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점에 있을때 대표팀을 그만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때(2011년 1월 아시안컵) 되면 정점이 아니라 벌써 정점에서 떨어지고 나서다. 기량으로 보더라도 내가 대표팀에 있을만한 실력이 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지금 현재 어린 선수들이 충분히 성장하고 있고, 몇년 후에는 또 다른 어린 선수들이 그만큼의 능력을 보여줄거라 믿고 있다." (박지성, 15일 파주 NF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 최근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는데?
"선수라면 누구나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표팀에서 계속 박지성을 원한다면 더 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체력적인 수준을 볼 때 다양한 변신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2014년 월드컵까지 충분히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허정무 감독, 17일 A매치 이란전 종료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국가 대표팀 은퇴 선언을 놓고 축구계 반응이 어수선합니다. 박지성은 오는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할 예정이지만 일부에서는 30세의 나이에 은퇴하는 것은 이르지 않느냐는 주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프로와 대표팀에서 성공한 축구 선수, 특히 필드 플레이어들의 은퇴 시기가 대게 33~35세임을 감안하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시기가 이른 것은 사실입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시기 여부를 떠나,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공헌한 것이 너무 많은데다 아직 노장이 아니기 때문에 은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박지성은 80년대 차범근, 90년대 박찬호에 이어 2000년대에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포츠 스타입니다. 2004년 아시안컵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대표팀의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고 교토 퍼플상가와 PSV 에인트호벤, 그리고 맨유에서 한국 축구의 인지도를 높이며 항상 성실한 자세로 현지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라는 것이죠.
물론 박지성은 아직 대표팀에 은퇴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1월 아시안컵 종료 후 은퇴하고 싶은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최소 1년 7개월 동안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할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은퇴 선언만 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네딘 지단과 루이스 피구 같은 축구 스타들도 유로 2004 종료 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월드컵 성적도 좋았습니다. 지단의 프랑스는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고 피구의 포르투갈은 월드컵 4강에 올랐습니다. 지단과 피구의 사례를 놓고 보면, 박지성도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고 2014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좋은 성적을 이끌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2014년 월드컵까지 충분히 대표팀에 뛸 수 있다고 밝힌 허정무 감독의 발언은 틀린말이 아닙니다. 체력 유지만 된다면 2014년 월드컵에 뛰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박지성은 2000년 교토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 동안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몸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계획했던 것 보다 오랫동안 대표팀 선수로 뛸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 운영규정 제13조(선수의 의무) 2항에 보면 '(대표 선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훈련 및 소집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박지성의 차출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표팀에 불러 들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더라도 그것이 대한축구협회로 부터 특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는 2011년 이후에도 대표팀에서 뛰어야 합니다.
[사진=박지성은 대표팀 선수이기 이전에 맨유 선수이며, 맨유는 박지성의 직장입니다. (C) 맨유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manutd.kr)]
하지만 의무는 의무일 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 개인의 의사입니다. 선수 본인이 기량과 체력적인 문제, 그리고 부상에 대한 염려로 인하여 대표팀에 은퇴하고 싶다면 그것은 대한축구협회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그 문제가 대표팀 전력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젊은 선수라면 다른 젊은 선수가 대체할 수 있지만 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노장 선수라면 그 문제가 더 커집니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나이순 서열은 이운재, 이영표, 이정수에 이어 팀 내에서 네번째로 높습니다. 2011년 아시안컵때는 30세의 나이로 참가하는데 그때 부터 완전한 노장 선수가 됩니다.
선수의 컨디션과 체력, 그리고 부상에 대한 위험성은 대표팀 감독보다 선수 본인이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감독이 선수를 보는 눈이 높다고 할지라도 선수 내면의 심리와 육체적인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죠. 대표팀 선수 차출은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에 의한 무조건적인 차출이 아닌 선수 개인의 의사를 우선시하여 차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팀의 내실을 위한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무릎 수술만 3번이나 받았는데, 30세가 넘어서 한국과 잉글랜드를 오가며 축구할 수 있을지 혹은 2014년 월드컵까지 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성실히 잘 뛰었는데 그 정도 즈음은 잘 이겨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의심의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젊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 30세 이후의 박지성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입니다. 지단과 피구가 대표팀 은퇴 선언 이후 그것을 번복하여 독일 월드컵에 뛰었지만, 두 선수는 유럽 선수로서 월드컵 최종예선도 유럽에서 열렸고 독일 월드컵도 유럽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대표팀 차출이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에게는 지구 반대편을 돌며 소속팀과 대표팀 일정을 치러야 하는 핸디캡이 있습니다. 지단과 피구의 사례는 그저 참고용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몇년 전 부터 국내에서 열린 대표팀 차출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인 손해를 견디면서 지금까지 대표팀 선수로 뛰었습니다. 2004년 3월 올림픽 대표팀 중국전 차출에 따른 피로 누적 무릎 통증에 시달렸으며 2006년 5월과 9월에는 독일 월드컵과 아시안컵 지역 예선을 전후로 무릎과 발목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듬해 3월 23일 A매치 우루과이전 이후 8일 뒤에 열린 블랙번전에서는 오른쪽 무릎 연골 부상을 입어 9개월 동안 경기에 뛰지 못해 국내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만약 국내에 가지 않고 잉글랜드에서 충분히 몸을 쉬었다면 부상 경도가 약했거나 불의의 부상을 입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대표팀 차출 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를 오가며 A매치 경기를 치렀습니다.
불과 2년전 까지 대표팀 차출 이후에 부상으로 고생했다면, 그 이후에는 컨디션 저하 및 경기력 부진이라는 악재를 만났습니다. 대표팀에 차출된 이후 맨유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평소 같지 않은 활약으로 부진했던 모습이 많았죠. 심지어 지난 2월에는 유럽과 거리가 가까운 이란에서 A매치 일정을 치렀지만 소속팀 복귀 이후에는 컨디션 저하로 기진맥진하고 말았습니다. 2009/10시즌에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 반복될 텐데, 결국에는 박지성 본인만이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대표팀 차출이 잦은 선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로 소속팀에 복귀하면, 클럽 입장에서는 좋지 않게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은 대표팀 선수이기 이전에 맨유 선수이며, 맨유는 박지성의 직장입니다. 아무리 대표팀에 다녀와도 직장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박지성의 클럽 커리어는 결국 거기에서 끝나고 맙니다. 그런 선수에게 오랫동안 대표팀 차출을 바라거나 또는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박지성은 온갖 손해속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충실할 만큼 충실했고, 본인이 직접 2011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선수로 뛰겠다고 대중들과 약속했기 때문에 그의 의사는 당연히 존중해야 합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선언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선수 본인도 대표팀 은퇴 선언을 결정짓기 전까지 앞으로의 거취를 놓고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마음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했던 선수 입장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솔하고 성급하게 대표팀 은퇴를 결정짓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 에이스로 박지성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1명의 특급 선수 활약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 올리겠다는 한국 축구의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박지성을 와일드카드에 발탁하겠다던 박성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사례처럼, 한국 축구는 박지성에게 너무나 많은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선언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그것을 반대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무리 대표팀에서 은퇴하더라도 유럽에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박지성 신화'는 그때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By. 효리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