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전 2-1 역전승은 의외의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5전 2무3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지난 시즌 8강 1~2차전에서는 1무1패(3골 6실점)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에서는 한때 탈락 가능성이 제기 된 끝에 H조 2위에 오르며 턱걸이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축구 전문가 및 수많은 사람들은 아스날이 바르사와의 리턴 매치에서 패할 것으로 예상했죠.

후반 중반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바르사의 승리가 유력했습니다. 아스날이 바르사 박스쪽을 공략하는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판 페르시-파브레가스-나스리-월컷은 후반 22분까지 패스 정확도 70%를 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좌우 측면에서 줄기차게 역습을 시도했지만 바르사의 수비 뒷 공간을 뚫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볼 배급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역습이 바르사전 2-1 역전승의 원인이 됐습니다. 바르사의 약점을 제대로 간파했던 경기였습니다.

바르사전 역전승, 벵거 감독의 전략 승리

아스날의 바르사전 승리 과정은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테르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바르사를 제압하면서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4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강력한 압박을 기반으로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펼치면서 바르사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무너뜨렸죠. 특히 루시우가 즐라탄(현 AC밀란)을 꽁꽁 묶었고, 캄비아소-모따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바르사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메시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빈틈없이 커버 플레이를 펼치고 상대를 터프하게 밀어 붙였죠. 즐라탄-메시의 부진은 바르사 공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인테르는 바르사 공격이 저조해지자 '역습'으로 밀어 붙였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이 계속된 공격력 난조로 전체적인 무게 중심이 전방쪽에 쏠렸던 문제점을 파고들었죠. 빠른 볼 터치에 의한 정확한 전방 볼 배급 및 드리블 돌파로 바르사 수비진을 흔들며 3골을 터뜨렸습니다. 3골 중에 2골이 왼쪽 윙어였던 에토의 크로스를 발판으로 스네이더르-밀리토가 골을 터뜨렸고, 마이콘의 역전골 상황에서는 밀리토의 돌파 및 스루패스가 주효했습니다. 이러한 인테르의 선 수비-후 역습은 바르사를 상대하는 맞춤형 전술로서 적절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했습니다. 바르사는 오랫동안 철저히 공격 축구로 다져진 팀이기 때문에, 그들과 똑같이 공격 축구를 펼치면 승리하기가 어렵죠.

이러한 인테르의 바르사전 승리 공식은 벵거 감독이 참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르사의 공격력은 여전히 철옹성이기 때문이죠.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보면 즐라탄과 공존했던 지난 시즌보다는 비야가 가세했던 올 시즌 화력이 제법 컸습니다. 아스날은 바르사와의 지난 시즌 8강 2차전에서 메시에게 4골이나 허용했던 뼈저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기존의 공격 축구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날도 바르사처럼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세밀하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공격 위주의 경기를 펼칩니다. 문제는 바르사에 비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죠. 굳이 공격 축구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토너먼트 무대에서 단점을 노출하는 것은 패배의 빌미가 됩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전반 26분 비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던 시간대에는 송 빌롱-코시엘니-클리시가 상대 공격에 흔들리는 불안한 수비를 펼쳤습니다. 아스날 공격이 갈피를 못잡았던 이유죠. 그래서 아스날은 후반전이 되자 '빠른 역습'으로 공격 전술을 수정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전방쪽으로 끌어들였죠. 특히 아스날 미드필더들은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공간을 좁히는데 주력하면서 끊임없이 커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결국 바르사의 공격 줄기는 박스쪽에 접근할수록 위력을 잃으면서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에 직면합니다. 아스날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렸죠.

아스날에게 남은 것은 역습 이었습니다. 기존에 측면 공격을 맡았던 나스리-월컷이 볼 터치 및 패스 정확도 부족에도 불구하고 빠른 주력으로 상대 수비진과 적극적으로 경합했던 내용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후반 막판까지 두 선수의 기동력을 의지하기에는 체력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벵거 감독은 후반 22분 송 빌롱을 빼고 아르샤빈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웁니다. 아르샤빈을 왼쪽 윙어로 두면서 나스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경했죠. 바르사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같은 시간대에 비야를 교체했던 패착과 맞물려, 벵거 감독의 아르샤빈 투입은 바르사 진영에서의 효율적인 볼 배급으로 골을 노리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후방에서 연결되는 역습을 받아낼 선수(아르샤빈)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판 페르시가 그 역할에서 부족함을 드러냈었죠.

사실, 아스날의 동점골은 판 페르시 개인이 만들어낸 골 장면 입니다. 박스 왼쪽 구석에서 클리시에게 로빙 패스를 받았을 때 슈팅 각도가 거의 없었음에도 왼발 발등으로 강하게 밀어찼던 것이 골로 연결됐습니다. 그리고 아스날의 역전골은 '바르사의 허를 찌르는' 역습이 결정타 였습니다. 윌셔가 아스날 진영에서 바르사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커팅하자마자 파브레가스 쪽으로 종패스를 띄웠고, 파브레가스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뚫고 돌파를 감행했던 나스리에게 긴 스루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러자 나스리는 상대 수비수를 페인팅으로 제치고 문전쪽으로 논스톱 패스를 제공했고, 그 볼을 아르샤빈이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죠. 아스날의 '완벽한 역습'이 바르사를 무너뜨리는 순간 이었습니다.

아스날의 역습이 성공했던 '근본적 원인'은 윌셔의 맹활약이 컸습니다. 윌셔는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안정적으로 볼을 전달하면서, 바르사가 아스날 진영에서 공세를 펼치면 바로 압박을 펼치면서 상대 공격을 괴롭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르사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아르샤빈의 역전골 상황에서는 직접 상대팀 패스를 차단했던 것이 역습의 발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볼을 여유있게 간수하면서 송 빌롱의 부진을 커버하는데 힘을 실어줬죠. 흔히 역습하면 드리블 돌파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후방에서의 날카롭고 정확한 볼 연결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돌파가 용이해지고 상대 수비를 농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일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달 9일 캄프 누에서 16강 2차전을 치릅니다. 바르사가 홈에서 16강 탈락을 면하기 위해 공격 축구를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스날은 그에 걸맞는 전략으로 상대팀과 맞서야 합니다. 1차전 승리의 열쇠로 작용했던 역습을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높죠. 바르사가 골을 의식하는 흐름을 노려야 합니다. 바르사도 아스날의 역습을 대비한 맞춤형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아스날 입장에서는 1차전에서 바르사를 이겼던 자신감이 2차전 행보에 긍정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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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드래곤' 이청용(22)의 소속팀인 볼턴은 지난달 21일 블랙번전 0-3 완패까지만 하더라도 강등이 유력한 듯 싶었습니다. 당시 볼턴은 리그 18위로 떨어져 강등권에서 허우적거린 것을 비롯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무득점 및 무승(2무3패)으로 부진했습니다. 이반 클라스니치와 게리 카힐 같은 공격과 수비의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요한 엘만더와 잿 나이트의 불안한 경기력이 도마위에 올랐고 잭 윌셔-블라디미르 바이스 같은 임대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은 체력 저하로 폼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랬던 볼턴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울버햄턴전 1-0 승리, 지난 7일 웨스트햄전 2-1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2연승을 달리며 18위였던 성적을 13위(29점, 7승8무13패)로 끌어 올렸습니다. 18위에 처진 헐 시티(24점, 5승9무14패)와 승점 5점 차이를 내며 강등권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것을 비롯, 승점 34점으로 리그 11위와 12위를 기록중인 스토크 시티와 블랙번을 5점 차이로 추격해 리그 10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체력 저하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이청용은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도움)를 기록하는 에이스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볼턴은 올 시즌 중반부터 강등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조로운 공격 전개 및 롱볼 축구의 기존 색깔에서 미드필더진의 아기자기한 공격 패턴으로 바꾸는 과도기에 있다보니 케빈 데이비스와 메튜 테일러 같은 기존 주 득점원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경기력도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팀의 공격을 주도하거나 공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었고, 측면에는 션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아 이청용의 체력 부담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27일 번리전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 실점을 거듭하는 불안한 수비조직력을 일관했습니다.

그랬던 볼턴이 변화를 줬던 시점이 지난 1월 오언 코일 감독 영입 이었습니다. 볼턴의 공격을 롱볼에서 기술 축구로 바꿀 수 있는 적임자가 코일 감독 이었기 때문입니다. 윌셔-바이스의 임대와 미국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스튜어트 홀든의 영입은 코일 감독의 전술 역량을 최대화 시키기 위한 의도였죠. 비록 지난달에는 이청용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체력 저하 여파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거듭하며 다시 롱볼로 전환했지만, 블랙번전 0-3 패배 이후부터 전열을 가다듬더니 최근 2연승으로 이전과 다른 축구를 하게 됐습니다.

볼턴이 승리했던 울버햄턴전과 웨스트햄전의 공통점은 두 경기 모두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볼턴은 두 경기 점유율에서 각각 44-56, 41-59(이상 %)로 열세를 나타냈는데, 이것은 볼턴의 경기 운영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형적인 역습 작전을 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에 대한 소유시간을 늘리며 활발한 공격 전개를 노리기 보다는 후방에서 미드필더진으로 찔러주는 빠른 타이밍의 종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드는 공격력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특히 웨스트햄전에서는 패스 숫자에서 222-355(개), 슈팅 숫자 17-21(개)의 열세를 나타냈음에도 2-1로 승리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역습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수비 라인을 골문 밑으로 내리고 미드필더들이 포백과의 간격을 좁혀 압박에 치중하면서 상대 미드필더 라인을 볼턴 진영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상대 공격을 끊으면 그 즉시 오른쪽 측면에 있던 이청용쪽으로 빠르게 종패스를 연결했고, 이에 이청용은 단독 돌파로 전방을 질주하거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팀의 역습을 주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웨스트햄이 볼턴의 역습을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미드필더들이 볼턴의 수비 작전에 말려 지나치게 윗쪽으로 쏠리면서 포백과의 간격이 벌어졌고, 상대의 역습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커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판단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볼턴은 상대 미드필더진이 흔들거리는 것을 틈타 그들의 뒷 공간을 노리는 종패스를 연결하며 수비 상황에서 순식간에 공격 상황으로 연출하는 능수능란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래서 전반 10분 이청용의 오른쪽 크로스가 케빈 데이비스의 헤딩골로 이어지면서 리드를 잡더니 5분 뒤 윌셔의 추가골로 역습 과정에서 두 골을 넣었고 이것이 2-1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이러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은 강등권 탈출의 시작이었던 울버햄턴전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미드필더를 아래로 끌어 내리면서 상대 허리진을 윗쪽으로 끌어 올렸는데, 상대 공격을 끊으면 그 즉시 이청용-무암바의 빠른 드리블 돌파를 통해 경기의 기세를 잡았습니다. 드리블 돌파 이후에는 쉐도우인 엘만더와의 연계 플레이를 노리며 상대 수비의 허점을 공략했고, 전반 47분 이청용이 왼쪽 측면 코너킥 지점에서 상대팀 선수를 제치고 문전쪽으로 전진패스를 연결하여 나이트의 결승골을 엮었습니다. 무엇보다 홀든이 상대 공격 루트를 미리 읽으며 길목을 봉쇄하는 홀딩 능력과 세밀한 공격 차단이 있었기에 중원이 안정되었고 이것은 수비 안정과 역습 향상이라는 두 가지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볼턴이 전형적인 역습으로 전술을 바꾼 이유는 수비 불안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비가 약하면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연쇄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나마 볼턴은 게리 멕슨 전 감독 시절에 잦은 실점 속에서도 꾸준히 골을 넣었지만 번번히 경기를 이기지 못해 강등권에 추락했고 사령탑이 교체 됐습니다. 그래서 코일 감독은 미드필더를 밑으로 내려 포백의 수비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를 노리면서 빠른 패스 타이밍에 의한 역습으로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기존 수비진의 개인 실력이 부족하고 존 디펜스가 더 이상 향상 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드필더들의 수비 비중을 높였죠.

그 전략이 최근 두 경기에서 적중했습니다. 상대팀의 숫자가 볼턴 진영으로 몰리면, 볼턴 미드필더진은 무암바를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하여 그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집중합니다. 이청용도 이 과정에서는 오른쪽 풀백인 그레타 스테인손과의 간격을 좁히며 상대의 측면 공격 길목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동료 선수가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 그 즉시 전방쪽으로 빠르게 치고들어 역습 자세를 취하고, 그 과정에서 공을 잡으면 팀의 빌드업을 엮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취합니다. 이러한 이청용 중심의 역습은 볼턴이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볼턴 오름세의 또 다른 원인은 데이비스와 엘만더의 역할이 철저하게 나뉘어졌습니다. 기존에는 두 선수 모두 최전방에 포진하여 후방 옵션을 기다리는 움직임을 취했으나 미드필더들의 활동량 부담만 키우고 팀의 공격이 번번이 끊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 경기에서는 엘만더가 쉐도우로 내려가 이청용을 비롯한 후방 옵션들의 전진 패스를 받아내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유도하면서 볼턴의 역습 임펙트가 커졌습니다. 그 효과는 이청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무리한 움직임을 줄이면서 데이비스의 타겟 역량이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경기력이 꾸준히 유지되면, 볼턴은 리그 경기를 몇 경기 남기고 강등권 탈출에 성공해 그 이후 일정을 여유롭게 보낼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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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C밀란 원정을 앞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 받았습니다. 네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비롯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 그것이죠. 특히 AC밀란전은 유럽 제패로 향하는 토너먼트 무대의 첫 걸음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역대 유럽 대항전 토너먼트 무대에서 AC밀란을 탈락시킨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특히 산 시로 원정에서 4전 4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17일 산 시로 원정을 앞둔 맨유로서는 원정 경기에 대한 악연이 무거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AC밀란에 약한 징크스를 깨고 8강에 진출하려면 악연을 반드시 이겨내야 합니다. 최근 맨유 공격의 화두로 떠오른 '역습'을 통해 AC밀란의 방패를 뚫는다면 공격의 무게감이 힘이 실릴 것입니다.

맨유는 점유율에서 역습 축구로 전환한 최근 5경기에서 16골을 넣는 파괴적인 득점력을 뽐냈습니다. 그동안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루이스 나니의 각성모드가 점유율 축구 부진으로 신음하던 맨유의 공격력을 바꿨습니다. 특히 나니를 통한 오른쪽 역습 공격이 빛을 발하면서 맨유가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손쉬워졌으며 이것은 웨인 루니의 골 감각이 무르익고 맨유의 성적이 향상되는 비결이 됐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AC밀란전에서도 나니를 통한 역습으로 승리의 해답을 얻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나니와 경쟁자였으나 이제는 나니와 공존 관계가 된 '산소탱크' 박지성이 AC밀란전의 또 다른 필승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맨유가 지난 1일 아스날 원정에서 3-1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나니를 통한 역습이 상대 수비진을 붕괴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의 맹활약은 점유율 축구의 부진을 극복하고 역습 축구에서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것은 맨유의 AC밀란전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박지성은 아스날전 이후에 열린 포츠머스전과 애스턴 빌라전에서 결장했습니다. 로테이션 차원에서 결장했지만 이것을 다른 의미로 보면 AC밀란전 선발 출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맨유가 산 시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공 소유권을 늘리는 점유율 축구보다는 박지성과 나니를 통한 역습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심산이 깔려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최근 두 경기 동안 박지성에게 휴식을 부여한 것은, 한 경기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박지성의 체력을 안배하며 AC밀란전 맹활약을 주문한 것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맨유 역습에 없어서는 안 될 공격 옵션입니다. 지난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좌우 측면에서 장단을 맞춰 맨유의 역습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나니와의 공존을 통해 맨유 공격의 역동성을 키웠습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질주하는 공격 본능과 상대 수비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빠른 타이밍의 패스가 맨유의 역습 공격을 향상 시키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특히 상대 수비가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해 팀의 역습 속도를 끌어올리도록 돌파를 가하거나 종 패스를 날리는 영민함이 빛을 발했습니다.

사실, 박지성은 종적인 움직임과 종 패스를 즐기는 선수입니다. 수비가담을 통한 커팅으로 직접 빌드업을 시도하거나 전방쪽으로 패스를 밀어주는 플레이, 직선 형태의 돌파로 측면을 파고드는 움직임, 동료 공격 옵션과의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전진 패스를 구사하며 상대 수비의 시선을 빼앗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종적인 활약은 상대 수비 입장에서 부담이 커지고 맨유의 역습이 용이해지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해 5월 아스날전 호날두의 두번째 골과 지난 1일 아스날전 루니의 골 과정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두 경기 모두 맨유 진영에서 공을 잡아 자신의 앞선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치고들던 루니에게 적지적소의 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이 맨유가 골을 넣는 발판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해 5월 아스날전에서 호날두의 패스를 이어받아 역습을 전개했다면 지난 1일 아스날전에서는 자신이 직접 상대의 공을 빼앗아 루니에게 재빠르게 공을 연결했습니다.

특히 루니에게 패스한 이후에는 전방으로 빠르게 치고들며 맨유의 역습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루니의 마크맨 이었던'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루니가 노마크 상황에서 골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공이 없을 때 상대 수비의 시선을 다른 한 쪽으로 분산시키는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동료 선수의 골 기회를 유도한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칭찬할 때 마다 "박지성은 공이 없을때의 움직임이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던 것 처럼, 박지성의 진가는 역습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올 시즌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점유율 축구는 횡 패스가 많기 때문에 횡적인 움직임이 강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종적인 활약에 익숙한 박지성에게는 횡이 중요시되는 전술에서 공격 전개에 대한 약점을 노출했고 맨유의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점유율 축구는 상대팀들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두드러지면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 나니를 통한 역습으로 승승장구하면서 박지성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 되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진가는 이번 AC밀란전에서 빛을 발할 것입니다. 특히 산 시로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은 맨유의 원정 경기이기 때문에 공격 주도 보다는 압박에 이은 역습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를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4-2-3-1과 4-3-3을 쓰는 맨유는 캐릭-스콜스-플래처를 중앙에 포진시켜 압박을 가하고 박지성과 나니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압박의 세기를 높일 것입니다. 허리에서 상대 공격을 끊으면 박지성과 나니를 통한 종적인 역습이 진행 될 것이며 루니에게 골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AC밀란의 오른쪽 풀백으로 모습을 내밀 가능성이 높은 이그나치오 아바테는 경험 부족에 따른 수비 집중력에 약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기본적인 대인방어 능력을 갖췄지만 고비 때마다 빠른 주력을 자랑하는 상대 공격 옵션에게 흔들리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크로스 능력은 좋으나 무리한 공격 가담 때문에 수비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높은 클래스의 팀에게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박지성이 아바테의 약점을 공략한다면 AC밀란전 맹활약을 비롯 맨유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벤 소속이었던 지난 2005년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 AC밀란전에서의 인상깊은 활약으로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특히 2차전 선제골은 맨유에 입단할 수 있었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AC밀란과 상대하는 박지성은 '역습의 교과서'로서 맨유의 승리를 이끌 것입니다. 지난 아스날과의 두 경기에서 맹렬한 역습을 가했던 박지성의 진가가 산 시로에서의 짜릿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