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헐 시티전 2-1 승리 소식을 알린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uk]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2009/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첼시는 15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헐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전반 28분 스티븐 헌트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37분과 후반 46분 디디에 드록바가 두 골을 꽂아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드록바는 전반 37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때린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넣었으며 후반 46분에는 상대 골문 왼쪽 구석에서 날린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 키를 넘겨 골문을 흔드는 '행운'으로 이어졌습니다.(드록바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결승골이 원래는 크로스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경기 내용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헐 시티를 상대로 슈팅 숫자에서 33-8(유효 슈팅 10-2), 볼 점유율 69-31(%)의 우세를 점했고, 헐 시티 진영에서 45%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하프라인 34%, 첼시 진영 21%)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슈팅 숫자에 비해 골이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그동안 4-3-3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미드필더진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놓는 4-1-2-1-2(4-4-2) 포메이션에 적응하지 못해 팬들의 기대만큼 좋은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만약 드록바의 크로스가 역전골로 이어지는 행운이 없었다면, 첼시의 올 시즌은 힘들게 출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 4-1-2-1-2, 루니 같은 공격수가 필요
첼시 에이스 프랭크 램퍼드는 헐 시티와의 경기 전(15일)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첼시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웨인 루니가 첼시 선수였으면 하는 자신의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수 뒷 공간을 노리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하여 그것을 보조할 수 있는 선수가 (첼시에) 필요하다"며 자신의 공격력 및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가 루니라고 말했습니다.
루니가 첼시에 필요한 선수이기를 바라는 것은 램퍼드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루니는 맨유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자랑하는데다 맨유의 10년을 짊어질 선수이기 때문에 다른 클럽에서 뛸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헐 시티전을 보면 왜 램퍼드가 루니 같은 스타일을 필요로 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4-1-2-1-2 포메이션에서 램퍼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고 '드록바-아넬카'를 투톱으로 놓는 시스템에 결함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수들이 아직 안첼로티 감독의 공격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전술적인 문제점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려면 헐 시티 밀집 수비에 막혀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공격력의 아쉬움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경기를 치를수록 체질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전술적인 불안 요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기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유럽에서 강력한 압박 능력을 자랑하기로 소문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이아몬드 전형을 쓰는 것은 모험입니다. 4-1-2-1-2는 선수와 선수 사이의 빈 공간이 많은데다 플랫 4-4-2에 비해 스위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격 옵션들이 만들어내는 공격 루트가 단순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 수비진의 압박도 공격진으로 쏠리는 만큼, 볼 점유율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더라도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공격 마무리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첼시가 헐 시티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던 이유, 첼시에 루니 같은 스타일의 공격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진=아넬카-드록바-램퍼드. 첼시의 다이아몬드 전형이 성공하려면 세 선수의 '삼각 공존' 성공이 필수입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uefa.com)]
첼시가 다이아몬드 전형에서 성공하려면 상대 수비를 얼마만큼 벗겨내느냐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드록바-아넬카-램퍼드의 유기적인 공격 능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첼시의 공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드록바의 포스트 플레이와 공간 장악, 공을 떨궈주는 움직임에 의존하는 모습이 늘어났습니다. 드록바는 후방에서 연결되는 공을 열심히 받아내며 상대 수비를 흐트러 놓는 움직임과 부지런한 문전 쇄도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기에 바빴습니다.
문제는 드록바 위주의 공격력에 초점이 맞추면서 헐 시티 선수들이 거의 '10백'을 유지할 정도로 자기 진영에 들어간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상대 수비들이 드록바 쪽으로 몰리고, 또 다른 선수들이 드록바와 다른 첼시 선수 사이의 공격 길목을 차단하면서 첼시가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죠. 그럴수록 아넬카가 드록바와 공간을 좁히면서 '드록바에 쏠린' 상대의 압박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아넬카는 전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활동 반경을 틀다보니 볼 터치 횟수가 적었고 헐 시티 왼쪽 수비의 압박까지 뚫지 못해 결국 후반 33분에 교체 되었습니다. 팀이 승리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교체 된 것은, 안첼로티 감독이 아넬카의 전술 이해도가 떨어진 것에 대한 일종의 질책을 상징합니다.
기본적으로, 투톱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어느 한 명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것보다 두 명의 공격수가 전술적으로 매끄러운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활발히 시도하고 성공률을 높여야 합니다. 현대 축구는 개인 공격 역량에서 콤비 플레이의 비중을 앞세운 조직력의 비중이 커진만큼, 첼시의 4-1-2-1-2가 성공하려면 '드록바-아넬카' 투톱이 서로 경기 내용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합니다. 하지만 아넬카의 부진은 첼시의 공격이 드록바쪽으로 쏠리고 전반적인 팀 밸런스가 헐 시티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고전하는 모양새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아넬카의 부진은 램퍼드의 공격 능력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램퍼드는 이날 경기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드록바와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을 뿐, 아넬카를 활용하는 공격 전개 작업은 상대팀의 거센 압박 때문에 그리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램퍼드의 패스와 공격 패턴이 드록바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아넬카가 전방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아넬카가 동료 선수들과 폭을 좁혀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램퍼드의 공격 패턴이 다채로웠을 것이며, 램퍼드가 즐기는 문전 돌파를 통해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램퍼드가 루니에 대한 존재감을 떠올린 것은 아넬카에 대한 문제와 밀접합니다. 루니 같은 공격수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그 요지죠. 드록바는 공을 떨구거나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짓는 '만능형'의 타입이어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문전 쇄도를 즐기는 램퍼드를 보조하기에는 많은 역량을 요구하는 문제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드록바에 비해 역할이 적은' 아넬카가 램퍼드의 공격력을 도와줄 수 있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늘어나야 합니다. 지난 시즌처럼 측면쪽으로 빠지는 스타일은 안첼로티 체제에서 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가 효율성 높은 공격을 펼치려면 드록바-아넬카 뿐만 아니라 '미들라이커' 램퍼드의 공격 역량까지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루니가 첼시에서 뛰었다면 드록바와 투톱을 맡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득점력을 보조하는 이타적인 공격수로 뛰었기 때문에, 미들라이커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격 역량을 도와줄 수 있는 공격수의 존재감이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램퍼드가 루니 타입을 원해던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첼시가 루니를 데려올 수 없기 때문에, 아넬카가 램퍼드가 원하는 몫을 채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넬카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개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인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체제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걷기 위해서는 팀의 공격 전술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첼시의 다이아몬드 전형이 성공하려면 드록바-아넬카-램퍼드의 '삼각 공존' 성공은 필수입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