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애스턴 빌라와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맨유의 우승을 이끌겠다는 각오입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다음달 1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웸블리에서 열리는 2009/10시즌 잉글리시 칼링컵 결승전 애스턴 빌라전에서 대회 우승을 노립니다. 지난 시즌 칼링컵 결승전 토토넘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맨유는 애스턴 빌라전 승리로 대회 2연패에 성공합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을 꿈꾸고 있는 만큼, 칼링컵 우승은 다관왕을 향한 첫 시작이 될 것입니다.
맨유, 루니가 고립되면 우승 힘들다
우선, 맨유는 전통적으로 애스턴 빌라에 강합니다. 2000년 이후 애스턴 빌라에게 총 4골만 허용한데다 지난해 12월 13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0-1로 패하기 이전까지는 홈에서 26년 동안 패하지 않았습니다. 2007/08시즌 3경기에서는 총 10골을 넣었고 그 중에 5골이 웨인 루니의 몫이었습니다. 애스턴 빌라의 홈 구장인 빌라 파크에서는 맨유가 1995/96시즌 이후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칼링컵 역대 전적에서 애스턴 빌라에 1승1무4패로 밀렸지만 모든 컵 대회 전적은 맨유가 11승1무6패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올 시즌 애스턴 빌라와의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3일 홈에서 0-1로 패했고 지난 11일 원정에서는 1-1로 비겼습니다. 애스턴 빌라에게 허용당한 2실점은 상대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장면들이며, 원정에서 1골 넣고 비길 수 있었던 것은 제임스 콜린스의 자책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동안 애스턴 빌라전에서 골을 터뜨리거나 왕성한 활동량을 발휘했던 루니는 상대 수비진의 협력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공격력을 뽐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에스턴 빌라는 최근 12경기 연속 무패(7승5무)를 달리고 있어 맨유가 어려운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맨유는 애스턴 빌라전에서 루니의 득점력을 키우는 전술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그동안 수비력이 강한 팀들과의 경기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선발에서 제외되고 루니가 원톱에 포진하는 4-2-3-1 포메이션이 유력합니다. 루니의 뒷 공간을 받쳐줄 선수로는 박지성-발렌시아로 짜인 측면 콤비가 나설 것이며 중원과 측면 사이의 공간에서 대런 플래처 또는 폴 스콜스가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루니가 골을 터뜨리지 못하면 맨유의 애스턴 빌라전 승리 및 칼링컵 우승 행보가 어려워지는 만큼, 박지성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측면에서 자기 몫을 다해야 합니다.
맨유가 오른쪽 윙어의 페너트레이션을 통해 역습을 펼치는 전술은 애스턴 빌라도 읽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일 에버턴전에서 발렌시아의 드리블 돌파를 위주로 하는 전술이 상대팀에 읽히면서 1-3 패배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죠. 애스턴 빌라는 미드필더를 수비 라인과 가까이 붙여 수비 압박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팀인 만큼, 또 다시 발렌시아에 의존하면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것이 분명합니다. 루니가 최전방에 고립되는 현상을 방지하려면, 발렌시아가 중앙까지 커버하며 루니-플래처(또는 스콜스)와 끊임없는 연계 플레이를 주고받아 문전 침투를 노리고 박지성이 상대팀 옵션을 자기쪽으로 끌어내려 루니의 압박 부담을 덜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맨유는 올 시즌 내내 끊이지 않았던 수비 불안을 애스턴 빌라전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조니 에반스가 급격한 수비력 저하를 나타내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공개적인 질책을 받았습니다. 네마냐 비디치가 지난 24일 웨스트햄전에서 복귀하면서 팀의 3-0 완승에 힘을 실어준 것이 맨유에게 위안거리 입니다. 하지만 비디치는 잦은 부상으로 예전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고 상대팀의 빠른 공격수들에게 고질적으로 취약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만약 비디치가 애스턴 빌라 역습의 화룡정점인 가브리엘 아그본라호르를 봉쇄하지 못하면 맨유의 우승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박지성, 3년전의 추억을 되살려라
무엇보다 박지성에게는 애스턴 빌라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지난 2007년 1월 21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전반 11분 상대팀 골키퍼가 게리 네빌의 크로스를 걷어낸 것을 세컨슛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2분 뒤에는 박스 정면에서 마이클 캐릭의 추가골을 엮어내 도움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좌우 측면을 골고루 휘젓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맨유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려, 경기 종료 후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양팀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물론 당시의 박지성 맹활약은 맨유가 애스턴 빌라에게 확고한 우세를 점했던 시절의 이야기 였습니다. 지금의 애스턴 빌라는 마틴 오닐 감독의 치밀한 전술 능력을 바탕으로 예전보다 견고해졌고 올 시즌 맨유전 1승1무를 기록해 맨유의 승점 자판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습니다. 애스턴 빌라가 1-0으로 승리했던 지난해 12월 13일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선발 출전했으나 점유율 축구 적응 미숙으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맨유가 칼링컵 결승전에서 애스턴 빌라를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으려면 박지성의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박지성은 루이스 나니의 징계, 라이언 긱스의 부상 여파로 애스턴 빌라전에 선발 출전할 것입니다. 그동안 중요한 경기에서 강인한 경기력을 발휘했던 내공이 충만하기 때문에 애스턴 빌라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루니가 올 시즌 두 번의 애스턴 빌라전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문제점을 노출했고 발렌시아가 맨유의 페너트레이션을 주도하기에는 드리블 패턴이 단조롭고 왼발을 잘 쓰지 못하는 단점 요소가 있어, 헌신적인 플레이와 순간적인 예측 불허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박지성의 진가가 웸블리에서 빛을 발해야 합니다.
맨유는 이번 애스턴 빌라전에서 점유율이 아닌 역습 축구를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 상대팀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점유율에 초점을 맞추는 전술을 구사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의 견고한 수비를 흔드는 역습으로 맞설 것입니다. 종적인 움직임과 종패스에서의 강점을 앞세워 역습 전술에서 능동적인 자세를 나타내는 박지성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죠. 특히 큰 경기에서는 측면을 통한 역습을 즐겨 구사했기 때문에 박지성에게 전술적으로 기댈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맨유의 수비 불안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애스턴 빌라가 좌우 풀백들의 넓은 공간 커버를 앞세워 좌우 윙어들의 빠른 역습을 즐겨 구사하는 팀이기 때문에, 박지성의 수비 가담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약 박지성이 쿠에아르(루크 영)-다우닝으로 연결되는 상대 오른쪽 옵션들의 패스를 끊거나, 쿠에라르를 상대로 매끄러운 전방 압박을 펼치면 왼쪽 측면에서 경기 흐름 장악에 성공할 것입니다. 역습에 강하고, 수비에도 강한 박지성의 활약상이 맨유의 우승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이어질지 축구팬들의 시선은 웸블리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