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29일 남아공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인을 선정한 뒤 다음달 중순 최종 엔트리 23인을 확정지을 계획입니다. 이번달 말에 최종 엔트리가 결정 될 예정이었으나 검증된 옥석을 가리기 위해 기량 및 컨디션을 더 살펴보고 날짜를 늦추는 방안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를 장담할 수 없는 선수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죠. 함께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도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마음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조투소' 조원희(27, 수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원희의 남아공행,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조원희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본선 3경기에 뛰지 못했습니다. 당시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으나 측면 수비력이 약한 문제점을 이기지 못해 토고전에서 송종국, 프랑스-스위스전에서 이영표에 밀려 벤치를 지켰습니다. 이듬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하여 2008년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을 통해 K리그 최고의 홀딩맨으로 거듭났고 그 이후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 활용되면서 기성용과 찰떡궁합 호흡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위건 소속이었던 지난 1월 수원 임대를 택한 것은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겠다는 메시지와 일치합니다. 위건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더니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전에서의 극심한 부진으로 전반 36분 질책성 교체되었기 때문에 대표팀 합류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차범근 수원 감독의 복귀 요청까지 맞물리면서 꾸준한 경기 출전을 위해 K리그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중시하는 만큼, 조원희는 수원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허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조원희는 지난 2월 27일 전북과의 개막전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을 넣은 자신감에 힙입어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끈끈한 대인마크와 적극성에서 비롯된 세밀한 커팅 실력을 뽐내며 위건에서의 실전 경험 부족을 메우는데 성공했습니다. 특유의 순발력이 되살아났고, 투철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중원을 폭 넓게 커버했고, 주닝요와의 척척 맞는 호흡을 통해 패스를 전개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조원희의 분전과 달리 수원이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린다는 점입니다. 수원이 거의 매 경기에서 2~3실점을 허용하는 원인은 수비수들의 안이한 위치선정과 매끄럽지 못한 커버 플레이, 느슨한 대인마크에서 비롯되었고 특히 서울전에서는 골키퍼 이운재의 실수도 한 몫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원은 2승5패로 K리그 12위에 미끄러졌는데, 이러한 행보는 조원희의 대표팀 합류가 타당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팀의 조용형-강민수 센터백 조합이 지난해 K리그 14위 팀 제주의 센터백이라는 이유로 축구팬들에게 과소평가 되었던 것 처럼(강민수는 현재 수원 소속) 조원희도 수원 성적 때문에 과소평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원희가 수비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선전하는 이유는 수원의 3선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수원은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의 종 간격이 다른 팀들보다 길으며 그 폭을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원과 상대하는 팀들은 측면 공격을 통해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간파하는 전략을 썼는데 특히 전북-서울-성남이 그 작전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조원희가 버티는 중앙에서의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 약점 찌르기에 초점을 맞췄죠. 조원희의 남아공행이 힘든 이유를 수원 성적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조원희의 남아공행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신형민이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허정무호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중앙 미드필더 4명을 기용할 수 있는데(김재성은 오른쪽 윙어 자원) 기성용-김정우-김남일은 사실상 확정이고 조원희와 신형민 중에 한 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형민은 올해 초 대표팀에서 김정우와 함께 빠른 판단력과 부지런한 움직을 앞세운 궂은 일을 도맡으며 A매치 3경기에서 21개의 패스를 차단했고 특히 일본전 3-1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최근 포항에서는 공격 가담이 늘어나면서 부지런한 모습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형민의 오름세는 조원희의 남아공행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자신과 같은 컨셉의 홀딩맨인데다 일본전 맹활약을 통해 허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파리아스 전 포항 감독에 의해 기량이 부쩍 성장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디딤돌 역할을 했었고 그 여세를 몰아 대표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더니, 그 자신감이 올 시즌 포항에서의 활발함으로 이어져 남아공행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국제 경기 경험 및 기성용과의 호흡에서는 조원희가 한 수 위에 있지만, 신형민의 무한성장이 허정무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성용이 셀틱에서 잦은 결장을 거듭하며 실전 경험이 떨어졌다는 점은, 기성용과 비슷한 컨셉인 구자철의 남아공행이 설득력을 얻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김정우가 대표팀의 홀딩맨으로 굳어진 현 시점에서는 기성용 백업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 됐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언론을 통해 기성용에 대한 거듭된 신뢰를 내비치고 있지만, 선수 본인이 원래의 폼을 되찾지 못하면 또 다른 선수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만약 구자철이 합류하면 조원희-신형민이 최종 엔트리에서 떨어지는데, 대표팀 중원이 지금까지 기성용 중심 체제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구자철 합류가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조원희의 남아공행은 다음달 16일 A매치 에콰도르전 활약 및 컨디션에서 결정 될 것입니다. 허정무호가 예비 엔트리에 포함 된 선수들을 불러 모아 훈련을 한 뒤 에콰도르전을 치르고 그 이후에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기 때문에 조원희에게 에콰도르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비엔트리 30인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에콰도르전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원에서 얼마만큼 꾸준한 폼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남아공행에 대한 명분을 얻을 것입니다.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어 남아공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조투소' 조원희(27)가 1년 만에 다시 수원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조원희는 지난해 3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에서 입단 테스트 끝에 이적에 성공했으나 종아리 부상 및 주전 경쟁 탈락의 이유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위해 꾸준한 경기 출전이 불가피했고 친정팀 수원에서 1년 동안 무상 임대 자격으로 뛰게 됐습니다.

조원희의 수원 임대는 씁쓸한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조원희의 수원 임대는 선수 본인의 경기 감각 회복과 기량 향상의 키울 수 잇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조원희의 K리그 유턴은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허정무호와 올 시즌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는 수원 삼성 전력에 플러스 효과를 안겨줄 것입니다.

우선, 조원희의 복귀는 허정무호에 반가운 소식입니다. 조원희는 위건에서의 벤치 신세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전 부진으로 전반 34분 0-1로 뒤진 상황에서 질책성 교체 당했습니다. 하지만 조원희가 수원에서 경기 감각을 키우고 예전의 실력과 투철한 승부근성을 되찾으면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원희가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임을 상기하면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공헌할 수 있는 존재로 부각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원희 효과'를 제대로 누릴 팀은 바로 수원입니다. 수원이 조원희를 1년 임대로 데려왔고 차범근 감독이 적극적인 복귀 요청을 했던 것은 올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수원은 조원희 효과로 2007년 정규리그 초반에 부진했던 성적을 후반기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고 이듬해 더블 우승(정규리그, 하우젠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원희가 지난해 초 위건으로 이적하면서 수원의 중원은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시즌 정규리그 10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으로 K리그 명문의 이미지를 잔뜩 구기고 말았습니다.

사실, 조원희가 위건에 진출할 수 있었고 홀딩맨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원과 차범근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원희는 2007 시즌 중반까지 양상민-송종국과의 풀백 경쟁에서 밀렸던 벤치워머이자 일본 J리그 진출을 고려했으나 시즌 중반 김남일(톰 톰스크)이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로 빠지면서 마침내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풀백에서 홀딩맨으로 변신하는 모험은 결국 성공적으로 끝났고 수원은 조원희의 중원 장악에 힘입어 정규리그에서 오름세를 거듭했고 한때 성남을 제치고 1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그런 조원희가 위건에서 친정팀 수원에 복귀한 이유는 재기를 향한 새출발을 하는데 있어 최상의 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수원이라면 적응 문제가 없고 2008시즌까지 팀의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차범근 감독은 2년 전 주전 경쟁 탈락으로 방황하던 자신의 성공을 도와주었던 지도자입니다. 위건에서 꾸준한 경기 출전에 실패하여 경기 감각을 되찾기에는 차범근 감독의 힘이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차범근 감독이 자신의 복귀를 원하며 직접 잉글랜드로 이동해 만났던 사실은 수원 복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조원희를 임대로 데려온 수원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전력 보강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수비 보강을 위해 오재석과 양준아 같은 대학 축구에서 걸출한 수비력을 뽐냈던 신인들을 영입했고 배기종-박현범을 제주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통해 강민수-이동식을 데려왔습니다. 여기에 조원희까지 무상임대로 영입하면서 수비 보강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원희를 무상임대로 데려온 것은 재정 상황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수원에게 큰 힘이 되었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수원은 2009 시즌 초반 조원희 공백으로 불안한 수비력을 일관했습니다. 중원에서 조원희의 홀딩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 없이 경기 내내 중원 장악 실패에 따른 수비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안영학이 컨디션 난조로 벤치를 지켰고 박현범-송종국의 폼이 떨어졌던 시기여서 조원희의 존재감을 부추겼습니다. 그래서 수원 미드필더들은 조원희 부재로 경기 장악에 실패했고 짧은 패스보다 롱볼 위주의 공격을 펼쳐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반복되었던 배경도 이 때문 이었습니다.

여기에 수원은 2009 시즌 종료 후 안영학을 잃으면서 중원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홀딩맨이 없습니다. 물론 이동식이라는 또 다른 홀딩맨을 얼마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으나 국제 경기 출전 경험이 적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원이 조원희 카드로 중원을 강화한 것은 K리그를 비롯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칼을 빼든 것입니다. 조원희는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일본-중국-중동 미드필더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아우라와 실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원은 K리그 우승도 중요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가 절실합니다. 차범근 감독 체제하에서 2005년과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데다 2002년 이후로 아시아 제패한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때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손꼽혔고 세계 정상급 축구 클럽 반열에 포함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수원으로서는 AFC 챔피언스리그를 중요시 여깁니다. 만약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 '팬들에게 경질 논란 겪었던' 차범근 감독의 입지가 불안해지는 만큼, 차 감독으로서도 조원희 영입이 절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수원의 '조원희 효과' 여부입니다. 조원희가 복귀하면서 팀의 불안 요소였던 중원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료 선수들이 그 이점에 힘입어 팀의 승리를 위해 열의를 다하지 않는다면 조원희 효과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 시즌 성적 향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이며 노련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우수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성공하여 그 효과가 뿌리내리면 아시아 정복을 향한 수원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올 시즌 한국인 선수 첫번째 맞대결이 성사 되었습니다. 그것도 두 명의 한국인 선수가 나란히 풀타임 선발 출전하여 코리안 더비 대결 구도가 완벽하게 형성 됐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과 '조투소' 조원희(26, 위건)가 그 주인공 이었습니다.

박지성과 조원희는 31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위건의 2009/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경기에 풀타임 선발 출전했습니다. 박지성은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돕는 이타적인 활약을 펼쳤고 조원희는 전반전에 부진했으나 후반들어 경기력이 회복되어 인상적인 경기 내용을 펼쳤습니다. 그동안 한국인 선수의 맞대결이 완벽하게 성사된 전례가 많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두 선수의 맞대결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모아졌을 것입니다.

경기는 맨유의 5-0 대승으로 끝났습니다. 전반 28분 웨인 루니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32분 마이클 캐릭, 45분 하파엘 다 실바, 후반 5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30분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골로 대량 득점 승리했습니다. 맨유는 위건과의 슈팅 숫자에서 23-11(유효 슈팅 11-3), 점유율 63-37(%)의 확고한 우세를 점하여 2009년 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아울러 맨유는 위건전 승리로 1위 첼시를 승점 2점(첼시 : 45, 맨유 43) 차이로 추격하여 선두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박지성 맹활약, 조원희 부진 뚜렷했던 전반전

맨유는 위건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맨유는 쿠쉬착을 골키퍼, 에브라-비디치-브라운-하파엘을 포백, 박지성-캐릭-플래처-발렌시아를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를 투톱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조원희는 위건의 4-1-4-1 포메이션에서 샤르너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의 원톱인 로다예가를 보조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토마스보다 윗 공간에 포진했습니다.

경기 초반 기선 제압을 잡은 팀은 맨유입니다. 캐릭-플래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안정적인 볼 관리를 앞세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주로 오른쪽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플래처와 발렌시아가 오른쪽 공간을 활발하게 파고들고 루니가 박스 바깥 오른쪽에서 미드필더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전방으로 과감하게 침투했습니다. 특히 루니는 7분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격을 전개하고 9분에는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발렌시아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등 맨유의 공격 옵션들이 상대 수비진을 흔들기 위해 좌우 공간을 흔드는데 집중했습니다.

박지성의 초반 몸놀림은 좋았습니다. 왼쪽 윙어이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고 동료 선수에게 연결해 팀의 점유율을 높이려고 했으며 왼쪽 측면에서의 돌파 과정에서는 몸놀림이 가벼웠습니다. 특히 루니가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할 때 근처에서 빈 공간을 창출하여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반면에 조원희는 팀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공격적인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25분 백패스를 부정확하게 연결하여 옆줄아웃 되는 등 공격력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수비 상황에서는 캐릭-플래처의 패스 물줄기를 차단하지 못해 맨유에게 공격 기회를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조원희를 비롯한 위건 미드필더들의 중원 장악 실패는 맨유가 점유율 축구 속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요인이 됐습니다. 특히 맨유 미드필더들의 패스는 주로 루니쪽으로 쏠렸습니다. 루니는 최전방과 미드필더진을 활발히 오가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18분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고 1분 뒤 박스 왼쪽 안에서 날린 슈팅이 골대를 맡고 나왔습니다. 20분에는 베르바토프가 후방에서의 롱볼을 박스 정면에서 받아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발에 타점이 빗맞아 공이 골대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이러한 맨유의 공격적인 흐름속에 위건의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조원희-샤르너로 짜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했으나 상대 공격의 예봉을 끊기 위한 압박이 느슨했고 동료 선수와의 간격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위건 진영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고 마침내 전반 중반에만 두 번이나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28분 루니가 발렌시아 전진 패스에 이은 하파엘의 크로스를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로 꺾어차면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32분에는 캐릭이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발렌시아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추가골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캐릭의 골은 박지성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루니와 문전으로 쇄도하여 상대 수비의 혼란을 야기시켰고 그 과정에서 발렌시아의 공간 돌파가 이루어졌고 캐릭이 슈팅 타이밍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박지성은 움직임을 넓게 벌리며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쳐 점유율 확보에 주력했고 43분 중원에서 빠르게 돌진하여 빌드업을 전개하며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2분 뒤에는 하파엘이 플래처의 전진패스를 받아 360도 턴 동작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제치고 왼발 추가골을 넣으며 맨유가 3-0 리드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반면 조원희는 41분 박스 왼쪽 바깥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강하게 날렸으나 공이 너무 윗쪽으로 떴습니다. 맨유의 선제골 이후에는 41분 중거리 슈팅 이외에는 두드러진 활약이 없었으며 자신의 장점인 수비력과 공간 차단에서도 캐릭-플래처에게 밀리면서 위건의 전반전 3실점을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조원희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은 위건 포백가 너무 뒷쪽으로 내려가면서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경기 출전 기회가 적었던 조원희가 동료 선수들과 밸런스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조원희의 경기력 회복 인상적이었던 후반전

맨유는 후반전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습니다. 5분 베르바토프가 박스 정면에서 발렌시아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가벼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기록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노마크에서 슈팅을 날린것은 위건 수비수들이 직접 견제에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도 떨어졌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의 골 과정에서는 발렌시아의 오른쪽 크로스 타이밍과 정확도, 센스의 3박자가 모두 뛰어난 장면이었습니다. 발렌시아는 맨유의 첫번째와 두번째, 네번째 골 과정에 기여하며 친정팀 위건을 울렸습니다.

4-0으로 리드한 맨유는 패스와 빌드업의 타이밍을 늦추며 과도한 체력 소모를 방지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공격 타이밍만 늦췄을 뿐 안정된 수비 밸런스를 앞세워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는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패스에 초점을 맞췄고 박지성도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가볍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맨유가 우세를 점하던 사이, 조원희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뻔했습니다. 16분 맨유 진영 왼쪽에서 은조고비아에게 왼쪽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했고, 은조고비아가 문전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비록 골이 되지 못했지만, 은조고비아의 문전 침투를 유도한 조원희의 왼쪽 패스는 위건에게 골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이것은 조원희가 팀의 대량 실점과 전반전 부진 속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원희에게 어시스트를 허용할 뻔했던 맨유는 24분 베르바토프-비디치-에브라를 빼고 웰백-파비우-안데르손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29분에는 발렌시아가 박스 오른쪽에서 대기하던 상황에서 반대편에서 넘어온 루니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성공시켰고 맨유는 5-0으로 달아났습니다. 발렌시아의 골이 터지기 1분 전에는 조원희가 자신의 슈팅으로 코너킥을 얻어냈습니다. 맨유 박스 중앙에서 슈팅을 날렸던 공이 캐릭의 몸에 맞고 코너킥이 되었습니다. 이어 조원희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패스를 주고 받으며 팀의 공격 분위기를 띄우는데 집중하는 모습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전에 비해 공격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박지성의 폼이 떨어진 것 처럼 보이지만 퍼거슨 감독이 교체시키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박지성의 공간 창출이 있었기에 맨유가 후반전에도 좌우 측면과 중앙에서 균형잡힌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굳이 공을 잡지 않아도 공과 관련 없는 움직임에서 팀의 공격 전개를 돕는 이타적인 역할에 능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풀타임 출전시켜 맨유의 대량 득점을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맨유의 5-0 대승으로 끝나면서 2009년 마지막 경기를 기분좋은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조투소' 조원희(26, 위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엄청난 활동량과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지난 2007년 여름 풀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앞세운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중앙 공격을 무너뜨려 수원의 로테이션 플레이어에서 미드필더진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부각 되었습니다. 그래서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마토 네레틀야크(오이타)는 조원희를 가리켜 '아시아의 가투소'라고 칭찬했습니다.

조원희의 등장은 수원의 중원을 책임졌던 김남일(빗셀 고베)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당시의 김남일은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관우-백지훈의 뒷 공간을 맡으면서 수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2000년대 중반 잦은 부상으로 활동량과 움직임이 떨어진 김남일에게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김남일은 2007시즌 초반에 상대팀 중앙 공격을 끊을때마다 거친 반칙을 일삼으며 타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에 차범근 감독은 김남일을 중앙 수비수로 내려 중원의 불안 요소를 없앴고 그해 여름 조원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줄곧 기용했습니다.

당시의 수원 전술에서는 김남일이 지고 조원희가 뜰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관우와 백지훈이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스피드와 기동력, 상대 미드필더를 끈질기게 따라 붙을 수 있는 조원희가 김남일보다 더 매력적인 카드였던 겁니다. 물론 김남일의 중원 수비력은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이관우와 백지훈에게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원의 공격 전개 방향 및 템포가 상대팀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차범근 감독 전술에서는 김남일보다 조원희가 매력적인 카드였습니다.
  
그 흐름은 김남일이 일본으로 떠났던 2008년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조원희가 중원에서 궃은 역할을 책임지면서 백지훈(루이스, 김대의)-이관우-서동현 같은 공격 성향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당시 서동현은 4-4-2의 오른쪽 윙어로 자주 기용됐습니다) 그래서 수원은 미드필더진에서의 공격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K리그 최다득점 1위(40경기 65골)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원희가 위건으로 떠나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사라지면서 올 시즌 총체적인 성적 부진에 빠졌습니다. 리버풀이 사비 알론소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휘청거린 것 처럼, 수원도 조원희 이적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에서는 조원희의 장점이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직설적인 표현을 빌려 쓰면, 조원희는 허정무호 전술에서 겉돌고 있습니다. 조원희의 홀딩 능력은 국내에서 톱클래스지만 대표팀에서는 김정우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8일 세르비아전에서는 조원희가 경기력 부진으로 전반 35분에 조기 교체 됐습니다. 조원희의 부진은 이날 경기에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친 김남일과 대조적인 행보였습니다. 조원희가 수원에서 김남일을 위협했던 흐름이 지금의 대표팀에서는 역전이 된 것입니다.

축구팬들 대부분은 조원희의 수비력을 김정우보다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다릅니다. 4-4-2에서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좋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우는 넓은 시야를 앞세운 전진패스와 다채로운 형태의 스루패스를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플레이메이커 출신으로서 공수 전개에 능하기 때문에 대표팀 공격의 흐름과 진행방향을 잘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우가 대표팀에서 계속 중용되는 이유는 그가 기성용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면서 한국 공격 패턴의 단조로움을 막을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조원희는 김정우 만큼 좋은 공격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그 즉시 빌드업을 시도하거나 전방으로 공을 올리기보다는 측면에 포진한 옵션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출중한 기동력과 활동 반경을 자랑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다보니 공격 전개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래서 높은 클래스를 자랑하는 상대팀 미드필더들에게 속수무책으로 고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르비아전 부진 원인을 비롯해 위건의 벤치를 지키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위건 감독은 조원희 같은 투박한 스타일보다는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난 기술적인 미드필더를 선호합니다.

물론 조원희는 축구팬들에게 매력적인 선수입니다. 박지성처럼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 반경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보다 많이 뛰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대는 현대 축구의 변화된 흐름과 맞지 않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기동력보다 공수 양면에서 흠잡을 것 없는 실력과 경기를 넓게 바라보는 시야,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중요시합니다. 수비 상황에서도 상대를 악착같이 따라붙기 보다는 수비수들과의 안정적인 밸런스 구축을 통해 상대 공격 길목에 미리 위치하여 역습을 빠르게 전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춥니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 했습니다. 포메이션 하나를 주 전술로 쓰면서 또 다른 포메이션을 플랜B로 놓는 것, 측면과 중앙 공격 옵션의 활발한 스위칭, 상대팀 스타일과 팀 전술에 따른 풀백의 공격 가담 빈도, 그리고 공수 양면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팀의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적극적 기용이 그렇습니다. 한국 축구가 미디어를 통해 유럽 선진 축구의 전술적인 장점을 흡수하면서 대표팀의 스타일이 변화된 것입니다.(이제는 완성도를 높여야겠죠.) 이것은 U-20, U-17 대표팀이 세계 대회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습니다.

리버풀이 그런 사례입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4-2-3-1의 더블 볼란치로서 '알론소-마스체라노' 조합을 기용했습니다. 알론소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으면서 뛰어난 수비 센스와 지능적인 위치선정으로 상대 공격 길목을 미리 선점했다면 마스체라노는 알론소의 수비력을 도와주면서 공격 과정에서도 백업할 수 있는 '알론소 도우미' 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마스체라노의 전술적 비중이 줄었습니다. 리버풀이 알론소 공백으로 시즌 초반 혹독한 댓가를 치른 뒤 한때 6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제라드-루카스'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체라노는 수비력이 뛰어난 홀딩맨이지만 공격 전개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루카스에게 밀렸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진 중에서 가장 터프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첼시도 마찬가지 입니다. 터프함의 키워드인 에시엔은 다이아몬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지만 그는 홀딩맨이기 이전에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입니다. 기본적인 수비 능력을 발휘하면서 미드필더 전 영역을 파고드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효율성 높은 공격 전개로 팀 공격의 젖줄 역할까지 도맡았습니다. 램퍼드-발라크보다 패스 시도가 많고 정확도가 팀 내에서 으뜸인 경기가 여럿 있을 정도로 슈퍼맨 못지 않은 경기력을 자랑합니다. 이것은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있어 효율적인 공격 전개 능력이 필수임을 의미합니다.

다시 조원희 이야기로 돌아가면, 조원희는 공격 전개 부족으로 허정무호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지난 세르비아전에서는 경기력 부진으로 인한 조기 교체로 팀 내에서의 입지가 약화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조원희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정무호가 김정우-기성용 조합의 완성과 김남일의 세르비아전 맹활약의 결과물을 거두었다는 점은, 조원희가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원희가 김남일에게 밀리는 것입니다.

또한 조원희는 위건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전 감각 저하는 큰 경기에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조원희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는 명분과 경쟁력을 갖추려면 위건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아니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이적해야 합니다. 조원희는 무엇보다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모습을 내밀며 공격전개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고 자신의 장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조원희가 달라져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위건의 경기.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유)과 '조투소' 조원희(26, 위건)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는 두 선수 모두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두 선수의 치열한 매치업을 바라며 황금같은 주말 밤을 기대했던 국내 축구팬들은 아쉬움과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4명의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박지성, 설기현, 조원희, 이청용)들이 있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한국인 선수 매치업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인 선수가 모두 결장하는 경기는 팬들의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이고 조원희는 아시아의 가투소로 불릴만큼 언제나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것은 사실입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박지성과 조원희에 대한 여론의 일희일비 반응입니다. 냄비같은 축구문화가 사라지지 않다보니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여론의 반응이 지나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반응이 자극적으로 주목을 끌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 축구 여론의 아쉬운 점이죠.

박지성 냄비 여론, 이제는 식상하다

특히 박지성이 대표적입니다. 박지성이 약체 혹은 칼링컵 한 경기에 결장하더라도 '박지성이 왜 결장했나? 골 부족 문제? 나니에게 밀렸나? 재계약 난항 혹은 실패?' 등의 래퍼토리는 항상 통과의례처럼 진행 됐습니다. 박지성이 한 경기라도 빠지기만 하면 '벤치성', '밥죄송' 이라는 박지성 비하 단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게 여론의 현 주소입니다. 항상 간헐적으로 나오는 위기론도 마찬가지죠.

박지성은 맨유에서 다섯 시즌 동안 뛰면서 나름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지난해 4월 초 UEFA 챔피언스리그 AS로마전, FC 바르셀로나전을 전후로 '약팀 전용-긱스 백업'에서 '강팀용 선수'로 올라섰고 이제는 팀의 로테이션에서 없어선 안될 선수가 됐습니다. 올 시즌에도 로테이션이라는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맨유에서 지난 시즌 거의 매 경기를 뛰었던 공격 옵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뿐임을 상기하면, 박지성의 위건전 결장은 그리 커다란 문제가 아닙니다. 박지성은 매 시즌을 거듭할 수록 자신의 입지를 넓혔지만, 일희일비 반응을 나타내는 여론의 수준은 박지성 입지만큼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반응이 너무 반복되다보니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위건전 결장은 30일 아스날전을 대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교체보다 선발 선수로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내는 성향이기 때문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로테이션 차원에서 자신을 위건전 명단에 올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있는 박지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박지성이 아스날에 강하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박지성과 더불어 마이클 캐릭, 안데르손도 위건전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을 미루어보면 그의 위건전 결장은 컨디션 배려 차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맨유라는 팀에서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은 당연한 숙명입니다. 여러 대회에 출전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매 경기 주전 선수를 기용할 수 없습니다. 특히 많은 활동량과 다양한 임무를 소화해야 하는 미드필더진에서는 고정된 주전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일부 팬들은 '박지성이 매 경기 선발 출전했으면 좋겠는데...'라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지만, 베스트 11보다 베스트 18의 개념이 선호받고 있는 유럽 축구의 현실적인 추세와는 코드가 맞지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라는 카드를 아끼는 지도자이고, 감독의 선수 선발 권한은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팀들 중에서 선수층이 가장 두껍습니다. 박지성이 결장했다고 해서 입지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퍼거슨 감독이 아스날전이나 혹은 그 이후 경기에(물론 아스날전에 무게감이 쏠리지만) 박지성의 이름을 선발 명단에 올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나니가 위건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더라도, 발렌시아가 1도움을 기록하더라도 박지성은 올 시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나니-발렌시아의 위건전 90분 활약상을 지켜본 축구팬들이라면 박지성의 존재감을 떠올리실 겁니다. 왜냐하면 나니-발렌시아의 경기 내용이 안좋았기 때문이죠. 맨유의 5-0 대승은 투톱(루니-베르바토프, 조커 오언)의 힘이 빛났기에 가능했을 뿐입니다. 박지성 입지를 호돌갑스럽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과연 조원희의 행보가 위기일까?

최근에는 조원희가 팀 내 입지에 위기를 겪고 있다는 여론의 반응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핸드리 토마스, 벤 왓슨,  호르디 고메즈를 중원에 기용하는 전술을 쓰면서 조원희가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건은 맨유처럼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조원희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맨유전 18인 엔트리에 없는 것은 아직 마르티네스 감독의 눈에 들어오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조원희가 언제부터 위건의 주전이었나요? 주전 선수였다가 벤치로 내려간 것이라면 위기론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원희는 아직 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습니다. 올해 '2월' 입단 테스트 끝에 위건에 입단했기 때문에 아직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노리고 있을 뿐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홀딩맨으로 각광받았지만 잉글랜드의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곳이기 때문에 주전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여론에서 감안해야 합니다. 국내 여론은 조원희가 빨리 주전으로 자리잡길 원하겠지만, 잉글랜드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는 여론의 바람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팀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감독과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합니다. 감독의 신뢰를 받으면 어떠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죠. 한때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로 각광받던 에르난 크레스포(제노아)도 조세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과의 질긴 악연 때문에 몇 년 동안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습니다. 조원희를 위건 선수로 뽑은 지도자는 스티브 브루스 현 선더랜드 감독이며, 지금의 조원희는 브루스 감독이 아닌 마르티네스 감독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 과정까지는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 싸움을 얼마만큼 줄이느냐에 따라 조원희의 성공과 실패 여부가 가려지겠죠.

만약 조원희가 위건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선수로서의 가치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실패하고 국내로 돌아온 김두현이 그 예입니다. 김두현은 수원으로 이적하더니 '명불허전'의 실력을 되찾으며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유럽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선수의 클래스가 닳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 김두현은 그 말을 실력으로 증명했고 조원희도 언젠가 그럴 날이 올지 모릅니다.(위건에서의 실패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조원희는 유럽에서 성공하기 위해 수원이라는 안정된 곳을 버리고 새로운 성공을 위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지금쯤 수원에 있었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겠지만 자신이 원하던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유럽에서의 힘든 도전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있을것이라는 신념하에 잉글랜드 땅을 밟은 것입니다. 위건의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힘든것은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팀의 주전이 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기량을 갈고 닦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겠죠. 그런 그에게 위기라는 단어를 씌우기에는 너무 조급합니다.

우리는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박지성과 조원희가 루니-제라드-에시엔 같은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스타와 같은 평가를 받지 않는 사실 말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년 전 K리그 입단 테스트 탈락(박지성) K리그 방출 위기(조원희)라는 시련에 직면했던 그들이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반인도 소화하기 힘든'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매 경기 선발 출전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안좋은 선입견으로 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박지성과 조원희에게 있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3경기 끝났을 뿐이고 앞으로 35경기 남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나니에게 밀렸나, 앞날이 어둡다, 위기와 같은 비관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지나치게 섣부릅니다. 그동안의 활약 및 출전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나중에 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