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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EPL 성공신화' 이제부터 시작

 

'블루 드래곤' 이청용(21, 볼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고공행진을 거듭중입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 중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이청용은 이제 기대주를 넘어 '에이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청용은 13일 새벽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에 성공했습니다. 맨시티전에서는 1도움을 기록한 것을 비롯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경기 내내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양팀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2골을 넣은 맨시티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즈가 평점 7점을 기록한 것을 상기하면 이청용의 이날 활약은 양팀 선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났습니다.

사실, 이청용은 이날 경기에서 골을 넣을 뻔했습니다. 전반 11분 맨시티 문전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슈팅이 이반 클라스니치의 발을 맞고 상대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청용이 날린 공의 궤적을 보면 클라스니치의 발을 맞지 않더라도 골문 안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이청용은 골이 아닌 도움을 기록했지만 볼튼팬들과 자신을 응원하는 국내팬들에게 멋진 장면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에이스' 케빈 데이비스의 부진으로 성적 부진에 빠진 볼튼에게 있어 이청용의 오름세는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이청용의 팀 내 입지가 볼튼에서 확고합니다. 게리 맥슨 감독은 지난 10일 볼튼 지역지 <볼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팀의 성적 부진에 대해 "충분히 잘하는 선수가 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못하고 있다. 이청용만큼은 잘하고 있다. 전방으로 공을 달고 뛸 수 있는 재능을 겸비했고 항상 상대를 위협한다"며 이청용에 대한 믿음감을 표시하면서 부진한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습니다. 축구 선수가 감독의 호불호에 따라 팀 내 입지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음을 상기하면 이청용의 팀 내 입지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는 볼튼 공격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청용은 볼튼의 공격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옵션입니다. 볼튼은 전형적인 킥 앤드 러시를 쓰는 팀으로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떨구는 롱패스에 주안점을 두고 공격합니다. 롱패스를 시도하지 않을때는 데이비스-테일러의 직선적인 공간 돌파에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 형태를 나타내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넓은 시야를 활용한 패스와 곡선적인 형태의 공간 돌파로 팀 공격의 다양성을 유도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감각적인 기교를 활용한 돌파력과 패싱력이 출중한 이점을 최근 경기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볼튼의 공격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멕슨 체제에서의 볼튼은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의 패스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팀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청용의 등장은 볼튼 공격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이점을 맞이했습니다. 아직은 이청용이 2선에서 띄우는 공격 기회를 동료 공격수들이 확실하게 골로 연결짓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호흡이 무르익으면 공격의 날카로움이 배가 될 것입니다. 호흡을 꾸준히 가다듬으면 볼튼은 성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청용이 최근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에 성공했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대한 적응이 성공적임을 의미합니다. 이청용은 체력이 약한 선수로서 활발한 공수 전환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었고 시즌 초반 교체 출전과 결장이 빈번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한 피지컬과 몸싸움이 좋은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수비에 고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팽배한 분위기 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리그 스타일에 적응하려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키우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이청용은 최근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을 통해 체력과 활동량에 대한 불안함에서 벗어나 자신의 특출난 공격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적응력은 이청용이 멕슨 감독의 지지를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수비력도 만족스럽습니다. 상대팀 선수와 정면으로 몸싸움 펼치기 보다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이은 상대팀 공격 길목 차단으로 포백의 수비 부담을 줄였고 그 과정에서 커팅에 성공하여 과감히 역습을 시도했습니다. 볼튼의 무미건조한 공격 속에서 이청용의 개성넘치는 공격은 멕슨 감독을 사로잡았고 이제는 팀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옵션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행보는 마치 예전의 박지성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21세의 한국인 선수가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팀의 어엿한 주전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의 박지성도 그랬습니다. 21세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21세에 각각 프리미어리그와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두 선수의 유사점을 놓고 보면, 이청용은 박지성처럼 유럽에서 성공한 한국인 축구선수로 이름을 떨칠 수 있습니다.

대표팀에서도 이청용의 입지는 견고합니다. 이청용은 오른쪽 윙어로서 활발한 공격 지원과 침투 능력을 과시하며 박지성-기성용과 함께 팀 공격을 책임지는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표팀에서 꾸준히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이청용의 눈부신 활약은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오름세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은 '이청용 효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력을 부쩍 단련한 이청용을 말입니다.

더욱 믿기지 않는 것은, 갓 스물을 넘긴 선수로서 한국 축구를 짊어지는 존재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볼튼에서의 맹활약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윙어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이청용의 미래는 밝습니다. 또한 병역이 면제된 상황에서 적어도 1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시간적 기회가 풍부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