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이 일주일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1-3 패배에 이어 첼시전에서도 0-2로 패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맨유전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첼시 원정에서 또 다시 재발되고 말았습니다. 아스날은 8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첼시 원정에서 0-2로 패했습니다. 전반 8분과 22분에 디디에 드록바에게 두 번이나 골 기회를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죠. 점유율에서 58-42(%), 패스 시도에서 502-323(개, 패스 성공 : 404-264)로 확고한 우세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서 14-13(유효 슈팅 2-5)을 기록했지만 상대의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로써 아스날은 첼시전 패배로 리그 3위(15승4무6패, 승점 49) 자리를 그대로 지켰습니다. 지난달 21일 볼턴전 4-2 승리를 거둘때까지 리그 선두였으나 27일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0-0으로 비겼고 그 이후 맨유-첼시에게 모두 패하면서 3위로 주저 앉았습니다. 이제는 선두 첼시(18승4무3패, 승점 58)와의 승점 차이가 9점으로 벌어지면서 리그 우승을 위해 4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리그 1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꾸준히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하면 2003/04시즌 무패 우승 이후 6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할 것입니다. 아스날, 불안한 수비 집중력이 문제다 우선, 아스날은 지난해 11월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습니다. 드록바에게 두 골을 내줬던 것이 패인이었죠. 특히 드록바는 이번 경기 이전까지 최근 9번의 아스날전에서 10골을 넣는 '아스날 킬러'의 저력을 선보였던 선수였습니다. 2004/05시즌 첼시로 이적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즌이 바로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인연이 멀어지기 시작한 때입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드록바의 공격을 철저히 봉쇄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드록바를 대처하는 아스날의 불안한 수비 집중력이 패배의 원인이 됐습니다. 드록바의 두 골 과정은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들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장면들 이었습니다. 전반 8분 선제골 상황에서는 송 빌롱이 드록바와 문전에서 경합했는데, 시선을 존 테리의 헤딩패스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크맨을 놓쳤습니다. 그런 드록바는 노마크 상태에서 골문 가까이에 자리잡아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송 빌롱이 한 순간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면 드록바의 선제골을 막아낼 수 있었고 초반부터 기선 제압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반 22분 드록바의 두 번째 실점에서도 아스날의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램퍼드가 첼시 진영에서 아스날 진영으로 빠르게 드리블 돌파를 하는 과정에서 아스날의 포백 수비수들이 램퍼드를 막는데 급급했습니다. 그래서 램퍼드는 자신의 오른쪽에서 노마크 상태에 있었던 드록바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드록바는 페인팅에 이은 대각선 돌파로 클리시-베르마엘렌을 제치고 골망을 갈랐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클리시의 수비 판단 및 위치선정이 미흡했습니다. 램퍼드를 막기 위해 활동 반경이 앞쪽으로 쏠리다보니 드록바에게 돌파 공간을 내줬죠. 그래서 드록바를 막기 위해 뒷쪽으로 빠르게 내려갔지만 흐트러진 무게중심 때문에 상대의 공을 빼앗는데 실패했습니다. 드록바를 막지 못했던 클리시는 지난 맨유전에서 루이스 나니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빠른 주력과 끈끈한 압박, 넓은 활동 반경이 강점이었던 클리시의 폼이 맨유-첼시전에서 완전히 떨어지고 말았죠. 부상 후유증이 주 원인이지만 문제는 자신의 부진이 아스날의 침체 원인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아스날과 상대하는 팀들은 클리시의 수비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하며, 오는 11일 아스날과 맞붙는 리버풀이 그 약점을 노릴 것입니다.(참고로, 리버풀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서 5승2무에 1실점만 허용하는 짠물수비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미드필더들의 수비 상황 판단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첼시의 공격 옵션들이 아스날 진영쪽으로 빌드업을 엮어내는 과정에서, 아스날 미드필더들이 전열을 구축하는 속도가 느렸습니다. 공격 위주의 움직임을 펼치다보니 수비로 전환하는 상황이 느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디아비-파브레가스는 일찌감치 전방 압박에 실패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송 빌롱은 '고질적인 문제점인' 투쟁적인 자세로 몸싸움을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다보니, 포백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잦은 실점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맨유전에서도 드러났던 문제점입니다.그런 아스날은 올 시즌 리그 25경기에서 60골에 30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첼시(60골 20실점)-맨유(61골 20실점)와 골 숫자가 비슷하지만 문제는 두 팀에 비해 실점이 1.5배 더 많습니다. '수비가 강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축구의 지론처럼, 아스날은 리그 우승을 달성하기에는 수비에서 리스크가 컸고 그 약점이 첼시전에서 그대로 증명됐습니다. 로빈 판 페르시의 부상으로 확실한 킬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는 수비 문제도 돌아봐야 합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승이 힘들어집니다. 킬러 없는 아스날, 벤트너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현실 아스날의 문제점은 수비 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점유율과 패스 시도에서 확고한 우세를 점했음에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맨유전에서도 그랬습니다. 전반 30분 알무니아의 자책골 이전까지는 맨유가 아닌 아스날의 공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것은 활발한 공격 기회를 확실하게 골로 매듭 지어줄 킬러의 부재가 컸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판 페르시의 부상 공백이 컸지만 나스리-아르샤빈-월컷(로시츠키)를 전방에 세우는 4-3-3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첼시전에서는 좌우 윙 포워드를 맡은 나스리-월컷의 공격력 저하가 두드러졌습니다. 나스리는 문전 바깥에서 안쪽으로 연결되는 패스, 문전 안에서 시도한 패스가 총 9개였는데 그 중에 8개를 동료 선수에게 부정확하게 연결했습니다. 월컷은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킬러인 애슐리 콜에게 속수무책으로 견제 당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후반 중반에 교체되기까지 패스 시도가 14개(9개 성공)에 불과할 만큼 공격의 활발함이 부족했습니다. 월컷을 대신하여 조커로 투입된 로시츠키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두 윙어의 침체는 아르샤빈의 최전방 고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아르샤빈은 지난 맨유전처럼 왼쪽과 중앙을 부지런히 움직이기보다는 활동 반경을 골문쪽으로 고정된 자세를 취했습니다. 문제는 아르샤빈 혼자서 상대팀의 센터백인 테리-카르발류를 넘기에는 파워와 공중볼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아르샤빈은 자신의 강점인 빠른 민첩성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과 골키퍼 체흐를 흔들어낼 심산이었으나 골과 관련된 결정적인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아스날이 활발한 공세 속에서도 유효 슈팅이 2개에 그쳤던 근본적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르샤빈은 골잡이가 아닌데다 타겟 역량이 약합니다. 최근 3개월 동안 4-3-3의 중앙 공격수를 소화한 것은 판 페르시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방편일 뿐입니다. 문제는 아스날이 아르샤빈의 고질적인 약점을 인지했음에도 1월 이적시장에서 킬러 본능이 뛰어난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아스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마루앙 샤막(보르도)을 비롯해 칼튼 콜(웨스트햄) 루이 사아(에버턴) 앙드레 피에르 지냑(툴루즈) 에딘 제코(볼프스부르크) 같은 골잡이들이 아스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으나 결국 영입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스날이 킬러를 보유하지 않는 이유는 부상에서 복귀한 벤트너에게 믿음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193cm의 장신으로서 공중볼을 따낼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출중하며 피지컬도 탄탄하기 때문에 타겟맨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초반 오른쪽 윙 포워드로 뛰었을 만큼 빠른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수를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물론 컨디션이 좋을때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단점을 고치지 못한데다 골 결정력 불안으로 킬러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벤트너는 첼시전에서 후반 중반에 투입되면서 4-3-3의 중앙 공격수로 뛰었고 아르샤빈은 본래 자리인 왼쪽 윙 포워드로 내려갔습니다. 아스날이 킬러 부재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그동안 조용했던 벤트너의 골 감각이 빛을 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벤트너가 출중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후방 공격 옵션들에게 문전 침투에 이은 골 기회를 밀어줘야 합니다. 문제는 그동안 실수가 잦았던 벤트너에게 중책을 기대하기에는 불안함이 가중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벤트너의 포텐이 터지지 않으면,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과정이 험난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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