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전통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에서 맞붙습니다. 유니폼에 붉은색을 주색으로 하는 두 팀은 25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버풀 안필드에서 178번째 '붉은 전쟁'을 펼칩니다.
맨유와 리버풀의 대결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벌 경기로 손꼽힙니다. 두 팀은 서로의 연고지가 불과 30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 했습니다. 리버풀 팬들이 1958년 맨유의 뮌헨 비행기 참사를 비방했다면 맨유 팬들은 1985년 헤이젤 참사와 1989년 힐스브러 참사와 관련해 리버풀을 깎아 내렸습니다. 역대 전적에서는 맨유가 177전 68승50무59패로 우세지만 역대 우승에서는 58회 우승한 리버풀이 55회 우승한 맨유보다 3회 앞섰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결은 라이벌전을 앞둔 두 팀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맨유는 지난 17일 볼튼전과 21일 CSKA 모스크바전 승리에 이어 리버풀전에서 3연승에 도전하고 있지만 리버풀은 최근 4연패 부진에 빠졌습니다. 만약 맨유가 이기면 리버풀은 클럽 역사상 56년 만의 5연패 위기에 빠지며 리버풀이 승리하면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입니다. 178번째 붉은 전쟁에 임하는 두 팀의 마음이 비장할 것입니다.
맨유, 7개월전 1-4 대패 복수할까?
맨유의 고민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입니다. 루니-플래쳐-긱스-박지성-에브라가 부상으로 지난 모스크바 원정에 결장했고 경기 도중에는 퍼디난드-파비우가 부상으로 교체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전에서는 긱스-에브라의 출전이 가능한 반면에 루니-플래쳐의 결장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입니다. 루니는 리버풀전 출전을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안필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그런 맨유가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꺾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지난 시즌 리버풀과의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설움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이 최근 4연패 부진에 빠졌다는 점이 맨유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14일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1-4로 대패했던 굴욕을 '리버풀의 성지'인 안필드에서 굴욕할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맨유가 부상 악재속에서도 순항을 거듭중입니다. 최근 2연승을 비롯 1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중이며 리버풀전에서 승리하면 3연승에 성공합니다. 특히 볼튼전과 모스크바전에서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공격력이 무르익었습니다. 오른쪽 풀백인 게리 네빌이 넓은 활동폭을 앞세운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회춘 모드'에 성공하면서 오른쪽 윙어인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공격력이 향상 되었습니다. 발렌시아는 직선 형태의 드리블 돌파를 자제하고 횡적인 방향으로 활발히 움직이면서 자신의 장점을 맘껏 뽐냈습니다. 그 결과는 2경기 연속 필드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는 '점유율 축구'도 정착에 성공했습니다. 호날두를 주축으로하는 빠른 역습의 속공에서 벗어나 공격 연결과 밸런스를 중시하는 지공 형태의 공격을 펼치면서 미드필더들의 중원 장악이 중요시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루니가 빠지면서 공격진에서 골을 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들이 허리 진영을 튼튼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며 활기찬 경기 분위기 속에서 여러차례 상대 진영을 흔드는 공격 작전을 펼쳤습니다.
맨유가 리버풀전 승리를 예감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의 허리 진영이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은 사비 알론소의 이적으로 공수 균형을 맞출 선수를 잃었고 루카스-마스체라노 조합은 공격 전개 및 경기 장악에 적지 않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긱스-캐릭-스콜스(안데르손)-발렌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미드필더진이 평상시의 폼을 그대로 발휘하면 리버풀전 경기 운영이 손쉬울 수 있습니다. 캐릭이 올 시즌에 경기력 저하에 빠진것이 흠이지만 그동안 스콜스와 호흡이 잘 맞았던 점이 리버풀전에 임하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리버풀, 5연패 치욕은 없다
리버풀에게 있어 맨유전은 중요합니다. 지난 21일 리옹전까지 4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맨유전 패배로 5연패에 빠지면 사상 초유의 부진은 물론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경질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5승4패로 8위를 기록중입니다. 맨유전서 패하면 10위권 밖으로 밀리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빅4 탈락 위기에 놓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맨유를 꼭 이겨야 합니다.
물론 리버풀이 4연패 부진에 빠진 현 상황에서 맨유를 꺾을지는 의문입니다. 맨유는 최근 2연승 및 11경기 연속 무패로 오름세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중이지만 스쿼드가 두껍기 때문에 공백이 크지 않은 이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리버풀은 부상으로 이한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의 붕괴와 걸출한 백업 멤버 부족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제토라인이 출전하더라도 팀 공격이 두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지나치기 때문에, 그동안 리버풀과 상대했던 팀들이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수비에 임했습니다.
그런 리버풀에게 힘이 되는 것이 부상자들의 복귀입니다. 제토라인과 글렌 존슨이 부상에서 회복되어 맨유전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죠.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은 23일 "제라드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큰 우려를 자아냈지만 맨유전에서는 괜찮을 것이다. 토레스와 존슨은 맨유전 선발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세 선수의 복귀는 맨유전에 임하는 리버풀의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라드가 지난 리옹전에서 사타구니 부상이 덜 된 나머지 전반 25분만에 부상으로 교체되었다는 점이 여전히 우려됩니다.
그럼에도 제토라인이 컨디션을 되찾으면 리버풀 전력에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제라드와 토레스는 기본적인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89분을 부진해도 단 한번의 기회를 결승골로 연결지을 수 있는 '한 방'이 있습니다. 특히 토레스는 부상에서 복귀했던 지난 2월초 첼시전에서 경기 내내 존 테리의 압박에 막혀 부진했지만 경기 막판에 두 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끈 경험이 있습니다. 맨유는 비디치-퍼디난드의 폼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제토라인의 공격이 수월하게 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토라인이 컨디션이 이번 경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리버풀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맨유전을 이겨야합니다. 경질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베니테즈 감독으로서도 맨유전을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전에서 패하면 5연패 부진 및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남아있는 스쿼드 옵션들이 서로 똘똘 뭉쳐 힘을 내야만 합니다. 물론 정신력은 엄연한 한계가 있지만 리버풀은 지난 4년 전 '이스탄불의 기적'처럼 자신들만의 응집력이 있기 때문에 맨유전에서 개인기와 조직력의 조화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면 승리의 미소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경기는 리버풀 팬들의 성지인 안필드에서 열립니다. 리버풀 팬들은 세계에서 열광적인 축구 응원을 자랑하기로 소문났습니다. 이번 경기는 맨유전이기 때문에 리버풀 팬들의 응원 열기가 평소보다 뜨거울 수 박에 없습니다. 리버풀 선수들이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힘을 얻어 '맨유전 승리'를 목표로 힘껏 달린다면 경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리버풀 선수들도 맨유전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