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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루니vs토레스, 새로운 EPL No.1 누구?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는 10일(이하 현지시간)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수 10인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1위는 아스날의 2003/04시즌 무패 우승 주역이자 '킹'으로 불렸던 티에리 앙리가 선정되었으며 2위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뉴캐슬과 블랙번에서 환상적인 득점 능력을 선보였던 앨런 시어러 전 뉴캐슬 감독이 이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3위와 4위는 웨인 루니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뽑혔습니다. 두 선수는 10인의 명단 중에서 현역 프리미어리거로 활동중인 선수들이어서 눈길을 끕니다.(5위 : 데니스 베르캄프, 6위 : 에릭 칸토나, 7위 : 로비 파울러, 8위 : 피터 비어슬리, 9위 : 이안 라이트, 10위 : 매튜 르 티지에)

루니와 토레스가 프리미어리그 레전드들과 함께 최고의 공격수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혹은 그 이후에 프리미어리그를 빛낸 레전드급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기 때문이죠. 물론 두 선수는 아직 프리미어리그 No.1에 오른 선수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No.1 몫을 해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프리미어리그 최강자의 자리가 공석이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2000년대 초반 데이비드 베컴, 2000년대 중반 앙리, 그리고 후반에 호날두라는 No.1을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호날두가 없는 2009/10시즌은 새로운 No.1 등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09/10시즌과 2010년대 초반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굴 최고의 슈퍼스타를 놓고 각축전을 벌일 루니와 토레스의 화룡점정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루니vs토레스, 프리미어리그 No.1은 바로 나!

물론 다른 선수들도 프리미어리그 No.1이 될 자격 있습니다. 안드리 아르샤빈(아스날) 프랭크 램퍼드, 디디에 드록바(이상 첼시) 호비뉴,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카를로스 테베즈(이상 맨체스터 시티) 등이 바로 그들이죠.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No.1이 되려면 팀 성적이 받추어져야 하며 그것은 바로 우승입니다. 그리고 향후 몇 년간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할 수 있을만한 역량과 잠재력을 지닌 선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선수가 1985년생의 루니, 1984년생의 토레스입니다.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힘과 기술, 결정력을 두루 겸비한 공격수입니다. 악동 기질이 다분하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파비우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큼 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대포알 같은 슈팅력과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빛나는 슈팅 기술, 그리고 문전으로 쇄도하는 스피드가 독보적이고 무엇보다 몸싸움에 강합니다. 이러한 활약속에 20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PFA)선정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뽑히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루니는 팀 플레이에 주력하는 이타적인 선수입니다. 킹 뤼트 시스템에서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득점력을 보조하기 위해 쉐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윙 포워드로 배치되었으며 그 이후에는 호날두-테베즈의 공격력을 돕기 위해 타겟맨 역할을 소화하며 최전방에서 궃은 역할에 힘썼습니다. 이 때문에 현지 축구 전문가들에게 "기량이 정체됐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루니가 동료 선수들을 위해 희생했기에 맨유가 역동적이고 짜임새 넘치는 공격을 펼쳤던 것입니다. 루니가 호날두처럼 폭발적인 화력을 갖추고도 팀을 위해 개인적인 욕심을 자제했던 것은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호날두 없는' 올 시즌부터는 루니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맨유에서도 그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에 입단한 마이클 오언은 루니의 쉐도우 역량을 키워줄 타겟맨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난해 10월 22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루니는 호날두와 비슷한 레벨로 성장 중이다. 만약 루니가 그 수준에 올라오면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될 지 모른다"고 칭찬한 것처럼, 루니가 호날두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토레스는 루니와 성장배경이 다른 골잡이입니다. 2007년 리버풀 이적 이후 두 시즌 동안 84경기에 출전해 50골을 터뜨리며(각종대회 포함)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도약했습니다. 지난해 6월 유로 2008에서는 다비드 비야(발렌시아)와 '영혼의 투톱'을 구성하여 스페인 우승의 결정적 공헌을 했으며 올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예선 첫 경기인 뉴질랜드전에서는 경기 시작 11분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진가를 뽐냈습니다. 루니가 맨유에서 이타적인 활약을 뽐내는 선수라면 토레스는 천부적인 득점 감각을 앞세워 리버풀과 스페인 대표팀을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토레스는 루니와는 달리 골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선수입니다. 슈팅 가능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팀 수비에 빈 틈이 생기는 타이밍에 골망을 흔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는 페널티박스 앞에서만 활동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리버풀 이적 이후에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자기 앞에 있는 공간 혹은 미드필더진으로 직접 내려와 돌파를 시도하거나 여지없이 상대 골문을 향해 공을 쏘아 보냅니다. 그 배경에는 리버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토레스가 호날두에 이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승컵이 필요합니다. 비록 리버풀이 1989년 이후 2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했지만, 2004년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붙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토레스가 있습니다. 토레스가 2년 전 리버풀로 이적한 이유는 클럽팀의 일원으로서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스페인에서 잉글랜드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리버풀이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토레스의 선택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레스가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도약하기 위한 유일한 결과물은 바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충성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루니와 토레스는 맨유와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루니는 리버풀이 고향이고 에버튼이 친정팀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2004년 8월 맨유 이적 이후 팀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했던 선수입니다. 지난 5월 잉글랜드 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와의 인터뷰에서는 "남은 커리어를 맨유에서 마치고 싶다. 맨유가 날 원한다면 언제든지 연장 계약을 맺을 의사가 있다" 며 충성심을 드러낸 적이 있었죠.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던 지난 6월에는 맨유 7번 계보를 이어받을 적임자로 꼽힐만큼, 사실상 맨유의 10년을 예약했습니다.

토레스도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릅니다.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뉴질랜드전 이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클럽 연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다. 1989년 이후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리버풀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축구 선수가 리버풀에 소속된다는 것은 그 선수의 축구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라며 리버풀에 대한 진한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언젠가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겠지만, 자신의 전성기 만큼은 리버풀에서 빛내겠다는 것이 토레스의 심산입니다.

지금까지는 호날두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루니와 토레스의 존재감이 돋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없는 올 시즌 부터는 루니와 토레스의 본격적인 '빅뱅'이 시작 될 것입니다. 루니는 맨유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는 것과 동시에 프리미어리그 최강자로 자리잡는 것이며 토레스는 '호날두 없는' 맨유의 아성을 무너뜨릴 적임자이자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No.1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과연 어느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자리에서 더 많이 웃고 훗날 축구팬들에게 '1인자'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을지 무척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