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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플래처 중원 복귀가 절실하다

 

"맨유는 호날두가 떠났지만 (전력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는 한 명의 팀이 아니다. 호날두 이적 이후에도 그 이전과 동일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잉글랜드 일간지 <더 피플>을 통해 밝힌 말입니다. 긱스는 맨유가 풀럼에게 0-3으로 패한 이후에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맨유의 부진 원인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공백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맨유는 호날두의 팀이 아니며 호날두와 더불어 걸출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음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맨유의 최근 부진 및 공격 역동성이 사라진 원인으로 호날두 공백을 지목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올 시즌 호날두 공백을 점유율 축구로 메웠으며 그 과정에서 '이타적이었던' 루니가 골잡이로 거듭났고 미드필더들의 득점이 늘어났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호날두의 슬럼프 속에서도 꾸준히 승점 3점을 얻으며 프리미어리그 3연패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런 맨유의 더딘 행보는 호날두 공백과는 별개의 문제가 있음을 상징합니다.

바로 수비수들의 줄 부상입니다. 파트리스 에브라를 제외하면 1군의 모든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그래서 리저브팀의 왼쪽 풀백이었던 리치 드 라예가 1군에서 좌우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겸하고 있으며 캐릭-플래처가 수비수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6일 볼프스부르크 원정과 20일 풀럼 원정에서는 3백으로 전환했고 각각 나니-박지성, 에브라-발렌시아가 좌우 윙백을 맡았습니다. 수비수들의 줄 부상은 맨유 전술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컸고 이것은 맨유의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풀럼전 0-3 패배가 그 예 입니다. 전문 센터백이 아닌 선수들로 구성된 '드 라예-캐릭-플래처'의 3백이 불안한 대인마크와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일관하더니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자 공격 비중이 줄었고 공격수들이 최전방에 고립됐습니다. 골잡이 루니가 미드필더진에서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펼치고 상대가 소유한 공을 따내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맨유의 수비 불안은 축구에서 수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맨유로서는 부상자 명단에 포함된 수비수들의 빠른 복귀를 절실히 원할 것입니다. 수비수들이 복귀해야 팀이 수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수비수들의 복귀로 예전의 철옹성 수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맨유는 수비수 줄 부상 이전에도 고비때마다 수비 불안으로 상대에게 실점을 헌납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에 그런 현상들이 부쩍 많아졌으며 문전 안에서 상대의 문전 쇄도를 허용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비디치-퍼니단드-오셰이 같은 주전 수비수들의 폼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습니다. 비디치-퍼디난드는 지난 시즌 막강한 센터백 라인을 형성했으나 올 시즌에는 빠른 주력을 지닌 선수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문전 안에서의 상황 판단 능력과 집중력도 약해졌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폼이 떨어진 것이 들쭉날쭉한 수비력을 발휘했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셰이는 올 시즌 들어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서 측면 윙어의 후방 공격을 돕지 못했고 상대에게 뒷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도 지난 시즌보다 더 늘었습니다.

그래서 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가 부상 복귀 후에도 불안한 수비력을 일관하면 맨유의 내림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세 명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알 수 없지만, 비디치-퍼디난드의 경기력 부진 원인이 잦은 부상이었다는 점은 맨유의 침체 극복을 장담하기 힘든 요인입니다. 특히 퍼디난드는 토트넘 이적설까지 거론 될 정도로 전반적인 폼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상대 공격의 1차 저지선인 미드필더들이 수비수들을 헌신적으로 도와줄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의 지난 시즌 리그 우승 원동력은 포백의 건재함이 있었지만 이들을 뒷받침하는 조연들의 역할도 빛났습니다. 수비 성향이 짙은 미드필더들의 맹활약이 전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캐릭-플래처-박지성이 바로 그들입니다. 세 명의 미드필더는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수비 상황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 포백과의 매끄러운 연계 플레이로 수비적인 역할에서 적지 않은 공헌을 했습니다. 포백이 과도한 수비 부담을 받지 않았던 것도 캐릭-플래처-박지성의 압박이 빛을 발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플래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플래처는 수비 과정에서 상대의 중앙 공격 길목을 미리 선점하여 공격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압박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대의 예봉을 끊었습니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면 공을 소유하면서 팀 공격의 길목을 찾는데 집중하거나 아니면 전방쪽으로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이러한 플래처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빛을 발했고 호날두 부재와 비디치-퍼디난드의 경기력 저하라는 단점을 안고 있던 맨유가 불안 요소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러나 플래처는 현재 맨유 중원에 없습니다. 수비수들의 줄 부상으로 미드필더들이 수비수 역할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어쩔 수 없이 캐릭과 함께 수비수로 뛰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데르손-스콜스-깁슨 같은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중원을 지키고 있지만 세 선수 모두 수비 상황에서의 집중력 부족과 압박 과정에서의 연계 플레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 수비 불안을 가중 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맨유의 3백이 붕괴되었고 중앙 미드필더 어느 누구도 플래처의 포지션 전환 공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축구에서 살림꾼의 존재감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원에서 누군가가 궃은 역할을 해야 공격과 수비 옵션들의 경기력이 빛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마이클 에시엔이라는 살림꾼의 확실한 존재감 속에서 터프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수원의 올 시즌 부진 원인은 조원희의 위건 이적이 결정타 였습니다. 맨유에서는 로이 킨이 살림꾼으로서 전성기를 이끌었고 2006/07시즌의 캐릭과 2007/08시즌의 하그리브스를 거쳐 지금의 플래처가 있었습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 0-2 패배의 원인 또한 플래처의 공백이 결정타였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지금의 침체를 극복하려면 부상중인 수비수들의 복귀가 전제 된 가운데 플래처의 중원 복귀가 절실합니다. 플래처가 중원으로 돌아와야 맨유의 공수 밸런스가 불안에서 안정 모드로 돌아설 수 있고 수비수들이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공격 옵션들이 공격에 전념하여 루니의 골이 늘어나고 발렌시아의 문전 침투가 용이해지는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위한 꾸준한 오름세를 달리기 위한 시작점은 플래처의 중원 복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