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골잡이인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25)의 이적설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는 27일(이하 현지시간) "리버풀이 올 시즌 리그 4위 진입에 실패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토레스를 잃을 수 있다"며 토레스가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리버풀을 떠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며칠전에는 토레스의 첼시 이적설이 거론되면서 그의 미래가 리버풀과 함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토레스의 이적설이 불거진 원인은 리버풀의 성적 때문입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으로 '챔스 DNA'의 자존심을 구겼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7위를 기록해 빅4 수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총체적 부진에 빠진데다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몇몇 기존 선수들을 다른 팀에 팔아 거액의 이적료를 챙겨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리버풀의 골잡이인 토레스가 이적설에 언급 되었습니다.
만약 리버풀이 토레스를 팔 경우 두둑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토레스는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깊기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이기 때문에 리버풀을 떠나고 싶다는 의사는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구단의 이적 의지가 확고하면 토레스가 떠날 수 있겠지만 선수 본인의 마음은 리버풀 잔류쪽에 무게를 둘 것입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2년 6개월 전 리버풀로 이적했던 토레스에게는 안필드에서의 목표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술적인 관점에서도 토레스는 리버풀 전력에 있어 중요한 선수입니다. 리버풀에서 토레스의 역할이 큰 데다 토레스의 킬러 본능이 친정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는 리버풀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 만큼 토레스의 골을 위해 활발한 공격 지원을 퍼붓는 팀이 없는데다 토레스는 주어진 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골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선수를 리버풀이 다른 팀에 보낸다는 것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토레스의 강점은 골 결정력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단 한번의 기회를 골로 창출할 수 있는 특출난 결정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보조하는 미드필더들에게 받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마무리짓는 킬러 본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연 으뜸입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는 감각적인 기교와 순간 스피드, 몸싸움에 밀리지 않는 밸런스, 절묘한 헤딩 능력까지 갖춰 득점 과정에서의 파괴력이 큽니다.
이러한 토레스의 장점은 리버풀의 주 전술인 4-2-3-1 원톱 자리에서 빛을 발합니다. 리버풀은 제라드-베나윤-카윗-리에라 같은 도우미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보유했습니다. 4-2-3-1의 특징은 3과 1 사이의 유기적이고 끊임없는 공격 전개가 전제되어야 득점력을 높일 수 있고 1에 속한 원톱이 활발한 골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의 전술은 제라드가 팀 공격을 지휘하고 토레스가 골로 마무리하는 공식이 굳어졌고 두 선수끼리 상대 문전에서 절묘한 콤비 플레이로 여러차례 골을 합작했습니다. 팬들이 두 선수를 가리켜 '제토라인'으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토레스는 미드필더 쪽으로 내려와 공을 잡고 돌파하거나 동료 선수의 로빙 패스를 통한 문전 쇄도를 앞세워 골을 넣는 데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토레스의 장점은 골에서만 빛나지 않습니다. 최전방에 자리잡아 상대 중앙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당겨 후방 공격 옵션들의 적극적인 문전 돌파를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제라드가 미들라이커로서 꾸준하게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이유, 베나윤-카윗의 전방 돌파가 원활했던 것도 토레스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토레스를 원톱으로 놓고 제라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4-2-3-1 전술로 지난 시즌에 많은 재미를 봤습니다. 리그를 2위로 마쳤으나 최다 득점 1위(77골)를 기록해 제토라인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토레스는 최전방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정통파 타겟맨은 아니지만 골만을 노리는 저격형 공격수이기 때문에 리버풀의 득점력을 배가시키는데 용이했고 지금까지 이렇다할 슬럼프 없이 꾸준히 골을 넣었습니다. 리버풀이 올 시즌 성적 부진속에서도 4-2-3-1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또한 토레스의 킬러 본능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리버풀 전력에 있어 토레스에 대한 득점 의존도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토레스을 끈질기게 견제하고 제라드 같은 미드필더들에게 연결되는 득점 물줄기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리버풀의 공격력이 지난 시즌과 달리 무뎌진 이유도 제토라인에 대한 상대팀의 견제가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토라인의 의존도가 높다고 해서 토레스-제라드를 나무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토레스-제라드는 제 몫을 했을 뿐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전술 다양화 부족을 문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토레스는 지금까지 리버풀에서 99경기에 출전하여 61골 10도움을 기록한 선수로서 꾸준한 득점 본능을 과시했고 원톱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여 팀의 4-2-3-1 효과를 높였습니다. 4-2-3-1은 베니테즈 감독이 선호하는 포메이션으로서 토레스의 역할이 막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토레스가 팀을 떠나면 리버풀은 엄청난 전력 공백을 감수해야 합니다. 무한도전으로 치면 유재석과 박명수 중에 한 명이 프로그램을 떠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상입니다
현재 토레스에게 영입 관심을 보내는 팀은 첼시입니다. 첼시는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영입 의사를 접었지만 내년 여름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만약 토레스가 첼시로 이적하면 4개월 전 첼시와 재계약한 디디에 드록바와 투톱을 형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문전 앞에서 골을 노리는 성향인데다 같은 타겟맨이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이 겹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토레스에게 드록바의 골을 위한 희생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은 선수 스타일과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첼시의 공격 마무리는 평소보다 반감 될 것이고 토레스의 킬러 본능이 빛을 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토레스의 이적은 리버풀과 선수 자신에게 뚜렷한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주기 어렵습니다. 리버풀이 있기에 토레스의 가치가 업그레이드 된 것이고, 토레스가 꾸준히 골을 넣으면서 리버풀의 공격력이 성적 부진 속에서도 희망을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베니테즈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토레스입니다. 토레스가 리버풀에 잔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