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06 0-2로 패한 백두산 호랑이가 주인공인 이유 (16)
  2. 2009.11.30 한국 축구, '백두산 호랑이'를 주목하라 (17)

 

2009년 12월 5일. 한반도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하면서 조추첨에 눈길을 끌어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한은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와 B조에 편성되어 최악의 대진을 피했지만 북한은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 됐습니다. 두 국가는 이제 남은 6개월 동안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현재의 능력을 키우고 남아공에서 쏟을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날 당일 제주도에서는 뜻깊은 친선경기가 열렸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는 취지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경기가 열렸죠.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와 연변FC(애칭 : 백두산 호랑이)의 경기입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한반도 남쪽에 있는 섬이자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를 연고지로 하는 팀이고 백두산 호랑이는 한반도 북쪽에 있는 백두산의 인접 지역을 연고지로 삼는 중국 유일의 조선족 프로축구 팀(중국 2부리그)입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만남은 한민족이 축구를 통해 화합하는 '꿈의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코리안 풋볼 드림매치 2009>라는 타이틀로 열린 경기는 SK텔레콤의 생각대로T가 드림풋볼 캠페인 일환으로 친선경기를 개최했습니다. 축구를 통해 진솔한 꿈의 이야기를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여 희망과 용기를 전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경기를 후원했습니다. 축구는 온 국민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스포츠이자 남한과 북한, 조선족 동포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이자 한민족의 교류와 소통을 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생각대로T는 대중들에게 축구의 진정성을 전했습니다.

이 경기는 홈 팀인 제주가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양세근과 심영성이 전반 26분과 27분에 릴레이 골을 넣으며 2-0으로 승리했으며 경기 내용에서도 제주의 우세가 돋보였습니다. 개인 기량을 비롯 전술 이해도, 공간 장악, 공을 다루는 기술은 제주가 백두산 호랑이를 월등하게 앞섰습니다. 조진호 감독 대행 체제로 4-1-4-1 포메이션을 구사한 제주는 경기 초반부터 좌우 윙어인 심영성과 이현호의 측면 돌파를 앞세워 활발한 공격을 시도한 끝에 전반 중반에 두 골을 넣으며 손쉽게 승리했습니다.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는 제주가 승리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제주가 아닌 백두산 호랑이 입니다. 중국 유일의 조선족 프로축구 팀이라는 특징을 비롯 제주와의 드림매치에서 이기는 것보다 한 수 배우겠다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기 때문이죠. 중국 2부리그 팀과 한국 K리그 팀의 클래스는 엄연히 존재하고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제주의 홈이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제주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백두산 호랑이 입장에서는 제주가 '강팀' 이었습니다.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1부리그로 올라설 수 있는 실력과 꿈, 희망을 키우며 앞날의 밝은 미래를 열고 싶었을 것입니다.

백두산 호랑이는 연변FC라는 이름으로 중국 프로축구에 참가하는 팀입니다. 1997년 고 최은택 한양대 교수가 1부리그 강등 위기로 고전하던 팀의 사령탑을 맡아 4위로 도약해 한국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1997년 부터 재정난에 빠진것을 비롯 스폰서로 나섰던 한국 굴지 대기업들의 장기적인 후원이 이어지지 않아 팀이 매각되어 상하이로 연고지 이전하는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수백 명의 조선족 팬들은 떠나는 선수들에게 통곡하며 '우리에게 돈이 없어 너희들을 보내지만, 민족을 잊지 말고 열심히 하거라'며 돈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래서 백두산 호랑이는 2001년 2군 선수들을 앞세워 4부리그에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똘똘 뭉쳤고 3년 뒤에는 3부리그에서 17승1무의 놀라운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2부리그에 승격 됐습니다. 그러나 선수 일부가 '중국 축구의 병폐' 축구 도박에 빠지면서 팀의 이미지가 실추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해 또 다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선수들은 든든한 식사 한끼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10시간의 이상의 기차로 원정경기에 나선다고 합니다.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부리그 진출의 꿈을 위해 지금도 온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연말 생각대로T가 후원하는 친선경기에 초청되어 제주와 경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강팀이 어떻게 경기를 주도하고 경기 순간마다 어떤 기술을 쓰는지, 공간을 압박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며 1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한국 대표팀 주전 수비수이자 제주의 주장인 조용형과 함께 실력을 겨루었다는 점은 이들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김광주 백두산 호랑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는 우리 팀에게 아주 좋은 학습이 되었다. 제주는 좋은 플레이을 많이 보여줬고 단합해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친선 경기임에도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한 제주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팀의 주장이자 수비수를 맡고 있는 한청송도 마찬가지의 반응 이었습니다. 그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특히 조용형 선수의 패스, 위치 선정 등 좋은 점을 배웠다"고 말해 앞으로 조용형처럼 군계일학의 수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듯한 늬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의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위한 친선 경기. 그 현장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진=5일 이른 아침에 서울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창문에서 바라본 하늘이 맑았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의 모습입니다. 이번에 비행기를 처음 타보게 되었는데 기분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제주 시가지에서 본 제주 유나이티드와 백두산 호랑이의 홍보 현수막입니다. 제주도에서 이 경기에 대한 홍보가 많았음을 짐작케 합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장 부근에 경기를 홍보하는 화물트럭을 발견 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현수막 문구입니다. "한민족 축구의 기상을 펼쳐라!" (C) 효리사랑]


[사진=경기장 안에 도착했더니 어느 모 음악 프로그램의 무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음악 프로그램이 제주도에서 생중계 촬영을 하기 때문이죠. 소녀시대와 2PM을 비롯한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 했습니다. 이날 경기는 E석의 출입을 통제하고 그곳이 음악 프로그램 무대로 쓰였습니다. 본부석 2층을 제외한 나머지 관중석에서 일반인의 출입이 이루어졌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스타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음악 프로그램 생중계 촬영 때문에 관중들의 연령대가 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중고등학생 같은 10대들이 눈에 띄게 많았죠. 어린 아이들 몇명에게 "축구 보러 왔어요? 아니면 음악 프로그램 보러 왔어요?"라고 물어보니까 전원이 음악 프로그램 보러 왔다고 하더군요. 제주도에는 문화 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예인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얼핏보면 이들에게는 축구가 무관심 존재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고마운 것은 축구를 보면서 음악 프로그램도 봤다는 것입니다. 축구가 끝난 이후에 경기장에 들어와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러 온 관중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를 봤다는 것이죠. 어쩌면 제주의 어린이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와의 인연을 맺으며 축구 사랑의 씨앗을 뿌렸을지 모릅니다. 축구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 제주의 어린이들에게는 값진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매력이 아닐까요.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전 포미닛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관중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전 양팀의 선수 소개가 있었습니다. 전광판에 소개 된 백두산 호랑이 공격수 허파와 제주 수비수 조용형의 모습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FIFA 페어플레이 기를 선두로 두 팀의 출전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VIP분들의 시축 장면 (C) 효리사랑]


[사진=본부석에서 본 제주 유나이티드와 백두산 호랑이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입니다. 전용구장이라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시야가 가깝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 도중 백두산 호랑이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졌습니다. 비시즌에 열리는 경기라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데 부상까지 당하면 선수의 마음이 괴로울 수 밖에 없죠. (C) 효리사랑]


[사진=백두산 호랑이는 경기 초반부터 제주에게 점유율에서 밀리더니 결국 전반 30분만에 2골 허용했습니다. 두 팀의 실력차가 컸음을 느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하지만 백두산 호랑이를 응원하는 팬들은 0-2로 지고 있는 스코어 속에서도 경기 종료까지 빨간색 막대풍선을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실점과 패배에 아쉬워하지 않고 축구 자체를 즐기는 팬들의 응원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축구의 순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모습입니다. 백두산 호랑이 팬들은 이번 경기를 위해 중국에서 직접 건너온 조선족 분들이나 또는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분들일 겁니다. (C) 효리사랑]


[사진=이날 경기를 공중파로 생중계한(케이블 생중계가 아닌) MBC의 리포터가 백두산 호랑이 팬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장면입니다. 백두산 호랑이 팬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한국의 방송으로 전파되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해병대와 해군 장병들도 경기를 직접 관람했습니다. 장병들은 신종플루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서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군 생활로 지친 나날을 보냈던 장병들은 축구를 통해 철책 안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S석에서 찍은 본부석의 모습입니다. 본부석 1층에는 많은 관중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고 2층은 출입 통제로 단 한명의 관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제주 서포터들이 응원하는 N석 모습입니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제주의 홈이지만 제주 서포터 숫자는 극히 적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숫자를 기대하는건 무리입니다. 제주가 순수한 제주팀이 아니기 때문에(2006년 2월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 이전) 제주 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지 못습니다. 효리사랑이 있던 본부석에서는 제주 서포터들의 서포팅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백두산 호랑이팬들의 막대풍선 소리와 관중들의 함성만 들렸을 뿐입니다. 제주로서는 서포터 숫자를 늘리면서 고정팬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매점이 관중석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점은 관중 입장에서 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관중은 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에 관중석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중석 바깥으로 나가는 길목에 매점을 운영한 제주 구단의 '센스'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쥐포를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게 마음에 들었어요. 두 개의 사진은 경기 도중에 찍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하프타임때 노라조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효리사랑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팬이라 '3루타의 사나이' 조빈(왼쪽 첫번째에서 파마머리 가발을 쓰고 노래부르는 가수. 실제로는 스포츠 머리입니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조빈의 모습을 관중석에서 직접 보면서 "조빈 화이팅", "천하무적 일타일생"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경기 당일 저녁 제주공항에서 조빈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습니다. 야구로 단련된 조빈의 몸이 군더더기 없이 탄탄하더군요. (C) 효리사랑]



[동영상=후반전에는 백두산 호랑이 선수들의 반격이 쉴세없이 진행 되었습니다. 제주 선수가 공을 가지면 즉시 빼앗아 역습을 노리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후반전에는 태클 횟수가 전반전보다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백두산 호랑이에게 가장 아쉬웠던 후반 막판 장면. 헤딩골과 문전에서의 다이렉트슛이 모두 골망을 출렁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골대를 강타한 슈팅이 백두산 호랑이 입장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백두산 호랑이는 제주 선수와의 실력차를 이기지 못하고 0-2로 패했습니다. 하지만 매너는 지지 않았습니다. 경기 종료 후 제주 벤치쪽으로 찾아가 상대팀 일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저희들에게 축구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고맙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붙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듯한 마음이 그들에게서 느껴지더군요.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모두 퇴장하자마자 음악 프로그램의 생중계가 곧 시작 되었습니다. 저는 스케줄때문에 음악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축구도 보고, 음악 프로그램도 보면서 문화의 흥미에 한껏 취했을 것입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경기 종료 후 중문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12월의 파도가 정말 아름답네요. 효리사랑의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습니다. (C) 효리사랑]

 

Posted by 나이스블루

 

축구는 사람의 인생을 대변하는 스포츠입니다. 사람이 겪고 있는 모든 일들과 사고방식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약자가 열심히 노력하면 강자가 될 수 있고, 강자가 나태하면 어느 순간에 약자로 전락하는 것이 축구입니다. 상대팀 선수와의 치열한 몸싸움 및 주전 경쟁은 사회에서의 생존 경쟁과 다를 바 없죠. 그리고 축구는 많은 사람들을 함께 화합하여 사랑과 우정, 희망과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스포츠' 입니다.

특히 한국 축구가 일대 전환점이 온 것이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입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승 조차 올리지 못했던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아시아의 자존심(Pride of Asia)으로 떠올랐습니다. 월드컵 개최를 통해 지어진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은 한국 축구의 인프라가 커지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온 국민이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며 열렬히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한일 월드컵 때는 '단군 이래 민족 최대의 축제'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사진=12월 5일 제주 유나이티드vs연변FC(백두산 호랑이)의 홍보 포스터. 이 경기가 끝나면 유명 가수들이 모 방송국의 음악프로 출연을 일환으로 제주 월드컵 경기장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C) 제주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우리는 2002년 6월을 기억합니다. 너도 나도 길거리에 있는 대형 전광판을 바라보며 한국을 응원하고 눈물 흘렸을 때, 길거리는 아니더라도 TV가 켜진 곳이면 월드컵 경기에 집중하며 두 눈을 브라운관에서 떼지 않았던 때, 그리고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얼싸 안고 아리랑 목동을 하며 한국의 승리 기쁨을 누렸던 그때를 통해 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축구는 단순히 공을 차는 스포츠가 아닌 자국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을 확립시켜 대중적 열광을 만들어내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기쁨과 영광은 한반도에 있는 국민들만 누리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동포들과 유학생들도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에 자긍심을 느꼈기 때문이죠. 한국의 승리에 환호하며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고 말하는 그분들의 마음은 실제 한국인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TV앞에 앉아 태극 전사를 응원하고, 대표팀 경기가 해외에서 열리면 인근 국가 동포들까지 축구장을 찾아 붉은 악마가 됩니다. 한국을 그리워하는 우리 동포들과 유학생들에게는 축구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가슴 속으로 느낍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우리 동포들은 엄연한 한국인이니까요.

또한 지구촌에서 축구는 '소통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의 종식으로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축구 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올스타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자선경기를 펼치는 것을 비롯 유럽의 빅 클럽들이 비시즌이 되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찾아 현지 팀들과 친선 경기를 치릅니다. 외국인 감독과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며 지구촌 축구팬들은 카카-호날두-메시 같은 세계적인 축구 천재들의 현란한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1990년에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통일 축구경기'를 치렀고 2002년과 2005년에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가졌습니다. 남북통일이 숙원인 한반도에서 축구를 통해 7천만의 한민족이 화합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북한 TV 축구 중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가리켜 "두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한 것이 국내 여론의 뜨거운 이슈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축구는 남한과 북한을 가깝게 할 수 있는 매개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동영상='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연변FC의 동영상 (C) 생각대로T]

그런 가운데, 오는 12월 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하나의 특별한 축구 행사가 개최됩니다. 제주도를 연고로 하는 K리그 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와 중국의 유일한 조선족 축구팀이자 중국 2부리그에 속한 '백두산 호랑이' 연변FC가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언뜻보면, 단순한 친선경기 같지만 두 팀이 경기를 치르는 상징성은 매우 큽니다.

제주와 연변의 경기는 SK텔레콤의 생각대로T가 드림풋볼 캠페인 일환으로 개최합니다. 이 경기는 '코리안 풋볼 드림매치 2009'를 경기 타이틀로 정하고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은 한반도의 끝과 끝에 자리잡는 곳이기 때문이죠. 연변은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의 약칭인 지역이지만 한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백두산의 인접 지역입니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남쪽에 있는 섬으로서 한라산이 있는 곳입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을 상징하는 두 팀이 축구를 통해 민족의 화합을 다지겠다는 것이 이번 경기의 취지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공교롭게도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 당일(한국 시간 기준)과 같은날에 열립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남북 공동 출전의 쾌거를 달성한 남한과 북한의 월드컵 본선 선전을 기원하면서 친선 경기를 갖는 것이죠. 남한과 북한 축구의 월드컵 선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지구촌 동포들이 한국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와 연변이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슬로건으로 민족의 하나된 힘을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번 경기의 상징성이 큰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연변FC 입니다. 연변은 엠블럼에 두 마리 호랑이가 포효하는 모습을 새겼는데 그것이 그들의 애칭인 '백두산 호랑이'를 상징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조선족 동포로 구성 되었으며 200만 중국 동포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팀입니다. 특히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습니다. 1997년 고 최은택 한양대 교수가 강등 위기로 고전하던 팀의 사령탑을 맡아 4위 도약을 이끌며 그해 중국의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된 전례가 있었습니다. 최은택 교수의 전술인 공격축구는 수비위주의 축구가 팽배했던 중국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또한 당시의 연변은 국내 굴지 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 했습니다.

하지만 연변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00년 성적 부진으로 인한 강등 및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1군이 절강록성에 매각되는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 2군 선수들을 앞세워 4부리그에서 다시 시작했고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똘똘 뭉쳤습니다. 2004년에는 3부리그에서 17승1무의 놀라운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2부리그에 승격 됐습니다. 그러나 선수 일부가 '중국 축구의 병폐' 축구 도박에 빠지면서 팀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연변이 다음달 5일 제주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승리를 위해 제주와 치열한 격전을 펼치는 것이 아닌 축구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화합하여 새로운 인연을 맺겠다는 것이 연변의 희망입니다. 그리고 제주 선수들과 경기를 가지면서 상대팀의 기량을 배우며 내년 시즌 1부리그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연변의 의도입니다. 또한 예전의 안좋았던 추억을 잊고 한라산의 정기가 흐르는 제주도에서 제주와 경기를 치르며 '백두산 호랑이'의 위용을 되찾겠다는 꿈과 목표가 있습니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는 축구가 '소통의 스포츠'라고 정의했습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만남, 조선족 축구팀과 한국인 축구팀의 만남, 그리고 백두산 호랑이가 평화의 땅인 제주도에서 한라산 호랑이와 축구하는 날은 우리들이 축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연변에 거주중인 조선족 동포들에게 축구가 키워드가 되어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경기는 어느 모 공중파 방송이 생중계할 예정이고 월드컵 조추첨 분위기가 고조되기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됩니다. 한국 축구가 백두산 호랑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축구의 상징성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