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전까지만 하더라도, 안데르손(21)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골칫거리 였습니다. 맨유가 2년 전 폴 스콜스의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FC 포르투에서 뛰던 자신의 영입에 1800만 파운드(약 360억원)의 거금을 쏟았지만 아직까지 그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날이 갈수록 정체되는 경기력입니다. 공수 모든 기량에 걸쳐 무엇하나 발전된게 없었고 부진한 경기가 점점 늘어나면서 팀 전력의 마이너스를 초래했습니다. 결국 안데르손은 올 시즌 초반 중앙 미드필더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맨유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안데르손 이적설로 시끄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안데르손이 거듭되는 선발 출전 기회 무산에 불만을 품어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언쟁을 벌이며 이적을 요청했던 것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었기 때문이죠. 퍼거슨 감독은 이를 부정했지만, 이적시장 막판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섞이면서 이적설이 흘러나온 것은 팀 내 입지에 문제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토트넘전 이전까지, 안데르손이 올 시즌 경기에 모습을 내민 것은 지난달 19일 번리전에서 56분 출전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죠. 그것도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안데르손의 맹활약이 반가운 이유
맨유의 골칫거리였던 안데르손이 마침내 이름값을 해냈습니다. 13일 토트넘전에서 전반 40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며 역전골을 넣었고 팀은 3-1로 승리했습니다. 안데르손의 골은 2007년 여름 맨유 이적 후 공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넣은 데뷔골이자 78경기만에 넣은 골입니다. 그동안 정체된 활약과 77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기량 저하의 혹평을 들었던 안데르손에게는 토트넘전 골을 통해 맨유에서 꾸준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터닝 포인트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안데르손의 활약은 경쾌했습니다. 중앙에서의 부지런한 몸놀림을 앞세워 공수 양면에 걸친 적극적인 움직임과 빠른 수비 전환으로 팀 전력의 활력소 역할을 해냈습니다. 패스는 비록 정확도가 높지 않았지만(73.8%, 42개 시도 31개 성공) 이전에 비해 시야가 넓어졌고 타이밍이 빨라졌습니다. 롱패스보다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쳐 팀 공격의 실속을 높인 것은 그동안 부진했던 경기력을 가다듬기 위한 노력의 과정 이었습니다. 이러한 활약은 맨유가 경기 분위기에서 상대팀에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토트넘 살림꾼인 윌슨 팔라시오스의 부진이 두드러진 것도 이 때문 이었습니다.
안데르손의 맹활약은 맨유 전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캐릭-스콜스-긱스-플래처'가 주름잡던 중원에서 안데르손의 경기력이 되살아난 것은 퍼거슨 감독의 전술 운용이 다채로워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을 앞둔 바쁜 일정속에서 4인 중앙 미드필더 체제로 로테이션을 운용하기에는 체력적인 문제점이 있었고 안데르손의 폼이 빠른 시일내에 올라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안데르손이 토트넘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시즌 초반보다 중원이 탄탄해지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맨유의 중원은 스콜스-긱스의 날카롭고 정확한 패싱력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캐릭과 플래처의 패싱력도 뛰어나지만 중원에서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꾸준히 도맡는 선수들이 아닌데다, 두 노장에 비해 골을 노리는 과정에서 패스의 임펙트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스콜스-긱스가 은퇴를 앞둔 노장인 것은 캐릭-플래처와 경쟁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맨유의 다섯번째 중원 옵션인 안데르손의 존재감은 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무시못할 요소였던 겁니다.
그리고 안데르손이 토트넘전에서 골을 넣은 것은 그동안 미약했던 자신의 가치를 향상 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역전골을 통해 자신이 맨유 전력에 필요한 선수임을 퍼거슨 감독에게 확인시켰고 77경기 연속 이어졌던 무득점 기록에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스콜스가 전성기 시절에 매 시즌마다 약 10골씩을 뽑아냈던 미들라이커였음을 상기하면 안데르손이 골을 통해 부쩍 성장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토트넘전 골은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신감을 쌓은 것이어서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안데르손은 맨유로 이적하기 전까지 특출난 공격력을 자랑했던 '제2의 호나우지뉴'로 꼽혔습니다. 그레미우와 포르투, 그리고 브라질 U-17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공격수를 맡아 환상적인 왼발 킥력과 빠른 드리블 돌파에 의한 문전 침투를 앞세워 골을 넣은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헤어스타일까지도 호나우지뉴의 긴 머리와 비슷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맨유 이적 이후에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고정되면서 수비적인 역량이 늘었습니다. 상대 중앙 공격 길목을 차단하고 때로는 상대 미드필더와 거센 몸싸움을 주고 받는 궃은 일을 도맡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부터 자신의 역할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공수 양면에 걸쳐 어정쩡한 활약을 펼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호나우지뉴의 후계자에서 '브라질판 다비즈'로 전환했던 과정이 어설프게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자신의 공격적인 장점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로인해 팀내 중원 옵션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안데르손이 토트넘전을 통해 팀의 골칫거리에서 희망으로 거듭났습니다. 1800만 파운드 이적료 가치에 맞는 활약을 펼치기 위해, 스콜스의 후계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브라질 대표팀에 재승선하기 위해 올 시즌 맹활약이 필요했고 그것을 마침내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그것도 맨유 이적 후 2년만에 데뷔골을 넣은것은 맨유 전력의 중추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맨유의 토트넘전 최대 소득은 안데르손의 맹활약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