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사람의 인생을 대변하는 스포츠입니다. 사람이 겪고 있는 모든 일들과 사고방식이 녹색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약자가 열심히 노력하면 강자가 될 수 있고, 강자가 나태하면 어느 순간에 약자로 전락하는 것이 축구입니다. 상대팀 선수와의 치열한 몸싸움 및 주전 경쟁은 사회에서의 생존 경쟁과 다를 바 없죠. 그리고 축구는 많은 사람들을 함께 화합하여 사랑과 우정, 희망과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스포츠' 입니다.
특히 한국 축구가 일대 전환점이 온 것이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입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승 조차 올리지 못했던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아시아의 자존심(Pride of Asia)으로 떠올랐습니다. 월드컵 개최를 통해 지어진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은 한국 축구의 인프라가 커지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온 국민이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바라며 열렬히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한일 월드컵 때는 '단군 이래 민족 최대의 축제'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사진=12월 5일 제주 유나이티드vs연변FC(백두산 호랑이)의 홍보 포스터. 이 경기가 끝나면 유명 가수들이 모 방송국의 음악프로 출연을 일환으로 제주 월드컵 경기장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C) 제주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우리는 2002년 6월을 기억합니다. 너도 나도 길거리에 있는 대형 전광판을 바라보며 한국을 응원하고 눈물 흘렸을 때, 길거리는 아니더라도 TV가 켜진 곳이면 월드컵 경기에 집중하며 두 눈을 브라운관에서 떼지 않았던 때, 그리고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얼싸 안고 아리랑 목동을 하며 한국의 승리 기쁨을 누렸던 그때를 통해 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축구는 단순히 공을 차는 스포츠가 아닌 자국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을 확립시켜 대중적 열광을 만들어내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기쁨과 영광은 한반도에 있는 국민들만 누리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동포들과 유학생들도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에 자긍심을 느꼈기 때문이죠. 한국의 승리에 환호하며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고 말하는 그분들의 마음은 실제 한국인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TV앞에 앉아 태극 전사를 응원하고, 대표팀 경기가 해외에서 열리면 인근 국가 동포들까지 축구장을 찾아 붉은 악마가 됩니다. 한국을 그리워하는 우리 동포들과 유학생들에게는 축구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가슴 속으로 느낍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우리 동포들은 엄연한 한국인이니까요.
또한 지구촌에서 축구는 '소통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의 종식으로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축구 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올스타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자선경기를 펼치는 것을 비롯 유럽의 빅 클럽들이 비시즌이 되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찾아 현지 팀들과 친선 경기를 치릅니다. 외국인 감독과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며 지구촌 축구팬들은 카카-호날두-메시 같은 세계적인 축구 천재들의 현란한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1990년에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통일 축구경기'를 치렀고 2002년과 2005년에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가졌습니다. 남북통일이 숙원인 한반도에서 축구를 통해 7천만의 한민족이 화합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북한 TV 축구 중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가리켜 "두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한 것이 국내 여론의 뜨거운 이슈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축구는 남한과 북한을 가깝게 할 수 있는 매개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동영상='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연변FC의 동영상 (C) 생각대로T]
그런 가운데, 오는 12월 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하나의 특별한 축구 행사가 개최됩니다. 제주도를 연고로 하는 K리그 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와 중국의 유일한 조선족 축구팀이자 중국 2부리그에 속한 '백두산 호랑이' 연변FC가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언뜻보면, 단순한 친선경기 같지만 두 팀이 경기를 치르는 상징성은 매우 큽니다.
제주와 연변의 경기는 SK텔레콤의 생각대로T가 드림풋볼 캠페인 일환으로 개최합니다. 이 경기는 '코리안 풋볼 드림매치 2009'를 경기 타이틀로 정하고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은 한반도의 끝과 끝에 자리잡는 곳이기 때문이죠. 연변은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의 약칭인 지역이지만 한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백두산의 인접 지역입니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남쪽에 있는 섬으로서 한라산이 있는 곳입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을 상징하는 두 팀이 축구를 통해 민족의 화합을 다지겠다는 것이 이번 경기의 취지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공교롭게도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 당일(한국 시간 기준)과 같은날에 열립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남북 공동 출전의 쾌거를 달성한 남한과 북한의 월드컵 본선 선전을 기원하면서 친선 경기를 갖는 것이죠. 남한과 북한 축구의 월드컵 선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지구촌 동포들이 한국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와 연변이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슬로건으로 민족의 하나된 힘을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번 경기의 상징성이 큰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연변FC 입니다. 연변은 엠블럼에 두 마리 호랑이가 포효하는 모습을 새겼는데 그것이 그들의 애칭인 '백두산 호랑이'를 상징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조선족 동포로 구성 되었으며 200만 중국 동포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팀입니다. 특히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습니다. 1997년 고 최은택 한양대 교수가 강등 위기로 고전하던 팀의 사령탑을 맡아 4위 도약을 이끌며 그해 중국의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된 전례가 있었습니다. 최은택 교수의 전술인 공격축구는 수비위주의 축구가 팽배했던 중국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또한 당시의 연변은 국내 굴지 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 했습니다.
하지만 연변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00년 성적 부진으로 인한 강등 및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1군이 절강록성에 매각되는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 2군 선수들을 앞세워 4부리그에서 다시 시작했고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똘똘 뭉쳤습니다. 2004년에는 3부리그에서 17승1무의 놀라운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2부리그에 승격 됐습니다. 그러나 선수 일부가 '중국 축구의 병폐' 축구 도박에 빠지면서 팀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연변이 다음달 5일 제주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친선 경기를 갖습니다. 승리를 위해 제주와 치열한 격전을 펼치는 것이 아닌 축구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화합하여 새로운 인연을 맺겠다는 것이 연변의 희망입니다. 그리고 제주 선수들과 경기를 가지면서 상대팀의 기량을 배우며 내년 시즌 1부리그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연변의 의도입니다. 또한 예전의 안좋았던 추억을 잊고 한라산의 정기가 흐르는 제주도에서 제주와 경기를 치르며 '백두산 호랑이'의 위용을 되찾겠다는 꿈과 목표가 있습니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는 축구가 '소통의 스포츠'라고 정의했습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만남, 조선족 축구팀과 한국인 축구팀의 만남, 그리고 백두산 호랑이가 평화의 땅인 제주도에서 한라산 호랑이와 축구하는 날은 우리들이 축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연변에 거주중인 조선족 동포들에게 축구가 키워드가 되어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경기는 어느 모 공중파 방송이 생중계할 예정이고 월드컵 조추첨 분위기가 고조되기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됩니다. 한국 축구가 백두산 호랑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축구의 상징성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