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 때문인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축구팀 때문일 수도 있고 잘하는 팀의 경기를 계속 보고 싶은 이유도 있다. 우연히 축구 경기를 보면서 특정팀 매력에 빠져들거나 친구 또는 가족이 축구팀을 응원하는 광경을 보며 자신도 함께 지지하는 경우 등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많은 축구팬들은 선수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평소 눈여겨봤던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열광하면서 축구를 계속 보고 싶어 하게 된다.

[사진=피스컵 우승 트로피 (C) 효리사랑]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었다. TV에서 자주 봤던 서정원이 한국 대표팀의 본선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축구가 감동적인 스포츠임을 깨달았다. 그 무렵의 서정원은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꼬마 축구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았다. 100m 기록이 11초대 였으니(그때는 미디어에서 유난히 100m 기록을 강조했다.) '발이 느렸던' 나로서는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부터는 축구를 볼 때마다 윙어들의 스피드를 주목하게 됐다. 서정원만큼 빠르고 골을 잘 넣는 선수가 누가 있나 보면서. 몇 년이지나 그 선수를 눈여겨보게 됐다. 전 성남 공격수 김대의.

김대의, 터키 명문 클럽에게 패배를 안긴 결승골

축구팬들에게 김대의하면 수원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김대의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면서 두 번의 K리그 우승을 안겼다. 아마도 차범근 감독 체제를 빛낸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수원에서는 공격수보다는 공격형 또는 측면 미드필더로 많이 기용되면서 팀플레이에 주력했지만 전 소속팀 성남 시절에는 K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과시했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던 2002년, 김대의는 17골 12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더불어 성남의 K리그 5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사실, 2002년 김대의 활약상은 많이 지켜보지 못했다. 그때는 고3이라 축구 경기를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어쩌다 K리그 경기를 봤을 뿐이다. 그럼에도 김대의 플레이는 꽤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김대의가 많은 골을 넣었던 시절이라 미디어에서 단골로 등장했다. 경기 종료 직전 수원 진영에서 상대 수비수가 잘못 걷어낸 볼을 받아낸 뒤, 특유의 빠른 주력으로 골키퍼 이운재까지 제치고 성남의 승리를 확정짓는 골을 터뜨렸던 장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2003년에는 대학생이 되면서 김대의 플레이를 축구장에서 많이 볼 것으로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김대의는 2003년 3월 AFC 챔피언스리그 다롄 스더(중국)전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K리그 시즌 초반을 쉬게 됐다. 당초 피스컵 불참이 제기 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지만 다행히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2003년에는 이리네-데니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2002년의 포스를 보여주기에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성남은 김도훈, 데니스(이성남), 이기형, 싸빅, 윤정화 같은 이적생들을 영입하면서 초호화 스쿼드를 꾸릴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웠다. 김대의가 실전에서 넉넉한 출전 시간을 얻기에는 성남의 선수층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김대의는 2003년 성남에게 중요했던 빅 매치에서 강한 임팩트를 과시했었다. 피스컵 역사가 시작된 2003년 7월 1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A조에 속한 성남과 베식타스(터키)의 제1회 피스컵 개막전이 펼쳐졌다. 피스컵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동안 이름으로만 들었던 해외 유명 축구 클럽들이 한국에서 피스컵 우승을 놓고 격돌하기 때문이다. 해외 클럽이 한국에서 친선전을 가진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서 한국에 입국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성남의 개막전 상대였던 베식타스를 시작으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LA 갤럭시(미국) 나시오날(우루과이) TSV 1860 뮌헨(독일) 카이저 치프스(남아공) 리옹(프랑스)이 피스컵 우승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특히 PSV 에인트호번은 박지성-이영표-히딩크 감독, LA 갤럭시에는 홍명보가 참가했다.

성남에게 베식타스전은 중요한 경기였다. 많은 축구팬들이 피스컵 개막전을 보면서 성남의 승리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베식타스는 터키 명문 클럽이라 K리그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는 한일 월드컵 4강 진출로 축구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던 시점. 성남의 성적은 피스컵 흥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랬는지 성남 선수들은 베식타스전에서 팀 승리를 위해 열의를 다해 뛰었다. 전반 6분 시난 칼로글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3분 뒤 성남 공격수 샤샤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면서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 이후 베식타스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터키 명문 클럽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 도중에는 하늘에서 내리던 빗줄기가 폭우로 돌변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에는 날씨가 도와주지 못했지만, 적어도 성남 선수들에게는 피스컵 개막전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후반 47분. 하프라인에서 길게 연결된 볼이 박스 쪽에서 황연석 헤딩 패스로 이어졌고, 오른쪽 골문에 있던 김대의가 헤딩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성남의 2:1 승리를 완성했다. 노란색 상의 유니폼을 벗고 환호했던 모습은 주요 언론 메인에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모습이 종이 신문 사진으로 나왔던 장면은 개인적으로 스크랩을 했었다. 김대의 결승골 장면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말이다.

성남은 본선 2차전 카이저 치프스전에서 1:0으로 이겼으나 3차전 리옹에게 0:1로 패했고, 리옹과의 골득실에서도 밀리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때는 조 1위만이 결승에 합류했다. 그러나 성남은 2승1패를 거두면서 2003년 피스컵을 훌륭하게 치렀다. 김대의 개막전 결승골 덕분에 성남이 피스컵에서 선전하지 않았을까. 오는 19일 개막하는 2012 피스컵에서는 얼마나 멋진 명승부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본 포스트는 피스컵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해 여름에 유일하게 영입했던 포르투갈 출신 윙어 베베(21)를 떠나 보냈습니다. 터키 베식타스로 부터 100만 유로(약 15억 4천만원)의 임대료를 받게 됐습니다. 베식타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베베 임대를 공식 발표 했으며, 베베는 2011/12시즌 터키 무대에서 활약할 예정입니다.

 

 

베베는 지난해 8월 740만 파운드(약 130억원)의 이적료로 맨유에 입단했던 선수입니다. 노숙자 출신이자 포르투갈 3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로 화제를 모았죠. 2010/11시즌 맨유에서는 7경기에 출전하여 2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6일 칼링컵 16강 울버햄턴전, 지난해 11월 20일 UEFA 챔피언스리그 부르사스포르전에서 각각 1골씩 넣었죠.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고, 2011년에는 잉글랜드 5부리그 크롤리 타운과의 FA컵 16강전에 출전했을 뿐입니다. 팀 내 입지가 어땠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베베는 맨유에서 뛰기에는 기량이 떨어졌습니다. 윙어로서 경기를 풀어가는 기질이 부족하며, 공을 받아야 할 위치를 찾지 못하거나,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개인기가 떨어지는 등 기존 맨유 선수와의 경기력 차이를 이겨내지 못했죠. 유망주임을 감안해도 자신만의 특색이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맨유의 또 다른 영입 실패작으로 꼽히는 가브리엘 오베르탕은 볼을 다루는 솜씨가 있는 선수였지만(그 이후에 패스 타이밍이 느린것이 단점) 베베는 어떠한 특징도 없었습니다.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베베르탕(베베-오베르탕)'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특히 베베르탕은 맨유 이전의 커리어가 취약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베베는 포르투갈 3부리그 출신이며 오베르탕은 전 소속팀 보르도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로리앙으로 임대되었던 케이스 였습니다. 프랑스리그를 평정하고 맨유에 입성했던 케이스가 아니었죠. 두 선수는 다른 리그에서 활약했던 유망주였지만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지 못했습니다. 맨유가 지난해 4월 600만 파운드(약 105억원)에 영입했던 '신성'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대조됩니다. 에르난데스는 친정팀 치바스 과달라하라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기세를 멕시코 국가 대표팀까지 이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베베 이적료는 에르난데스보다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베베는 740만 파운드 이적료 가치를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600만 파운드였던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었던 디마타르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밀어내고 웨인 루니와 함께 주전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베베는 그렇지 않았죠. 그래서 현지 언론에 의해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와 더불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먹튀로 꼽히게 됐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역대 영입 실패작 중에 하나로 꼽을만 합니다.

 

 

베베의 지난해 여름 맨유 입단은 카를로스 퀘이로스 전 포르투갈 국가 대표팀 감독이 관여했습니다. 퀘이로스 전 감독은 2007/08시즌까지 맨유 수석코치로 몸담았던 '퍼거슨 브레인'으로 유명하죠. 퍼거슨 감독에게 베베 영입을 추천하면서 포르투갈 윙어의 올드 트래포드행이 성사됐습니다. 퍼거슨 감독 스스로 베베 활약상을 비디오로 보지도 않고 영입했다고 말할 정도로 퀘이로스 전 감독의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740만 파운드를 그대로 날린 꼴이 됐죠. 아무리 퀘이로스 전 감독과 가까운 사이지만 선수 영입 만큼은 좀 더 신중했어야 합니다. 당시 맨유의 베베 영입은 '예견된 실패작'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사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누구도 영입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맨유가 막대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대형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죠. 당시 이적시장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가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이적 대상자들의 몸값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맨유가 스쿼드를 보강하는데 자금적인 부담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2010년에는 마메 비람 디우프(블랙번 임대)-크리스 스몰링-에르난데스-베베 같은 영건을 수혈했습니다.(디우프-스몰링은 2010년 1월에 영입 확정된 케이스) 스몰링-에르난데스는 맨유 영입 성공작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퀘이로스 전 감독 추천에 의해 베베를 영입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를 안보고 영입했다고 주장할 정도라면, 애초부터 베베를 몰랐거나 또는 단순한 유망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듭니다. 더 문제는 이적료 였습니다. 베베를 영입하기 위해서 멕시코 무대에서 검증된 에르난데스보다 많은 이적료를 투자했습니다. 차라리 잉글랜드 무대에서 가능성이 있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했으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유의 2010/11시즌 대표적인 취약 포지션이 중원이었죠.

 

 

맨유는 베베 실패를 통해서 선수 영입에 냉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필 존스 영입이 확정되었지만, 또 다른 영입 후보군인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찰리 아담(블랙풀) 알렉시스 산체스(우디네세) 다비드 데 헤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대형 선수들이 맨유 전술에 녹아들 역량이 충분한지 검토해야 합니다. 판 데르 사르-스콜스-네빌이 은퇴한 시점에서 올해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2011/12시즌 성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그동안 무릎부상으로 쉬었던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2개월만에 맨유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오는 26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5차전 베식타스전 출격이 예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훈련을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박지성의 체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베식타스와의)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박지성이 베식타스전에 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맨유 구단에서 미디어 담당을 맡는 벤 힙스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지성과 오베르탕, 깁스, 하파엘이 출전할 것이다"고 밝혀 박지성의 출전이 기정 사실화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9월 20일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2개월만에 맨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빕니다. 그 이후에는 감기 몸살 및 대표팀 차출로 인한 무릎 부상으로 선수 보호차원에서 팀 전력에 빠졌습니다. 국내 여론에서는 박지성이 경기력 저하로 맨유에서의 입지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국내에서 대표팀 경기를 치른 박지성의 무릎은 경기를 뛰는데 지장이 있는 것으로 맨유 구단측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맨유가 4명의 선수를 살생부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박지성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23일 잉글랜드 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에 따르면 "맨유는 나니, 포스터, 비디치, 캐릭을 방출 시킬 것이다"고 언급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경기력 저하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면 그는 살생부 명단에 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이름이 없었다는 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맨유 전력에서 박지성의 존재감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만약 박지성이 맨유 전력에 필요없는 선수였다면 두달 전 맨유 구단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급도 맨유 선수 중에서 7번째로 높은것은 팀 전력의 주축 선수임을 의미합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의 고액 계약이 마케팅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맨유 구단이 한국 스폰서의 광고로 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선수 마케팅은 선수의 꾸준한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마케팅 효과가 높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일본과 중국 선수 중 대부분은 마케팅 선수였지만 얼마 되지않아 경기력 부진으로 방출 됐습니다. 박지성의 고액 계약은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며 어떠한 의심을 품을 필요 없습니다.

최근 박지성을 향한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만년후보로 전락했다", "입지 상실(또는 입지 흔들) 박지성", "나니와 발렌시아에 이어 오베르탕에게 밀린 박지성" 등 즉흥적인 반응들이 난무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담했습니다.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박지성의 10연속, 11연속, 12연속 결장을 기사에 언급했음에도 부상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박지성이 실력 부족으로 엔트리에서 계속 제외되었다는 늬앙스를 풍기면서 말입니다. '벤치성'이었던 박지성의 비하 용어도 이제는 '밥죄송', '양복성', '관중성', '밖지성', '병풍성' 등으로 불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박지성을 싫어하기 보다는 박지성에 거는 기대가 컸음을 의미합니다. 박지성이 웨인 루니처럼 맨유에서의 입지가 전혀 흔들림없이 매 경기마다 맹활약 펼치기를 바랬기 때문이죠. 사람의 욕심이 끝없듯, 여론 반응도 사람 욕심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을 향한 여론의 기대는 너무 컸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거의 매 경기 붙박이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루니-발렌시아-에브라-판 데르 사르에 불과합니다. 안타깝게도 박지성은 3번의 무릎 수술 여파로 무릎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내에서의 대표팀 출전과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 및 무릎 상태가 악화되면서 경기력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선수 관리에 치밀한 맨유로서는 박지성을 무리하게 출전시킬 필요가 없었으며 12경기 연속 결장의 원인이 바로 이 때문 이었습니다. 국내 언론을 비롯한 여론의 기대는 야박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베식타스전은 박지성이 여론의 분위기를 180도 바꿀 수 있는 터닝 포인트의 계기로서 가장 적합한 경기입니다. 박지성은 지난 덴마크-세르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을 통해 컨디션을 되찾았고 팀 훈련에도 정상적으로 참가했습니다. 지난 9일에는 맨유 선수단과 함께 첼시 원정에 동행했고 22일 에버튼전에서는 트레이닝 복장으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팀 전력에 활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론과 퍼거슨 감독의 기대를 부응해야 할 박지성으로서는 베식타스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도 박지성의 맹활약을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긱스가 체력 문제로 시즌 중반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옮길 예정이고 나니가 팀 전력에서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베르탕도 선발로 쓸 수 있는 자원이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데다 선발보다는 '슈퍼 조커'로서 매리트가 넘치는 선수입니다. 이 같은 불안 요소를 해결할 존재는 박지성 뿐입니다. 박지성이 산소 탱크의 저력을 발휘하면, 맨유는 발렌시아가 휘젓는 오른쪽에 이어 왼쪽에서도 팀의 공격과 수비에 있어 든든한 존재를 얻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올 시즌 초반 공격력 부족으로 고전했습니다. 퍼스트 터치와 볼 키핑력 불안, 백 패스 남발 등으로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속공에서 지공으로, 호날두 시프트를 키우기 위한 역습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전술로 바꾸면서 박지성이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무릎 부상으로 쉬는 동안에 맨유 경기를 보면서 어떻게 경기하면 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전술 이해도가 높다는 칭찬을 받았던 선수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술에 적응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제는 박지성이 새로운 전술에 녹아들 필요가 있습니다.

박지성의 현재 행보가 부진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이 있으며 맨유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빅 클럽 선수로서 난관을 잘 이겨냈기 때문에 맨유에서 여러 시즌 동안 뛸 명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박지성이 우리들에게 벤치성이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박지성이 베식타스전을 기점으로 특유의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치며 맨유의 믿음직한 미드필더로 비상할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