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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분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0으로 승리했던 베식타스전은 '산소탱크' 박지성이 선발 출전했다면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을 것입니다. 이날 맨유는 '박지성 경쟁자' 나니-발렌시아의 부진으로 매끄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고 두 윙어의 부진은 웨인 루니가 전방에서 고립되는 전술적인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발렌시아는 4-3-3에 적합하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와 크로스를 띄우거나 드리블 돌파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선수이기 때문에 4-3-3보다는 4-4-2에 더 적합한 윙어였습니다. 베식타스전에서 후반 18분에 팀이 4-3-3에서 4-4-2로 바뀌면서 움직임이 살아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반면 4-3-3에서는 위치선정 불안으로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하지 못해 루니의 최전방 고립, '나니 패스-루니 문전 쇄도'라는 단순한 형태의 팀 공격이 그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루니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한게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나니는 공격 포인트 능력만 있을뿐 경기 내용은 여전히 낙제점 입니다.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이 뛰었지만(11.034km) 패스 정확도가 52%(44개 시도 23개 성공)에 그쳤고 공격 진영으로 공을 몰고가는 플레이도 저조했습니다. 한마디로 움직임에 비해 효율이 없었습니다. 많이 뛰었음엔 분명하나 빈 공간을 창출하는 플레이가 없었으니, 공격과 수비 진영을 번갈아가는데 많은 힘을 소모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빅 클럽 주전 선수 답지 않은 경기력 이었습니다.

후반 38분에 발렌시아를 대신하여 교체 투입된 박지성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5개의 패스 중에 3개가 동료 선수에게 부정확하게 향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번리전과 아스날전에서 퍼스트 터치 불안, 볼 키핑력 부족, 백패스 남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에도 실수가 속출했습니다. 비록 베식타스전에서는 출전 시간이 짧았지만 무언가의 임펙트가 없었던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교체보다는 선발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베식타스전에서 선발 출전했다면 자신의 장점인 빈 공간 창출과 지능적인 위치선정으로 동료 선수들의 공격을 헌신적으로 도왔을 것입니다. 특히 루니와의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루니를 오프사이드로 교란하려는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를 풀어내는 역할을 맡았을 겁니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면 루니와의 콤비 플레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도 마련했겠죠. 루니의 역량을 살리기 위해, 상대팀의 지능적인 수비 동작을 보면 나니-발렌시아보다는 박지성이 더 유리한 카드였습니다.

박지성은 최근 국내 여론에서 공격력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올 시즌 나니-발렌시아에 밀려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비판의 화살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전 재계약 합의때는 도가 지나친 반응들이 나타났습니다. '박지성 거액 연봉은 거품이다', '박지성은 재계약하더라도 공격력 부족 때문에 계약기간 못채우고 맨유에서 방출 될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죠. 박지성의 거액 재계약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지만 부정적인 시각을 들이대며 공격하는 국내 여론의 편협함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반대로, 박지성이 지난 시즌의 폼을 올 시즌에도 유지했다면 이러한 반응이 줄었겠죠.)

물론 박지성은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던 시기에도 공격력이 부족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현지 여론에서는 불안한 퍼스트 터치를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공격력이 약한것은 사실이나 퍼거슨 감독이 주문하는 전술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선발로서의 가치가 컸던 것이며 지난 시즌에 주전 선수였던 이유가 이 때문 이었습니다. 이기적 성향인 호날두의 부족한 이타적인 성향을 채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주전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 이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올 시즌 공격력에 대한 많은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호날두가 떠나고 발렌시아가 들어오면서 윙어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수비형 윙어'에서 '공격형 윙어'로 거듭나야하는 기로에 섰습니다. 하지만 맨유에서 루니-호날두를 뒷받침하는 이타적인 역할에 몸이 베었기 때문에 새로 바뀐 역할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로인해 나니-발렌시아에게 윙어 경쟁에서 처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여름 프리시즌에 늦게 참가하면서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못한 것도 한 목을 했습니다.

분명히 말해, 맨유가 나니-발렌시아 콤비로 9개월 장기 레이스를 운영하면 중요한 경기에서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나니-발렌시아 콤비는 경기 내용에서 아직 믿음감을 얻지 못했고 공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팀 전술의 불안 요소를 키우고 말았습니다. 만약에 퍼거슨 감독이 이를 인지하고 있다면 나니-발렌시아 콤비의 중용은 실험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나니는 경기 내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발렌시아는 아직 이렇다할 검증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시즌 중반과 후반에 많은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지금의 불안한 폼을 계속 이어가면 팀 공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장점이 반감되면서 팀 내에서의 입지가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나니-발렌시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두 선수를 능가할 수 있는 공격적인 임펙트가 요구될 수 밖에 없는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호날두 없는 맨유의 전술 변화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공격적인 역할에서 효율을 높이는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고 폼을 올리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발하는 자세 없이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물론 맨유에서 다섯시즌 동안 생존 경쟁을 했고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성실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분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그런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충분히 발휘해야 주전 선수로서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나니-발렌시아의 부진은 자신에게 기회가 되었고,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올 시즌 초반의 침체만 극복하면 남은 시즌을 무난하게 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이고 판단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경기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한걸음씩 전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