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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vs조원희, 한국인 EPL 맞대결 '빅뱅'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는 4명(박지성, 설기현, 조원희, 이청용) 입니다. 그 중에서 허정무호의 핵심 자원인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과 '조투소' 조원희(26, 위건)가 오는 22일 저녁 11시 DW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코리안 더비' 맞대결을 펼칩니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8월 맨유에 입단하여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선수입니다. 박지성의 성공은 자신을 포함해 7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자 현지 여론으로부터 '한국인 선수는 성실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줬습니다. 조원희는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톰 톰스크(러시아) AS 모나코(프랑스) 입단을 추진하다 결국 위건과의 입단 테스트 끝에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박지성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기를 원하는 것이 조원희의 꿈이자 희망입니다.

만약 두 선수가 맨유-위건 경기에서 동시간대에 출전하면 올 시즌 한국인 선수 첫번째 맞대결이 성사됩니다. 두 선수가 이날 경기에서 나란히 선발로 출전하면 코리안 더비 대결 구도가 완벽하게 형성됩니다. 적어도 지난 5월 14일 맨유-위건 경기때 처럼 두 선수 모두 결장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은 체력 안배를 위해 위건전에 결장했고 조원희는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나란히 올 시즌 1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어 맞대결 성사 여부가 주목됩니다. 중요한 것은, 두 선수 모두 이번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야 시즌 성공을 위한 성공적인 행보를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지성vs조원희, 이번 경기가 '중요한 이유'

박지성은 지난 20일 새벽 번리전에 풀타임 출전했기 때문에 위건전에서도 선발로 출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버밍엄 시티-번리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슬로우 스타터에 빠진데다 위건전을 이겨야 순위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박지성의 존재 가치가 맨유에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의 윙어 로테이션이 지난 시즌보다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2연속 선발 출전 여부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번리전 부진이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퍼스트 터치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번리전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허점이 드러났고 볼 키핑과 패스, 크로스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팀 공격이 여러차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전반 30분 이후부터 서서히 컨디션을 되찾았으나 그 이전까지는 부지런히 공간을 창출하지 못해 좀처럼 위력적인 모습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팀이 어떠한 구심점 없이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부진이 커버될 수 있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풀타임 출전 시킨 것은 자신의 능력을 여전히 믿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위건전에서는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루이스 나니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널뛰기 기복을 면치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박지성의 헌신적인 활약이 팀 전력에 보탬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 공격을 전개했던 장면이 위건전에서 도돌이표되는 모습을 보여야 팀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맨유는 버밍엄 시티-번리전에서 49개의 슈팅과 15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음에도 단 1골에 그칠 정도로 공격 마무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웨인 루니와 호흡이 잘 맞는 박지성의 맹활약이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위건전에서 제 몫을 다하면 오는 30일 아스날과의 라이벌전에 선발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향한 성공적인 행보를 걸으려면 '영원한 맞수' 아스날을 꺾어야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쳐야 합니다. 박지성이 아스날에 강한 면모를 재확인 시키려면 위건전에서 최상의 경기 감각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번리전에서 패한 맨유 입장에서도 위건을 꺾어야 분위기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팀 밸런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박지성의 위건전 맹활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될 지 주목됩니다.

조원희의 맨유전 출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6일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후반 43분 교체 투입됐지만 19일 울버햄튼 전에서는 결장했습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핸드리 토마스를 중심으로 벤 왓슨과 호르디 고메즈(마이클 브라운)를 나란히 중원에 기용하는 전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눈에 자신이 아닌 다른 경쟁자들의 활약에 시선이 쏠린 것은 주전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맨유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위건이 16일부터 22일까지 리그 3경기를 치른 강행군을 소화한데다 토마스와 고메즈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것, 그리고 19일 울버햄튼전에서 0-1로 패했기 때문에 조원희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건은 그동안 강팀을 상대로 수비 중심적인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약팀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밀집 수비를 펼치는 것은 이제 프리미어리그에서 하나의 트랜드로 굳어졌기 때문에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보다 수비적인 옵션이 적극 등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원희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이유입니다.

만약 조원희가 맨유전에 선발출전하거나 혹은 후반 이른 시간대에 교체 투입하면 마르티네스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의 임펙트를 발휘해야 합니다. 조원희는 강한 상대와의 정면 승부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승리욕과 성실함이 투철하기 때문에 맨유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맨유는 중원 장악력을 앞세워 공격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팀인 만큼, 자신의 홀딩 능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움직임과 순발력, 체력이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위건의 역습 전개에 적지 않은 힘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조원희와 박지성이 나란히 그라운드를 밟으면, 중원에서 두 선수가 정면 충돌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전개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두 선수의 치열한 볼 경합 장면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데다 이번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야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어 경기 내내 피튀기는 혈전을 벗일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축구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박지성과 조원희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타이틀을 내걸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것입니다. 박지성이 2005/06시즌 토트넘전에서 이영표가 소유하던 공을 빼앗아 루니의 골을 도우며 그라운드에서는 형과 아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정함을 보여줬지만, 몇 분 뒤에는 동료 선수 몰래 이영표와 손을 잡으며 형을 위로했습니다. 그 장면은 한 장의 사진으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해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박지성vs조원희의 맞대결은 국내 팬들에게 오랫동안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