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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 역습 축구, 바르사 약점을 간파하다

 

아스날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전 2-1 역전승은 의외의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5전 2무3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지난 시즌 8강 1~2차전에서는 1무1패(3골 6실점)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에서는 한때 탈락 가능성이 제기 된 끝에 H조 2위에 오르며 턱걸이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축구 전문가 및 수많은 사람들은 아스날이 바르사와의 리턴 매치에서 패할 것으로 예상했죠.

후반 중반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바르사의 승리가 유력했습니다. 아스날이 바르사 박스쪽을 공략하는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판 페르시-파브레가스-나스리-월컷은 후반 22분까지 패스 정확도 70%를 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좌우 측면에서 줄기차게 역습을 시도했지만 바르사의 수비 뒷 공간을 뚫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볼 배급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역습이 바르사전 2-1 역전승의 원인이 됐습니다. 바르사의 약점을 제대로 간파했던 경기였습니다.

바르사전 역전승, 벵거 감독의 전략 승리

아스날의 바르사전 승리 과정은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테르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바르사를 제압하면서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4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강력한 압박을 기반으로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펼치면서 바르사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무너뜨렸죠. 특히 루시우가 즐라탄(현 AC밀란)을 꽁꽁 묶었고, 캄비아소-모따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바르사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메시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빈틈없이 커버 플레이를 펼치고 상대를 터프하게 밀어 붙였죠. 즐라탄-메시의 부진은 바르사 공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인테르는 바르사 공격이 저조해지자 '역습'으로 밀어 붙였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이 계속된 공격력 난조로 전체적인 무게 중심이 전방쪽에 쏠렸던 문제점을 파고들었죠. 빠른 볼 터치에 의한 정확한 전방 볼 배급 및 드리블 돌파로 바르사 수비진을 흔들며 3골을 터뜨렸습니다. 3골 중에 2골이 왼쪽 윙어였던 에토의 크로스를 발판으로 스네이더르-밀리토가 골을 터뜨렸고, 마이콘의 역전골 상황에서는 밀리토의 돌파 및 스루패스가 주효했습니다. 이러한 인테르의 선 수비-후 역습은 바르사를 상대하는 맞춤형 전술로서 적절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했습니다. 바르사는 오랫동안 철저히 공격 축구로 다져진 팀이기 때문에, 그들과 똑같이 공격 축구를 펼치면 승리하기가 어렵죠.

이러한 인테르의 바르사전 승리 공식은 벵거 감독이 참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르사의 공격력은 여전히 철옹성이기 때문이죠.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보면 즐라탄과 공존했던 지난 시즌보다는 비야가 가세했던 올 시즌 화력이 제법 컸습니다. 아스날은 바르사와의 지난 시즌 8강 2차전에서 메시에게 4골이나 허용했던 뼈저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기존의 공격 축구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날도 바르사처럼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세밀하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공격 위주의 경기를 펼칩니다. 문제는 바르사에 비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죠. 굳이 공격 축구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토너먼트 무대에서 단점을 노출하는 것은 패배의 빌미가 됩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전반 26분 비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던 시간대에는 송 빌롱-코시엘니-클리시가 상대 공격에 흔들리는 불안한 수비를 펼쳤습니다. 아스날 공격이 갈피를 못잡았던 이유죠. 그래서 아스날은 후반전이 되자 '빠른 역습'으로 공격 전술을 수정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전방쪽으로 끌어들였죠. 특히 아스날 미드필더들은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공간을 좁히는데 주력하면서 끊임없이 커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결국 바르사의 공격 줄기는 박스쪽에 접근할수록 위력을 잃으면서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에 직면합니다. 아스날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렸죠.

아스날에게 남은 것은 역습 이었습니다. 기존에 측면 공격을 맡았던 나스리-월컷이 볼 터치 및 패스 정확도 부족에도 불구하고 빠른 주력으로 상대 수비진과 적극적으로 경합했던 내용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후반 막판까지 두 선수의 기동력을 의지하기에는 체력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벵거 감독은 후반 22분 송 빌롱을 빼고 아르샤빈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웁니다. 아르샤빈을 왼쪽 윙어로 두면서 나스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경했죠. 바르사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같은 시간대에 비야를 교체했던 패착과 맞물려, 벵거 감독의 아르샤빈 투입은 바르사 진영에서의 효율적인 볼 배급으로 골을 노리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후방에서 연결되는 역습을 받아낼 선수(아르샤빈)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판 페르시가 그 역할에서 부족함을 드러냈었죠.

사실, 아스날의 동점골은 판 페르시 개인이 만들어낸 골 장면 입니다. 박스 왼쪽 구석에서 클리시에게 로빙 패스를 받았을 때 슈팅 각도가 거의 없었음에도 왼발 발등으로 강하게 밀어찼던 것이 골로 연결됐습니다. 그리고 아스날의 역전골은 '바르사의 허를 찌르는' 역습이 결정타 였습니다. 윌셔가 아스날 진영에서 바르사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커팅하자마자 파브레가스 쪽으로 종패스를 띄웠고, 파브레가스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뚫고 돌파를 감행했던 나스리에게 긴 스루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러자 나스리는 상대 수비수를 페인팅으로 제치고 문전쪽으로 논스톱 패스를 제공했고, 그 볼을 아르샤빈이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죠. 아스날의 '완벽한 역습'이 바르사를 무너뜨리는 순간 이었습니다.

아스날의 역습이 성공했던 '근본적 원인'은 윌셔의 맹활약이 컸습니다. 윌셔는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안정적으로 볼을 전달하면서, 바르사가 아스날 진영에서 공세를 펼치면 바로 압박을 펼치면서 상대 공격을 괴롭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르사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아르샤빈의 역전골 상황에서는 직접 상대팀 패스를 차단했던 것이 역습의 발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볼을 여유있게 간수하면서 송 빌롱의 부진을 커버하는데 힘을 실어줬죠. 흔히 역습하면 드리블 돌파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후방에서의 날카롭고 정확한 볼 연결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돌파가 용이해지고 상대 수비를 농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일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달 9일 캄프 누에서 16강 2차전을 치릅니다. 바르사가 홈에서 16강 탈락을 면하기 위해 공격 축구를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스날은 그에 걸맞는 전략으로 상대팀과 맞서야 합니다. 1차전 승리의 열쇠로 작용했던 역습을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높죠. 바르사가 골을 의식하는 흐름을 노려야 합니다. 바르사도 아스날의 역습을 대비한 맞춤형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아스날 입장에서는 1차전에서 바르사를 이겼던 자신감이 2차전 행보에 긍정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