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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4연패' 리버풀, 총체적 부진 원인은?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때는 여러명의 일꾼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 명이 요령 피우거나 또는 이를 악물고 힘겹게 들기보다는 서로 힘의 균형을 맞춰서 물건을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몇몇 일꾼이 떠날때 남아있는 일꾼들에게 일을 더 시키면 능률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것을 리버풀에 대입하겠습니다. 무거운 물건은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며 일꾼들이 바로 선수들입니다. 일꾼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을 의미하며, 떠난 일꾼은 올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사비 알론소 입니다. 그리고 리버풀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 탈락 위기 및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탈락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것보다 더 갑갑한 것은 지금의 4연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4연패' 리버풀, 무엇이 문제인가?

리버풀은 21일 안필드에서 열린 리옹과의 챔피언스리그 32강 E조 3차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32강 E조 1승2패로 조3위에 머무르며 본선 탈락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리버풀을 안필드에서 격침시킨 리옹은 3전 전승으로 1위에 올랐으며 피오렌티나가 2승1패로 2위에 머물렀습니다. 리버풀이 앞으로 남은 3경기 중에 2경기를 이기더라도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음달 4일 리옹 원정에서 패하면 32강 본선 탈락이 거의 확정됩니다.

그런 리버풀의 굴욕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17일 선더랜드 원정에서 0-1로 패한 것을 비롯 5승4패의 성적을 거두며 8위로 추락했습니다. 토트넘(3위)-맨시티(5위)-아스톤 빌라(6위)가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빅4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 했습니다. 지난 시즌 맨유와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이던 리버풀이 알론소의 레알 이적을 기점으로 끝없이 추락을 거듭중입니다.

물론 리버풀의 부진 원인은 알론소 이적 뿐만이 아닙니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전술도 문제입니다. 리버풀은 이번 리옹전에서 '루카스-마스체라노'를 더블 볼란치로 놓고 제라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4-2-3-1을 구사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합은 시즌 초반 그리고 지난 4일 첼시 원정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루카스-마스체라노는 알론소와 다른 성향의 옵션이기 때문이죠. 알론소처럼 정확한 패싱력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베니테즈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주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에는 제라드-루카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놓는 4-4-2 전술로 챔피언스리그와 칼링컵을 포함해 6연승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베니테즈 감독이 4-4-2보다 4-2-3-1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스페인 출신의 감독은 미드필더진의 철저한 분업화를 중요시하는 4-2-3-1을 좋아하기 때문에 베니테즈 감독도 그 전술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론소가 빠진 현 상황에서는 그 판단이 틀렸습니다. 4-4-2에서 원래의 전술인 4-2-3-1로 전환한 리버풀은 10월 들어 다시 성적 부진으로 곤두박칠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라드를 당분간 기용할 수 없습니다. 제라드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중원을 루카스-마스체라노 체제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왼쪽 풀백인 파비우 아우렐리우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험되고 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 였습니다. 결국, 알론소의 이적이 리버풀 전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면서 지금의 총체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문제입니다. 리버풀은 그동안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 전개를 펼쳤지만 문제는 의존도가 너무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제토라인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리버풀의 전력이 악화 되었습니다. 특히 제라드는 리옹전에 출전했지만 경기 도중 사타구니 통증으로 교체돼 부상이 더 악화됐습니다.

또한 오른쪽 풀백인 글렌 존슨이 리옹과의 경기 직전에 부상을 당했고 백업 자원인 마르틴 켈리마저 부상을 당해 오른쪽 풀백 자원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수바라인이 약한 리버풀에게는 존슨-켈리의 부상이 재앙과 같은 일입니다. 인수아-아게르-캐러거-스크르텔 같은 기존 수비수들도 기량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해 방황을 거듭 중 입니다. 더욱이 백업 멤버가 부실하다는 점은 그동안 리버풀 전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했습니다.

그런 리버풀에게 살인적인 일정은 반갑지 않습니다. 오는 25일 리그 1위이자 라이벌인 맨유전을 비롯해 29일 아스날과의 칼링컵 16강전, 다음달 1일 풀럼 원정, 그리고 4일 리옹과 원정 경기를 갖습니다. 만약 맨유전에서 패하면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5연패 수렁에 빠지며, 1주일에 2경기를 치르는 바쁜 일정 속에서 리옹 원정을 맞이 합니다. 주축 선수의 부상과 기존 선수들의 기량 및 컨디션 저하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현 상황에서 리옹 원정이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총체적인 부진을 안고 있는 리버풀의 남은 희망은 알베르토 아퀼라니 뿐입니다. 아퀼라니는 올해 여름 2000만 파운드(약 400억원, 리버풀 역대 2위)의 거액 이적료로 AS로마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수비형 미드필더이며 최근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아퀼라니의 부상 이력입니다. 로마에서 활약한 5시즌 동안 190경기 중에 61경기만 뛰었을 정도로 부상으로 절망했던 시절이 많았습니다. 그런 리버풀은 알론소 대체자 영입을 이유로 아퀼라니 영입에 2000만 파운드를 투자했지만, 정작 선수는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아퀼라니는 중원에서의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패싱력, 뛰어난 중거리슛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리버풀 중원의 활력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이 이적생 아퀼라니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퀼라니는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공격 템포와 공수 전환, 그리고 거친 몸싸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퀼라니가 팀 전력에 빠르게 자리잡으면 리버풀의 전력이 좋아지겠지만 실패하면 리버풀의 올 시즌은 암흑 그 자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