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축구는 국내 외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던 일이 있었던 반면에 안좋았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사을 빼닮은 축구의 상징성은 우리들을 들뜨게 했고 때로는 안타까울 때가 있었습니다. 긍정과 부정적인 소식들이 교차했던 2009년 한국 축구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슈들을 남겼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포항 스틸러스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최근 유럽에서 폭발적인 오름세를 거듭중인 이청용의 행보는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굵직한 성장속에서도 K리그의 침체는 한국 축구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앞으로는 한국 축구의 내실이 탄탄해지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대표팀의 승전보가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9년 한국 축구의 모든 행보를 10가지 키워드로 결산했습니다.

1. 허정무호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승4무 무패의 성적으로 남아공 티켓을 획득했죠. '쌍용' 이청용-기성용을 비롯해 박주영, 이근호, 오범석 등이 대표팀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떠올랐으며 '캡틴' 박지성은 두 번의 이란전에서 기적같은 동점골을 꽂으며 축구팬들에게 각본없는 드라마를 선사했습니다. 그 공로로 허정무 감독은 12월초 아시아 축구연맹(AFC)으로부터 2009 AFC 올해의 감독, 기성용은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선정됐습니다. 한국은 내년 6월 월드컵 B조 본선에서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와 맞붙어 월드컵 원정 대회 사상 첫 16강 진출에 도전합니다.

2. 청소년 축구 8강 진출

리틀 태극전사들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널리 떨쳤습니다. U-20 대표팀과 U-17 대표팀이 세계 청소년 대회(U-20, U-17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달성했습니다. 월드컵과 올림픽,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본선 탈락 경험이 많았던 한국 축구의 과거를 상기하면 두 대표팀이 8강 진출을 달성한 것은 한국 축구에 있어 큰 수확입니다. 두 대표팀 모두 선수들의 기술과 순발력, 공간 장악을 늘리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 여기에 끈끈한 조직력까지 앞세워 축구팬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상대팀의 체격과 기술에 맥없이 무너지며 좌절했던 예전의 한국 축구가 아닙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은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통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명장'으로 떠올랐습니다.

3. 포항 스틸러스

국가 대표팀과 두 개의 청소년 대표팀이 펄펄 날았다면 K리그에서는 포항 스틸러스가 국제 무대에서 선전했습니다. 포항은 지난달 7일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를 2-1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습니다. 알 이티하드가 2004년과 2005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4강전에서 성남과 부산에게 0-5 대패의 충격을 안겨준 팀 이었음을 상기하면 포항의 우승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백패스와 횡패스를 줄이고 전진패스와 전방 침투를 주무기로 삼아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축구팬들에게 '포항 극장'을 선물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을 표본삼는 '스틸러스 웨이'는 많은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고 K리그 발전의 모범 사례가 됐습니다. 

4. 전북 현대

포항이 아시아를 제패했다면 K리그 우승 트로피는 전북 현대에게 돌아갔습니다. 전북은 지난 6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성남을 3-1로 꺾고 1994년 창단 후 첫 K리그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이동국은 K리그 데뷔 후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것과 동시에 첫 득점왕(21골)을 수상했으며 최우수 선수(MVP) 수상을 예약했습니다. 또한 이동국과 함께 '판타스틱4'를 형성했던 에닝요-루이스-최태욱도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며 전북 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김상현 트레이드로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전북은 김상식-이동국 트레이드로 전력을 대폭 강화하여 '만년 중위권'에서 'K리그 최강자'로 거듭났습니다.

5. 이동국

이동국은 올해 K리그와 대표팀에서 많은 이슈를 남겼던 선수입니다. 지난해 미들즈브러와 성남에서 방출되면서 축구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으나 K리그 득점왕 및 전북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2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2010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대표팀 발탁 여부로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 과정에서 안티팬들의 공격을 받아 축구계의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습니다. 비록 대표팀에서는 아직까지 골을 넣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이 A매치를 거듭할수록 물이 올랐고 K리그에서 꾸준한 골 감각을 뽐내며 대표팀 발탁 반대 여론을 뒤집었습니다.

6. K리그 침체

대표팀과 포항이 국제 경기에서 선전을 거듭했지만 K리그는 흥행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K리그는 올 시즌 256경기를 치러 281만 1561명의 관중을 끌어들였지만 지난해(253경기, 294만 5400명)보다 13만 3839명 부족했습니다. 프로야구가 거의 600만명의 관중을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매스컴에서는 K리그의 썰렁한 관중을 줄기차게 언급하며 K리그 침체를 부각 시켰습니다. 이를 상징하듯, K리그 생중계 횟수는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고 녹화 중계와 후반전 생중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경제 불황으로 정규리그는 스폰서 없이 운영했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없었습니다. K리그 스타들의 해외 이적도 흥행 악재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7. 수원의 몰락

K리그의 침체는 수원의 몰락과 맥을 같이합니다. 수원이 K리그 흥행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이죠. 올해 수원의 평균 관중은 1만 8583명으로서 지난해(2만 2377명)보다 부쩍 줄었습니다. 비록 K리그 총 관중에서는 1위를 지켰지만 관중 숫자가 줄었다는 점에서는 수원의 몰락이 K리그 침체의 원인이었음을 상징합니다. 수원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8승8무10패로 10위에 그쳐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하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마토-이정수-조원희-신영록의 이적과 영건들의 침체로 전력이 약화된 것이 성적 부진의 원인이 됐습니다. 지난달 FA컵 우승으로 면죄부의 구실을 마련한 것이 올 시즌의 큰 소득입니다.

8. 이천수 구설수

'풍운아' 이천수의 구설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되었습니다. 지난 3월초 K리그 개막전에서 경기 도중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저질러 K리그 상벌위원회의 출전정지 징계 및 페어플레이 기수 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머리를 삭발하여 이미지 회복에 나섰지만 지난 6월말 페예노르트 구단 및 에이전트와의 이면계약, 코칭스태프와의 주먹다짐 공방설(사실무근으로 밝혀짐), 소속팀 무단 이탈 등 또 다른 구설수들이 언론에 노출됐습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 과정에서 전남과의 논의 및 절차를 무시하고 이적을 감행해 자신을 벼랑끝에서 구원했던 '스승' 박항서 전남 감독에게 배신을 안겨 축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9. 박지성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한국 공격의 에이스로서 팀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성실함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젊은 선수들의 귀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주장으로서 카리스마에 의지하기 보다는 젊은 선수들과 아낌없이 소통하고 팀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맨유에서는 지난 5월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동양인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했습니다. 자신이 출전했던 지난 7월 맨유의 코리아 투어는 축구팬들의 끊임없는 성원속에 막을 내렸지만 올 시즌에는 무릎 부상 및 팀 전술 변화 등의 이유로 예전같지 않은 경기력을 펼쳐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10. 쌍용

박지성의 내림세 속에서도 '쌍용' 이청용-기성용의 오름세는 축구팬들의 신선함을 제공했습니다. 쌍용은 올해를 기점으로 대표팀 전력에서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으며 이전 세대에서 보기힘든 문전에서의 과감한 플레이와 유연한 기교, 날카로운 패싱력으로 많은 축구팬들의 줌고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여름에 나란히 유럽 진출을 확정지으며(기성용은 내년 1월 이적 조건으로 셀틱행 확정) 한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에서 화려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팀 공격의 구심점으로 떠올라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널리 떨치고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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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비조이 2009.12.15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올해 포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포항 화이팅~~ ㅎ 전 예전에 라데때문에..
    그 이후로 계속 포항팬이라서... 음하하하~~

  2. 미스터브랜드 2009.12.15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한해 축구 이야기를 10개 키워드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3. 악랄가츠 2009.12.15 1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깍~! 오늘 클럽월드컵, kbs에서 중계해준다고 하네요! ㄷㄷㄷㄷ
    뒤늦게 부랴부랴 하는 거겠지만 흑흑
    너무 행복해요! ㄷㄷㄷ
    이대로 결승가서 바르샤랑 고고씽 하는 거 봤으면 좋겠어요! >.<

    • 나이스블루 2009.12.15 1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포항이 내일 새벽 경기 이기고,
      주말에 바르셀로나를 이겼으면 좋겠어요.

      2004년에 수원이 바르셀로나를 이겼듯이 말입니다.

      한국 클럽이 또 바르셀로나를 꺾어야죠...!!!

      즐거운 밤 되세요...^^

  4. 용짱 2009.12.15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무슨...일본이 포항을 부러워한다 요런게 보이던ㄷ...ㅋㅋㅋ

  5. 앞산꼭지 2009.12.15 2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년 한해 프로축구의 모든 것이 담겨있군요.
    저도 인상깊었던 것이 청소년축구의 가능성이었습니다.
    별로 주목도 받지 못한 그들이 묵묵히 이룬 성과는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홍명보라는 걸출한 감독의 가능성도 본 듯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