이상민이 여전히 올스타 투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프로농구가 신진 스타 발굴에 소홀했음을 의미합니다. K리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르네상스 시절에는 고종수-이동국-안정환-김은중이라는 꽃미남 F4가 있었고 4년 뒤에는 김남일이 '아시아의 베컴'이라는 수식어로 여성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K리그에서는 예전의 김남일 같은 전국구 스타를 찾기 힘듭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을 비롯한 유럽파들이 메스컴의 메인 뉴스메이커로 꾸준히 이름을 오르내렸기 때문이죠. 물론 K리그에는 이동국이나 설기현 같은 스타들이 있지만 대중들의 신선한 관심을 끌려면 프로야구의 김현수-임태훈-김광현-류현진처럼 젊고 싱싱한 스타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쌍용(이청용-기성용)'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 없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스타 탄생의 관건은 미디어입니다. K리그에 대한 지속적인 미디어 노출을 통해 K리그의 부흥을 이끌 수 있는 인기 스타를 길러내야 합니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 K리그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K리그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돌파구는 미디어입니다. 그래서 TV 중계권이 민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10시즌 개막이 4일 남은 현재, K리그 중계권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지난해처럼 생중계를 통해 시청할 기회가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송사들의 중계는 프로야구가 우선 순위에 있기 때문입니다.(이제는 일본 프로야구까지) 그래서 녹화 중계와 후반전 중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끊이지 않을 것이며 결방 횟수가 빈번할지 모를 일입니다.
결국 K리그가 흥행 성공하려면 모든 악조건을 뒤로 하고 상품의 퀄리티를 높이도록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경기력입니다. 선수는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력을 선사하고,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골 넣는 공격축구 전술을 구사하며 축구의 화끈함을 보여주고, 프런트는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심판은 잘못된 판정을 줄이고,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 전면적인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해 포항이 '스틸러스 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던 것 처럼, 이제는 다른 구단들도 분발해야 합니다.
만약 K리그의 퀄리티가 부쩍 커지면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며 K리그 판도를 뒤흔들 대형 스타들이 배출 될 날이 올 것입니다. K리그의 경기력 향상 및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곧 'K리그는 재미없다'는 대중들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K리그에 대한 관심을 관중 유치에 대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K리그를 꾸준히 생중계 하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입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K리그가 대중들에게 스스로 인정 받으려면 상품의 가치를 키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K리그 개막 날짜는 2월 27일 토요일 오후 입니다"라는 홍보가 전제 되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