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A매치 세네갈전에서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던 태극 전사 두 명이 이번 주말 잉글랜드에서 맞대결을 펼칩니다. '산소 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과 '블루 드래곤' 이청용(21, 볼튼)이 동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와 신성으로 꼽히는 두 선수의 격돌은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을 전망입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소속된 맨유와 볼튼은 오는 17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경기를 치릅니다. 리그 2위 맨유는 볼튼전서 승리하면 첼시의 경기 여부에 따라 1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며 13위 볼튼은 맨유전 승리시 TOP10안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두 팀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칠 박지성과 이청용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박지성vs이청용, 동지에서 적으로 만나다
두 선수의 대결은 맨유-볼튼 경기에서 동시간대에 출전해야 맞대결이 성사됩니다. 그것도 이날 경기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하면 한국인 선수 맞대결 구도가 완벽하게 형성됩니다. 지난 8월 22일 맨유-위건 경기에서 박지성-조원희가 모두 결장했던 시나리오는 국내 팬들이 원치 않습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허정무호의 좌우 윙어를 맡는 선수이자 한국 축구 에이스 자리를 서로 물려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국내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박지성과 이청용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타이틀을 내걸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것입니다. 2005/06시즌에 격돌했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박지성은 당시 토트넘전에서 이영표가 소유하던 공을 빼앗아 루니의 골을 도왔습니다. 몇 분 뒤에는 동료 선수 몰래 이영표와 손을 잡으며 형을 위로했습니다. 그 장면은 한 장의 사진으로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해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과 이청용의 맞대결은 국내 팬들에게 오랫동안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는 장면이 연출 되어야 할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선수 맞대결이 그동안 완벽한 구도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죠. 결장 및 부상으로 경기에 못나온 적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 선수 끼리의 대결이 쉽게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경기에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에 이번 맞대결에서 명승부 명장면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청용은 맨유전 선발 출전이 확정적입니다. 게리 맥슨 볼튼 감독은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청용의 선발 출전을 예고했습니다. 이청용이 최근 3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4일 토트넘전에서 감각적인 기교로 팀의 오른쪽 공격에 실마리를 풀었기 때문에 맥슨 감독이 선발 출전을 주저하지 않게 됐습니다. 오른쪽 윙어인 션 데이비스가 무릎 인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이청용에게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이청용은 맨유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면 앞으로 꾸준히 선발 출전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합니다. 볼튼이 '미들라이커' 케빈 데이비스와 왼쪽 윙어인 메튜 테일러 이외에는 팀 공격에서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죠. 데이비스가 원톱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오른쪽 윙어를 깨끗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맥슨 감독이 이청용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이청용이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로 주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 것은 볼튼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맨유전을 가볍게 넘기는 것은 금물입니다. 맨유는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로 짜인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고 수비력과 공간 장악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맨유를 상대하는 중위권과 하위권 팀들은 공격 작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청용은 박지성의 절친이자 세계 최정상급 왼쪽 풀백인 에브라와 매치업을 벌입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에브라의 견제를 뚫고 볼튼의 오른쪽 공격에 물꼬를 틀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스토크 시티전 이전에 감기 몸살에 시달려 최근까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23일 울버햄튼전까지 포함하면 4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감기 몸살은 스토크 시티전 이전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근에는 A매치 세네갈전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시차적응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경쟁자인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맨유 이적 이후 최상의 폼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지성에게 기회가 열릴 공산이 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볼튼전에 선발 출전하면 오른쪽 윙어로 모습을 내밀 가능성이 큽니다. 왼쪽에서는 A매치 데이때 몸을 쉬었던 라이언 긱스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며 오른쪽에서는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선발을 놓고 격돌할 것입니다.
4-2-3-1을 쓰는 볼튼이 포백과 더블 볼란치의 간격을 좁혀 수비에 비중을 두는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공간 창출이 뛰어난 박지성에게 무게감이 실립니다. 반면 발렌시아의 드리블 돌파와 활동 패턴은 단조로운 모습을 나타내면서 상대 수비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분위기 전환을 노리면 발렌시아보다는 박지성의 선발 출전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맨유가 다음달 1일 CSKA 모스크바와의 러시아 원정 경기를 치르는 것이 두 선수의 선발 출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볼튼전에 강합니다. 2007년 3월 17일 볼튼전서 두 골을 넣어 팀의 4-1 승리를 이끌며 리그 우승을 노리던 맨유의 고공 행진에 탄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지난해 9월 28일 볼튼전에서는 특유의 폭발적인 활동량으로 루니-베르바토프의 공격 영역을 만드는 공헌을 하며 팀의 2-0 승리와 함께 시즌 첫 풀타임 출장했습니다. 2년 연속 볼튼전서 맹활약을 펼친 그가 이번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여 좋은 모습을 보이면 발렌시아와의 경쟁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이번 경기가 프리미어리그 첫 번째 맞대결입니다. 과연 어느 선수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맹활약을 펼쳐 팀의 승리릉 이끌지 기대됩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박지성과 이청용의 활약에 국내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