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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 위건전에서 '크레이지 모드' 빛났다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의 막강 화력이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올 시즌에는 아스날의 득점 본능이 거침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경기당 3.4골 넣는 폭발적인 득점력, 지난 17일 스탕다르 리에쥬전에서 2골 내주고 3골 넣었던 펠레 스코어 역전극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19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위건과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골 넣는 공격축구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골 넣는 수비수'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전반 24분과 후반 3분에 상대 골망을 흔들며 팀 승리를 주도했고 에두아르두 다 실바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후반 13분과 45분에 추가골을 넣으며 4골 승리를 완성 지었습니다.

아스날의 공격력, 그야말로 거침없다

아스날은 위건전에서 '크레이지 모드'의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슈팅 숫자에서 26-13(유효 슈팅 9-5)을 기록했고 볼 점유율에서 62-38(%)로 앞서면서 골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고 이를 충분히 살렸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과 좌우 윙 포워드의 폭발적인 기동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위협했고 골이 필요한 시점이었던 전반 24분에 베르마엘렌이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넣으며 손쉽게 경기를 풀었던 것이 4골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특히 스위칭 공격이 빛났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파브레가스와 아보우 디아비가 좌우 측면과 최전방, 2선을 활발히 오가며 좌우 윙 포워드인 에두아르두-에부에와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상대 진영 침투 공간을 확보해 손쉽게 경기를 장악했습니다. 파브레가스는 아스날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해(60회, 패스 성공률 : 78%) 여러 공간을 오가며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에부에는 넓은 활동량을 앞세워 빈 공간을 창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최전방에서는 에두아르두와 로빈 판 페르시가 활발히 자리를 바꾸며 후방으로 처진 상대 수비라인을 끌어 올리는데 앞장섰습니다.

무엇보다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에두아르두의 성장이 돋보입니다. 그는 위건전을 비롯 올 시즌 내내 폭발적인 기동력을 선보이며 어느새 붙박이 주전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상대 수비의 빈 틈이 생기면 과감히 슈팅을 날리는 유형인데, 특히 위건전에서는 4개의 슈팅 방향이 모두 상대 골문으로 향했고 그 중 후반 13분 골 상황을 비롯한 3개가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날렸습니다. 무리한 슈팅보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서 슈팅을 날리는 지능적인 경기 운영이 빛났습니다. 7개의 슈팅을 모두 놓친 판 페르시의 문제점을 그가 확실하게 메웠습니다.

다섯 명의 공격 옵션들이 경기를 손쉽게 풀어간 원동력은 알렉산드레 송 빌롱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송 빌롱은 4-3-3의 꼭지점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척척 해냈습니다. 위건전에서는 87.8%(41회 시도 36회 성공)의 높은 패스 정확도를 기록해 공격 옵션들을 아낌없이 지원했습니다. 수비에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공격의 물줄기를 끊는데 주력했고 총 4회의 인터셉트(4회 시도) 14회의 태클(19회 시도)에 성공 했습니다. 이러한 송의 수비력은 공격 옵션들이 수비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공격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베르마엘렌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반 24분에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헤딩골로 골망을 갈랐고 후반 3분에는 왼발 감아차기로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지으며 2골 뽑았습니다. 센터백이 공격 옵션들에 비해 골을 넣기 어려운 포지션임을 상기하면 베르마엘렌의 2골은 공격수의 2골보다 더 값집니다. 수비에서도 빈 틈 없었습니다. 윌리엄 갈라스와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상대 공격의 물줄기를 끊는데 주력하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아스날이 지난 여름에 '폼이 전성기 시절에 비해 떨어진' 콜로 투레를 맨체스터 시티로 보내고 베르마엘렌을 영입한 것은 성공작이라는 평가입니다.

베르마엘렌이 골 넣는 수비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스날의 득점 패턴이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아스날은 위건전 4골을 포함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17골 넣으며 1경기당 평균 3.4골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드필더들이 8골, 센터백인 베르마엘렌과 갈라스가 총 5골을 합작해 공격수의 4골보다 더 많은 수치를 올렸습니다.

그 원동력에는 공격수들의 이타적인 역할에 있었습니다. 판 페르시가 비록 1골에 그쳤지만 최전방에서 후방 공격 옵션들에게 패스 기회를 밀어주며 침투 공간을 열어줬던 것, 좌우 윙 포워드가 상대 수비의 빈 틈이 열릴때마다 문전 앞에 있는 동료 선수들에게 골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 미드필더들의 골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아데바요르-판 페르시' 투톱의 득점력에 의존하던 아스날의 공격이 이제는 미드필더가 중심이 되었고 파브레가스-디아비가 책임자 노릇을 하는 셈입니다. 그 결과는 센터백들의 골 생산과 맞물려 아스날이 다득점 할 수 있는 비결이 됐습니다.

아스날의 공격은 점점 세기가 커질 것입니다. 월컷-아르샤빈이 곧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이며 10~11월에는 사미르 나스리가 팀에 합류합니다. 20개월만에 돌아온 토마스 로시츠키는 지난 12일 맨체스터 시티전 복귀골, 17일 스탕다르전과 위건전에서 발군의 패싱력을 발휘하며 오름세를 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에두아르두-디아비-송 빌롱-벤트너가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앞날의 대박을 예감케 합니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파브레가스가 부상으로 고전하지 않는다면 아스날은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