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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의 맨유 7위 몸값, '거품 아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8)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곧 재계약 서류에 사인합니다. 박지성의 매니지먼트사 JS리미티드는 14일 박지성이 맨유와 남은 계약 기간 1년에 2년이 추가된 3년 재계약을 합의했으며 2012년 6월까지 맨유에서 뛰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은 <BBC 스포츠><ESPN 사커넷>같은 현지 언론사 홈페이지 메인에 올랐으며 정식 계약 날짜는 오는 18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수 JS리미티드 단장은 14일 <스포츠서울>을 통해 "맨유의 베테랑 긱스(주급 7만 파운드~7만 5천파운드)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우가 격상됐다"며 박지성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재계약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지성의 재계약 연봉은 지난 시즌에 받았던 연봉 310만 파운드(약 64억원)을 뛰어넘었으며 7만 파운드(약 1억 4200만원)의 주급은 팀 내 7위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거액에 해당됩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박지성의 재계약 연봉이 360만 파운드(약 73억 4천만원)로 보도했으나 박지성 아버지인 박성종씨는 그것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분명한 것은, 최소 7만 파운드를 받는 것입니다.

 

박지성의 거액 재계약은 당연한 댓가입니다. 2005년 여름부터 4년 동안 맨유를 위해 헌신적인 활약을 펼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돈을 받아야 합니다. 입단 당시에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맨유에서 실패할 것이다', '맨유의 유니폼 판매를 위해 영입된 선수다'는 혹독한 악평을 받았지만 이번 재계약을 통해 맨유에서 최소 7년 동안 활약하면서 '맨유에서 성공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었습니다. 이번 재계약은 자신의 실력과 앞으로의 활약상이 맨유와 퍼거슨 감독에게 인정 받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박지성의 거액 재계약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내 일부 여론에서는 '너무 많이 받는것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게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받냐?', '박지성의 연봉과 주급은 과대 평가됐다'는 것이 그 요지죠. 한마디로 박지성의 몸값은 거품이라는 것이 일부 여론의 주장입니다.

 

물론 박지성 몸값이 거품이라는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올 시즌의 웨인 루니처럼 매 경기 선발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는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박지성이 다른 팀에 이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시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종종 벤치를 지키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수준이 낮은 팀에서 매 경기 선발로 뛰었으면 좋겠다', '박지성은 다른 명문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몸값 거품이라는 또 하나의 논쟁 거리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연봉은 해마다 올랐습니다. 2006년 재계약 당시에는 280만 파운드를 받아 팀 내에서 연봉 10위에 올랐고 2007/08시즌에는 300만 파운드, 지난 시즌에는 310만 파운드로 인상 됐습니다. 연봉이 소폭 상승된 것은 2006년 재계약 과정에서 반영된 부분입니다. 3년 전에는 '약팀 전용-긱스 백업'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맨유에 없어선 안 될 주축 선수이기 때문에 2009년 재계약 과정에서 연봉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며 주급 7만 파운드는 거품이 아닙니다.

 

박지성의 나이는 28세입니다. 28세는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달릴 수 있는 시기이며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30대 이후에도 측면 미드필더로서 수준급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맨유와 거액 재계약에 합의한 것은 2012년까지 지금의 활약을 그대로 이어가거나 기량이 조금 더 발전 될 것이라는 맨유와 퍼거슨 감독의 기대감이 숨겨져 있습니다. 박지성의 성실함은 이미 퍼거슨 감독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기대치가 무궁무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루니-호날두처럼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선수는 아닙니다.(비록 호날두는 없지만) 하지만 박지성이 루니-호날두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연봉 거품'이라고 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문제 있습니다. 루니-호날두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자 팀의 에이스입니다.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많은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측면 미드필더인 호날두는 강철같은 체력과 빠른 체력 회복,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피로 누적과 부상을 이겨냈던 내구성이 튼튼하기 때문에 매 경기 선발로 출전했습니다.(단점은 수비 가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매 경기 선발 출전할 수 있었던 힘이 있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호날두처럼 매 경기 선발 출전했다면 또 다시 무릎 부상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은 무릎 부상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매 경기 선발 출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잊어선 안됩니다. 맨유는 여러 대회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팀이기 때문에 넓은 활동폭과 부지런한 움직임이 동반되는 미드필더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의 무리한 출전을 막았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 명단에 포함 시켰습니다. 호날두가 빠진 올 시즌에는 모든 미드필더들을 로테이션 형태로 기용 했습니다. 맨유 미드필더진에는 붙박이 주전이 없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루니-호날두만 존재하지 않으며 BEST 11을 넘어선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씁니다. 여러 대회를 소화하는 빅 클럽은 BEST 11보다 BEST 18을 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스쿼드가 두꺼워져야 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로테이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에서 얼마든지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것이 빅 클럽의 특징이자 BEST11이 고정된 평범한 클럽과의 차이점입니다.

 

우리는 박지성이 평범한 클럽의 선수가 아닌 맨유의 선수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스쿼드가 가장 두꺼운 클럽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지성이 맨유의 치열한 로테이션 경쟁 속에서도 팀 내 7위의 몸값을 받은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완전히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일희일비가 가득했던 박지성의 팀 내 입지 논란도 이번 재계약을 통해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