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명한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즐기기 위해 4월 8일과 9일에 걸쳐 경남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경남여행은 벚꽃을 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경남의 자랑인 창원축구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이틀간의 여행 동안 멋진 벚꽃 풍경도 보고, 창원축구센터에서 K리그도 함께 관전하고 왔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창원축구센터의 분위기와 4월 8일, 오후 3시에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 vs 전북 현대 경기 후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창원축구센터의 매력

창원축구센터는 2009년 12월 1일에 준공했습니다. 그 해 12월 19일에 올림픽대표팀 한•일전을 통해서 개장 기념 경기를 치렀죠. 창원축구센터는 K리그 경남FC,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의 홈구장입니다. 또 수많은 축구팀들의 전지훈련지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1만 5천여 석 규모의 주경기장, 보조구장 4면(천연구장 2면, 인조구장 2면), 풋살구장 1면, 하프돔 1동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이 있습니다. 제가 창원축구센터에 도착했던 오후 1시 무렵에는 인조구장에서 중학교 축구팀 경기가, 풋살구장에서는 사회인 축구팀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창원축구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창원축구센터는 축구를 즐기는 데 안성맞춤입니다. 축구 전용구장으로서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의 거리가 짧아 축구를 가까이에서 관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경관도 좋았습니다. W석에서는 주변에 둘러싸인 산이 잘 보였습니다. 산 중턱에 관중석이 마련된 축구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석 위쪽에는 벚꽃 나무가 보였습니다. 현장을 찾았을 때는 벚꽃이 활짝 피지 않았지만 4월 초까지 꽃샘추위와 강풍이 겹쳤던 서울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햇살까지 따스했습니다.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오면서 '모처럼 좋은 공기를 마시며 축구를 보는구나'라며 마음속으로 흥분했습니다.

경남vs전북, 경기 시작 전 분위기는?

이날 경기에는 유독 10~20대 축구팬들이 많았습니다. 여성 축구팬들도 꽤 있었습니다. 경남FC라는 축구 브랜드가 지역의 젊은 축구팬들에게 익숙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스타플레이어, 팀 성적까지 받쳐주면 경남의 관중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원정팀 전북 선수들이 먼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었습니다. 곧이어 경남 골키퍼 김병지 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W석 앞에 앉은 초등학생들이 "병지형 화이팅"을 외치자 김병지가 박수를 치며 화답했습니다. 김병지의 올해 나이는 42세. 20대 후반인 저로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김병지를 알게 됐는데, 지금의 초등학생들도 김병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김병지 선수입니다.

[사진=경기 시작 전 관중들에게 사인볼 증정을 하고 있는 김병지 선수]
 
양 팀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했을 무렵, 전북 서포터즈가 "조성환", "임유환" 콜을 외쳤습니다. 그동안 부상으로 결장했던 두 명의 센터백이 선발 출전했습니다. 전북은 최근 센터백들의 줄부상으로 김상식-정성훈에게 중앙 수비수를 맡기거나 쓰리백으로 대처했지만, 이제는 조성환-임유환이 복귀하면서 최근 부진을 이겨낼 동력을 얻었습니다. 경남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홈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지고 싶지 않을 겁니다. K리그 강팀을 제압해야 관중들에게 경기력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사진=두 팀의 경기 장면]

경남의 0-2 패배, 하지만 "괜찮아. 힘을 내"

경남과 전북은 4-2-3-1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허리 싸움에서 승패가 엇갈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초반에는 경남이 지공을 펼쳤지만 전북 공격 옵션들이 포어체킹으로 대응했습니다. 전북은 김정우-정훈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경남의 중앙 공격을 제어했죠. 하지만 전북의 공격은 경남 박스 쪽을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드로겟-에닝요 측면 조합이 경남 수비에 막혔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김동찬은 경남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경남 수비가 전반 33분 이전까지는 잘 버텼습니다. 그러나 김정우의 중거리 슈팅에 의한 선제골을 내줬습니다. 그 이전까지 전북 2선 미드필더들을 잘 막았지만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 끝에 김정우에게 기습적인 한 방을 허용했습니다. 경기 내내 관중석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정신 없던 저도 김정우의 골 장면을 놓칠 정도로 예상치 못한 순간이 벌어졌습니다. 경남 선수들이 순식간에 당했죠. 후반 13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강승조를 빼고 공격수 이재안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4분 뒤 이동국에게 추가골을 내줬습니다. 이동국은 이 골로 K리그 개인 통산 121골 47도움 기록하며, K리그 역대 통산 공격 포인트 1위(168개)에 등극했습니다.

[사진=이동국]

0-2로 뒤진 경남은 후반 25분 윤일록(교체 : 조르단) 32분 호니(교체 : 김인한)같은 공격 옵션들을 투입했습니다. 한 골이라도 넣으려는 공격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죠. 하지만 전북 수비진을 뚫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전북은 조성환-임유환 복귀로 수비진의 응집력이 살아나면서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허리쪽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김상식을 중심으로 강한 압박을 유지했죠. 개인 기량과 팀 전술 모두 전북의 우세였습니다. 여기에 전북은 경남 전 승리로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야 하는 동기부여를 안고 있었죠. 이렇게 두 팀의 대결은 경남의 0-2 패배로 끝났습니다.

이상 창원축구센터 분위기와 경남 vs 전북의 경기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축구를 관람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경기장을 찾아 K리그와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본 포스트는 스포츠토토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최용수 감독 대행이 이끄는 FC서울은 29일 K리그 컵대회 8강 경남FC 원정에서 0-1 패배로 탈락했습니다. 전반 26분 윤빛가람에게 오른발 프리킥 결승골을 내주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경남에게 점유율 40.885-59.115(%), 슈팅 9-14(유효 슈팅 0-7, 개)로 밀렸으며 후반 중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찾는 듯 했으나 끝내 상대팀 골망을 가르지 못했죠. 정규리그까지 포함하면 최근 K리그 5경기 1승2무2패의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습니다.

서울의 경남 원정 패배 원인은 한 가지로 요약됩니다. 주전 선수 11명 모두 선발 제외 됐습니다. 다음달 2일 K리그 16라운드 전북 원정을 겨냥한 체력 안배 차원에서 주전 11명을 쉬게 했습니다. 그나마 후반 7분에는 현영민이 교체 투입했지만 평소처럼 풀타임 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진급 선발 스쿼드로 경남을 상대했습니다. 조수혁이 골키퍼, 최종환-이정열-김동우-고광민이 수비수, 이승렬-문기한-최현태-김태환이 미드필더, 배해민-강정훈이 공격수로 출전하여 4-4-2를 형성했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이었던 경남에게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전반전에는 윤빛가람 봉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윤빛가람 시프트'나 다름 없었던 경남의 공격 줄기를 끊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문기한과 최현태가 윤빛가람 움직임을 놓치거나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잦았죠. 윤빛가람이 프리킥 골을 넣은 이후에 집중 견제를 시작했지만 그 이전부터 강하게 압박했다면 서울이 경남에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달 15일 경남과의 홈 경기에서 제파로프-하대성-고명진-고요한으로 짜인 미드필더가 윤빛가람의 발을 묶으며 경남과의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던 분위기와 대조를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서울은 경남과의 조직력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후보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는 급조된 팀이나 다름 없었죠. 1군 벤치에 있거나 2군에 존재하는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루면서 완성된 호흡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 여파는 공격력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에서, 그리고 경남 박스에서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유효 슈팅이 0개였던 배경도 이 때문입니다. 슬럼프 탈출을 벼르는 이승렬은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며 시즌 초반보다 폼이 살아났지만, 문제는 이승렬의 패스를 받아줘야 할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민첩하지 못했고 위치 선정까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경남전 패배에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발 출전했던 11명은 1군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되었던 선수들이 아닙니다. 그 중 몇몇은 다른 후보 선수들에 비해 1군 출전 횟수가 많았지만 스쿼드 하나만을 놓고 보면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경남 원정은 선수들의 실전 경험을 채우면서 자신감을 키우거나 앞날을 위해 분발할 수 있는 긍정적 이점을 얻었습니다.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FA컵을 병행하는 서울 입장에서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불가피하며 경남전에 선발로 기용된 선수들이 또 기회를 얻을 날이 있을 겁니다.

서울이 경남전에서 주전 선수들을 전반전에 투입시키지 않은 이유는 컵대회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컵대회 우승을 했으나(올해는 스폰서가 바뀌었지만), 엄연히 컵대회는 컵대회 입니다. 정규리그에 비해 동기부여가 떨어지면서, FA컵 처럼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 대회가 아닌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K리그 클럽들은 1.5~2군으로 컵대회를 맞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봄철 주중에는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벌어지면서 컵대회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컵대회 존속을 놓고 지금까지 여론에서 끊임없는 논란에 있었죠.

물론 프로팀이라면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스포츠에 있어서는 안 될' 승부조작이 아닌 이상, 선수들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은 본능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서울에게는 '실리'가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경남전이 컵대회 8강 임에도 이상보다는 현실에 충실해야 할 상황입니다. 최정예 스쿼드를 가동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는 주말 전북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하면 정규리그에서의 성적 부진이 자칫 장기화 될지 모릅니다. 최근 정규리그 4경기 성적이 1승2무1패 입니다. 더욱이 전북은 K리그 1위 팀 입니다. 서울이 9위로 떨어진 성적을 만회하려면 전북전을 올인해야 합니다.

서울은 K리그를 비롯 챔피언스리그-FA컵을 소화하는 팀 입니다. 지난해에는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정규리그-컵대회를 동시에 석권할 에너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동기 부여 자체가 다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벼르겠지만, FA컵은 정규리그 성적 부진을 대비하여 내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합니다. 올해 여름에는 챔피언스리그가 진행되지 않지만 정규리그에서 충분한 승점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반면 컵대회는 '우승할 수 있다'는 매리트를 받춰 줄 플러스 알파가 없는 환경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 컵대회에서 창단 첫 우승을 꿈꾸는 경남과 차원이 달랐죠.

만약 서울이 경남 원정에서 이겼다면 다음달 6일 컵대회 4강에서 울산 원정을 치릅니다. 8일 동안 경남(창원)-전북(전주)-울산 원정을 소화하는 힘든 일정에 직면하며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커집니다. 그것도 무더운 여름에 말입니다. 결국, 정규리그 성적 부담이 커집니다. 서울이 정규리그 침체를 완전히 극복하려면 주전 선수들을 지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무리한 출전보다는 휴식을 취해야 경기에 의욕적으로 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경남 원정에서는 2진급으로 선발 스쿼드가 구성됐죠. 공교롭게도 서울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치르는 수원-전북까지 8강에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결장했습니다.

서울은 경남 원정에서 패했습니다. 그럼에도 컵대회 8강 탈락은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면서 전북전을 대비하게 됐죠. 그렇다고 경남전에서 패할려고 2진급 스쿼드를 형성한 것은 아닙니다. 선수들이 한때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던 시간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 적지에서 승리하려는 열의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결국, 경남전은 핵심 선수 체력 안배 및 백업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얻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만약 4강에 진출했다면 경남전과 비슷한 선수 구성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했죠. 최용수 감독 대행은 이미 전북전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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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000년대 중반까지는 신태용을 'K리그 최고의 선수'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신태용이 K리그에서 거둔 업적이 다른 누구보다 화려했기 때문이죠. 성남의 정규리그 3연패를 2번이나 이끈데다 국내외 대회에서 많은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무수한 개인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K리그에서 가장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신태용이 K리그를 떠난(2009년 성남 감독으로 복귀) 2005년 이후에는 'K리그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을 만한 적임자가 뚜렷하지 못했습니다.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커진데다 유능한 국내파들의 해외 진출이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천수-김두현-따바레즈-이운재-이동국 같은 최근 5년 간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선수를 거론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시즌 최고의 활약일 뿐 오랫동안 K리그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킨 선수를 K리그 최고의 선수라 말할 수 있습니다.

김병지, 이름 그 자체만으로 K리그 최고의 선수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선수는 김병지(40, 경남)라는 생각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했고 2010년대로 넘어온 2010년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주간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에 가장 많이 선정된 선수(3회)로서 2회 획득한 김영광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7실점을 기록해 경남 K리그 2위 돌풍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남 수비진에 중심을 잡아줄 노련한 선수가 없음을 상기하면, 김병지가 올 시즌 무수한 선방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병지의 경이적인 활약이 놀라운 이유는 불혹을 넘은 지금도 전성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병지는 지난 1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언제부터가 전성기였는가 묻는다면 37세(한국식 나이, 만으로 36세) 부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36세였던 2006년 40경기 34실점, 37세였던 2007년 38경기 25실점, 38세였던 2008년 허리 부상 여파로 6경기 7실점, 39세였던 2009년 29경기 30실점, 그리고 올해 8경기 7실점을 기록해 5년 동안 121경기 103실점이라는 0점대 실점률(1경기당 0.85실점)을 올렸습니다. 이것은 웬만한 젊은 선수들이 달성하기 힘든 기록입니다.

한국의 구기 종목 스타들은 30대 중반이 되면 은퇴 기로에 처하는 현실에 놓였습니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최고의 스타였던 이상민-신진식이 구단의 은퇴 종용을 받아 끝내 은퇴를 택했던 사례처럼, 나이가 들면 외부에서 은퇴 유혹을 받는 한국의 스포츠 환경은 씁쓸한 구석이 있습니다. K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신태용은 2004년 슬럼프에 빠지자 성남과의 재계약에 실패해 현역 은퇴식 없이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같은 팀의 김도훈이 2006년 초 은퇴식을 치렀던 것을 상기하면, 성남은 K리그 최고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감독으로 영입하기 전까지)

사실, 김병지에게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2008년 1월 31일 A매치 칠레전 경기 도중 허리를 다치면서 장기간 재활 및 회복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김병지의 소속팀이었던 서울은 젊은 골키퍼였던 김호준을 키울려는 목적이 뚜렷했고, 그 과정에서 김병지는 세놀 귀네슈 감독과의 갈등으로 소속팀에서의 입지를 잃고 이듬해 경남으로 이적했습니다. 김병지를 내친 서울은 지난해 김호준의 불안한 선방 및 리더 부재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시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김호준을 제주로 보내고 김용대를 성남에서 영입해 김병지 방출의 댓가를 혹독히 치렀습니다.

만약 김병지가 2008년 서울에서의 재계약에 실패해 은퇴를 택했다면 K리그는 레전드를 보내는 슬픈 현실에 처했을뿐만 아니라 경남의 돌풍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김병지는 자신의 기량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2009년 경남으로 이적해 '젊은 선수보다 뛰어난' 위기 관리 대처 및 빠른 예측에 의한 선방을 바탕으로 K리그 최고 골키퍼의 자존심을 회복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전북과의 최종전에서는 역대 최초 K리그 통산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K리그의 기념비적인 역사를 세웠습니다.

어느 프로 스포츠 종목이든, 40세 이상의 선수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드문 일 입니다. 30대가 되면 전반적인 운동능력 및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장이 영건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김병지는 20대 선수 못지 않은 순발력 및 꾸준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골대를 책임졌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프로에서 쌓았던 위기관리 대처 경험에 철저한 자기관리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시절보다 안정적인 선방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김병지가 37세부터 전성기였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김병지를 K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부르기에는 과소 평가 되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는 우승 경력이 적다는 것이며 둘째는 골키퍼이기 때문입니다. 김병지는 1996년 울산의 전기리그 및 정규리그 우승, 2004년 포항의 전기리그 우승, 2006년 서울의 하우젠컵 우승 이외에는 신태용에 비해 우승 커리어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골키퍼라는 자리는 공격수-공격 성향 미드필더들에 비해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는 자리이자 99번 잘해도 1번 실수하면 욕을 먹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충분한 저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이 뛰는 스포츠이자 골키퍼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실력이 출중해도 골키퍼의 실력이 부족하면 좋은 성적을 달성하기 힘듭니다. 올 시즌 초반 벤 포스터의 불안한 선방으로 고민에 빠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적 예 입니다. 반면 골키퍼의 실력은 좋은데 필드 플레이어의 경기력이 좋지 않은 팀은 이기기가 힘듭니다. 김병지가 존재했던 2007년의 서울이 그랬고 수많은 무승부를 양산했습니다. 당시 서울 전력에서 김병지가 없었다면 무승부가 아닌 패배 횟수가 많았을지 모르며 일찌감치 6강 진출이 좌절되었을 겁니다. 김병지가 골키퍼라는 이유로 K리그 최고의 선수로 부르는데 있어 저평가 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무엇보다 김병지를 K리그 최고의 선수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거의 20년 동안 K리그 축구팬들의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리그 흥행에 없어선 안 될 스타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표팀 골키퍼 논란에서 '김병지를 발탁하라'는 여론의 분위기가 고조된 이유는 김병지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높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선수라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던 국내 외 몇몇 스타 선수의 사례와는 달리,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팬들을 위해 배려하는 그의 마음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샀기 때문입니다.

김병지는 울산 시절부터 꽁지머리 및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유니폼으로 팬들의 시선을 끌었고, 지난해 11월 K리그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울때는 등번호 500번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를 펼쳤습니다. 팬서비스도 팬서비스지만, 축구에서 보기 드문 명장면으로 팬들의 감탄을 '오랫동안' 자아냈던 일화는 여전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1998년 플레이오프 2차전 포항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상대팀 문전에 직접 다가가 헤딩골을 넣으며 울산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고종수-이동국-안정환 같은 얼짱 축구 선수들의 인기로 주목을 끌던 K리그가 김병지의 골에 기폭제를 얻어 르네상스기를 보냈던 이유죠.

그런 김병지는 지난 1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이젠 매경기 써 내리는 나의 기록들보다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좋은 선수이고 싶다"는 코멘트를 남기고 글을 마쳤습니다. 프로 선수는 팬들의 지지와 관심을 받아 선수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래서 항상 팬들을 위해 배려하는 그의 마음씨, 자신의 마음속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불우 이웃 돕기 및 꾸준한 기부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평이 났습니다. 팬들과 함께 영원히 소통하고 싶은 김병지는 앞으로도 우리들의 가슴속에 'K리그 최고의 선수'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