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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칼링컵 8강 진출 원동력은 '기동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반슬리를 꺾고 칼링컵 2연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맨유는 28일 새벽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오크웰 스타디움에서 열린 반슬리와의 2009/10시즌 칼링컵 4라운드(16강)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5분 대니 웰백이 코너킥 과정에서 헤딩골을 넣었고 후반 13분에는 마이클 오언이 상대 수비수 세 명의 압박을 뚫고 오른발 추가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안데르손은 웰백과 오언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우미로서의 진가를 뽐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반슬리전 승리로 칼링컵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반슬리전 승리는 지난 25일 라이벌 리버풀전 0-2 패배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맨유, 하파엘-웰백의 기동력 돋보였다

맨유는 반슬리전에서 실험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벤 포스터를 골키퍼, 파비우-에반스-브라운-네빌을 수비수, 웰백-안데르손-하파엘-오베르탕을 미드필더, 마케다-오언을 투톱 공격수로 포진 시켰습니다. 무엇보다 하파엘을 오른쪽 풀백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게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2월 발목 부상 이전과 얼마전 리저브 경기에서도 줄곧 측면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중앙에서의 팀 공격 조율 여부가 관건 이었습니다. 만약 하파엘 중앙 카드가 실패했다면 맨유의 이날 경기는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하파엘은 박스 투 박스의 임무를 맡아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볼 터치와 부지런한 움직임, 정확한 패싱력을 앞세워 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전반 18분에는 반슬리 문전에서 대기하던 오베르탕에게 한박자 빠른 전진패스를 연결하는 등 팀 공격에 직접적인 관여를 했습니다. 이러한 하파엘의 활발함은 이날 경기에서 주춤했던 안데르손-오베르탕보다 믿음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하파엘은 전반 22분 맨유 골문 가까운 곳에서 상대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커트한 것을 비롯 악착같은 압박을 발휘하며 수비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하파엘의 활약을 앞세워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장악했습니다. 중앙에서 하파엘이 특유의 활발함으로 팀 전력의 중심을 잡아주었기에 팀이 공수 양면에 걸쳐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던 겁니다. 또한 맨유가 전반 5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던 것도 매끄러운 경기 운영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안데르손이 오른쪽 코너킥이 웰백의 헤딩골로 이어지면서 경기를 손쉽게 운영 했습니다. 웰백의 선제골이 없었다면 홈팀인 반슬리에게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쳤을지 모릅니다. 원정팀 입장에서 선제골의 가치는 제법 컸습니다.

중앙에서 하파엘의 기동력이 빛났다면 왼쪽 측면에서는 웰백이 눈에 띄었습니다. 왼쪽 풀백 파비우와 함께 활발한 활동량을 앞세워 팀 공격에 활력을 띄웠고 전방으로 돌파하는 돌파 또한 유연했습니다. 여기에 정확한 패싱력으로 안데르손과 마케다 사이의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측면 미드필더로서 모자람이 없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런 웰백이 후반 7분에 교체된 것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경기력을 인정받고 그라운드에서 내려간 것임을 의미합니다.

맨유는 전반 30분이 넘으면서 미드필더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줄었습니다. 오베르탕과 웰백의 위치가 바뀐 것 이외에는 모든 선수들이 자기 위치를 지키며 체력적인 완급 조절을 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주도권은 반슬리에게 넘어갔고 상대는 맨유 진영에서 여러차례 골 기회를 노렸으나 골망을 흔들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맨유는 후반 초반에도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후반 7분 웰백을 빼고 토시치가 투입하면서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시작 됐습니다. 12분에는 토시치의 오른쪽 슈팅이 상대 골망을 스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공격에 활기가 붙었습니다.  

그런 맨유에게 있어 후반 13분 오언의 골은 반가웠습니다. 오언은 박스 왼쪽 바깥에서 안데르손의 짧은 패스를 받은 뒤 근처에서 압박하던 상대 수비수 세 명을 제치고 문전으로 빠르게 질주하여 오른발 낮은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오언은 58분 동안 상대의 거센 압박에 주춤했으나 안데르손의 패스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는 골잡이의 본색을 보여줬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도 오언의 골은 값졌습니다. 후반 중반 또는 막판까지 1-0 리드를 지키기에는 반슬리의 공세에 무너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맨유의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후반 17분 네빌이 오른발 태클 과정에서 상대 오른쪽 정강이에 발이 나가면서 주심에 의해 퇴장 당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10-11의 숫적 열세에 시달렸고 20분에는 오언을 빼고 수비수인 데 라엣을 투입해 공격의 무게감이 약해졌습니다. 22분에는 오베르탕이 상대 진영에서 무리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24분과 25분에는 상대팀 공격수인 보그다노비치, 앤더슨 다 실바의 슈팅이 맨유 골대를 살짝 스치면서 실점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그러나 맨유는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의 안정된 밸런스를 바탕으로 철저한 지역방어 작전을 펼쳤습니다. 공격 과정에서는 미드필더들이 서로 공을 돌리며 2-0 리드 및 점유율을 지키는데 주력해 상대의 추격의지를 끊었습니다. 후반 45분에는 포스터가 골킥을 날리기 전에 홈팀 관중 두 명이 난입해 직접 골을 넣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결국, 맨유는 반슬리전에서 웰백과 오언의 골로 승리하면서 칼링컵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