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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피스컵, 2003년 성남 김대의를 추억하다

 

당신이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 때문인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축구팀 때문일 수도 있고 잘하는 팀의 경기를 계속 보고 싶은 이유도 있다. 우연히 축구 경기를 보면서 특정팀 매력에 빠져들거나 친구 또는 가족이 축구팀을 응원하는 광경을 보며 자신도 함께 지지하는 경우 등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많은 축구팬들은 선수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평소 눈여겨봤던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열광하면서 축구를 계속 보고 싶어 하게 된다.

[사진=피스컵 우승 트로피 (C) 효리사랑]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었다. TV에서 자주 봤던 서정원이 한국 대표팀의 본선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축구가 감동적인 스포츠임을 깨달았다. 그 무렵의 서정원은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꼬마 축구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았다. 100m 기록이 11초대 였으니(그때는 미디어에서 유난히 100m 기록을 강조했다.) '발이 느렸던' 나로서는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부터는 축구를 볼 때마다 윙어들의 스피드를 주목하게 됐다. 서정원만큼 빠르고 골을 잘 넣는 선수가 누가 있나 보면서. 몇 년이지나 그 선수를 눈여겨보게 됐다. 전 성남 공격수 김대의.

김대의, 터키 명문 클럽에게 패배를 안긴 결승골

축구팬들에게 김대의하면 수원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김대의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면서 두 번의 K리그 우승을 안겼다. 아마도 차범근 감독 체제를 빛낸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수원에서는 공격수보다는 공격형 또는 측면 미드필더로 많이 기용되면서 팀플레이에 주력했지만 전 소속팀 성남 시절에는 K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과시했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던 2002년, 김대의는 17골 12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더불어 성남의 K리그 5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사실, 2002년 김대의 활약상은 많이 지켜보지 못했다. 그때는 고3이라 축구 경기를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어쩌다 K리그 경기를 봤을 뿐이다. 그럼에도 김대의 플레이는 꽤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김대의가 많은 골을 넣었던 시절이라 미디어에서 단골로 등장했다. 경기 종료 직전 수원 진영에서 상대 수비수가 잘못 걷어낸 볼을 받아낸 뒤, 특유의 빠른 주력으로 골키퍼 이운재까지 제치고 성남의 승리를 확정짓는 골을 터뜨렸던 장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2003년에는 대학생이 되면서 김대의 플레이를 축구장에서 많이 볼 것으로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김대의는 2003년 3월 AFC 챔피언스리그 다롄 스더(중국)전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K리그 시즌 초반을 쉬게 됐다. 당초 피스컵 불참이 제기 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지만 다행히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2003년에는 이리네-데니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2002년의 포스를 보여주기에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성남은 김도훈, 데니스(이성남), 이기형, 싸빅, 윤정화 같은 이적생들을 영입하면서 초호화 스쿼드를 꾸릴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웠다. 김대의가 실전에서 넉넉한 출전 시간을 얻기에는 성남의 선수층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김대의는 2003년 성남에게 중요했던 빅 매치에서 강한 임팩트를 과시했었다. 피스컵 역사가 시작된 2003년 7월 1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A조에 속한 성남과 베식타스(터키)의 제1회 피스컵 개막전이 펼쳐졌다. 피스컵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동안 이름으로만 들었던 해외 유명 축구 클럽들이 한국에서 피스컵 우승을 놓고 격돌하기 때문이다. 해외 클럽이 한국에서 친선전을 가진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서 한국에 입국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성남의 개막전 상대였던 베식타스를 시작으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LA 갤럭시(미국) 나시오날(우루과이) TSV 1860 뮌헨(독일) 카이저 치프스(남아공) 리옹(프랑스)이 피스컵 우승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특히 PSV 에인트호번은 박지성-이영표-히딩크 감독, LA 갤럭시에는 홍명보가 참가했다.

성남에게 베식타스전은 중요한 경기였다. 많은 축구팬들이 피스컵 개막전을 보면서 성남의 승리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베식타스는 터키 명문 클럽이라 K리그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는 한일 월드컵 4강 진출로 축구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던 시점. 성남의 성적은 피스컵 흥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랬는지 성남 선수들은 베식타스전에서 팀 승리를 위해 열의를 다해 뛰었다. 전반 6분 시난 칼로글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3분 뒤 성남 공격수 샤샤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면서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 이후 베식타스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터키 명문 클럽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 도중에는 하늘에서 내리던 빗줄기가 폭우로 돌변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에는 날씨가 도와주지 못했지만, 적어도 성남 선수들에게는 피스컵 개막전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후반 47분. 하프라인에서 길게 연결된 볼이 박스 쪽에서 황연석 헤딩 패스로 이어졌고, 오른쪽 골문에 있던 김대의가 헤딩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성남의 2:1 승리를 완성했다. 노란색 상의 유니폼을 벗고 환호했던 모습은 주요 언론 메인에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모습이 종이 신문 사진으로 나왔던 장면은 개인적으로 스크랩을 했었다. 김대의 결승골 장면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말이다.

성남은 본선 2차전 카이저 치프스전에서 1:0으로 이겼으나 3차전 리옹에게 0:1로 패했고, 리옹과의 골득실에서도 밀리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때는 조 1위만이 결승에 합류했다. 그러나 성남은 2승1패를 거두면서 2003년 피스컵을 훌륭하게 치렀다. 김대의 개막전 결승골 덕분에 성남이 피스컵에서 선전하지 않았을까. 오는 19일 개막하는 2012 피스컵에서는 얼마나 멋진 명승부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본 포스트는 피스컵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