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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 EPL 우승 못하는 '5가지 이유'

 

"버풀이 우승할 확률보다 내가 홀인원 할 확률이 훨씬 많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5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라이벌 리버풀의 우승 가능성을 골프의 홀인원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리버풀은 1989년 이후 2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1970~80년대 잉글랜드와 유럽을 호령하던 '포스'도 이제는 맨유의 아성에 밀렸고 한때는 첼시-아스날보다 더 낮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맨유와 막상막하 혈전을 벌인 끝에 2위에 만족했지만 최근 몇 시즌 중에서 가장 우승권에 근접한 경기력을 발휘했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가능성에 대한 밝은 희망까지 얻었습니다.

그러나 리버풀의 올 시즌 전망은 '퍼거슨 감독의 독설처럼' 암울합니다. 이적시장에서 악재가 하나 둘 씩 터지면서 전력이 강해지기는 커녕 약해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 20년 우승 실패의 한에서 벗어나려면 전력이 매시즌마다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히려 낮아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문제 있습니다.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힘든 5가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1. 알론소 없는 리버풀 중원, 약해졌다

리버풀은 팀의 살림꾼인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중원의 탄탄함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시즌 맨유와 우승 경쟁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이 있었고 그 뒤에는 알론소의 경기 장악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알론소는 경기 조율력, 패싱력, 시야, 활동량, 스테미너, 중거리슛, 그리고 압박에 이르기까지 앵커맨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요소들을 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알론소 같은 걸출한 앵커맨을 찾는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얼핏보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중원이 문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경기력이 불안한' 루카스 레예바가 알론소를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루카스는 알론소처럼 앵커맨으로서 갖춰야 할 여러가지 장점을 갖춘 선수지만 비효율적인 움직임과 순간 집중력 부족, 경기 장악 능숙함 결여 때문에 실전에서 실수하는 모습이 잦았습니다. 중원은 팀 전력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한 순간의 실수는 치명적인 실점으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루카스가 알론소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2. 최악의 이적시장

리버풀의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한마디로 '최악' 이었습니다.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은 지난 5월 7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적절한 선수 영입이 있을 것이다"라며 이적시장에서 알찬 선수의 영입이 있을거라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 공동 구단주인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가 심각한 재정난에 휩싸이면서 구단 전체가 직접적인 자금난에 처했습니다. 베니테즈 감독이 원하던 대형 선수 영입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더니, 기존 선수들을 잔류시키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대형 선수는 글렌 존슨(전 포츠머스)에 불과합니다.

기존 선수 잔류도 실패했습니다. 알론소-아르벨로아가 레알로 떠났기 때문이죠. 두 선수 모두 리버풀 전력에 없어선 안될 선수들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히는 실력파이지만 재정적인 리스크를 메우기 위해 결국 떠나보냈습니다. 문제는 아르벨로아를 떠나보내면서 받은 이적료가 적습니다. 아르벨로아의 350만 파운드(약 72억원)는 얼마전 아스날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콜로 투레의 1400만 파운드(약 290억원)보다 더 적은 금액입니다. 투레가 지난 시즌부터 기량 저하에 시달리는 선수임을 감안하면, 레알로 부터 얼마든지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리버풀은 최근 AS로마 미드필더 알베르토 아퀼라니 영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미루어보면 성사 가능성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3. 대형 공격수가 토레스 밖에 없다

리버풀은 맨유와 더불어 두꺼운 선수층을 앞세운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팀입니다. 하지만 공격진은 로테이션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습니다. 원톱인 페르난도 토레스가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로비 킨(현 토트넘)을 비롯한 여러 공격 옵션들이 최전방을 맡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원톱 소화가 가능한 디르크 카윗은 오른쪽 윙어에서 능숙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옵션이죠. 그래서 베니테즈 감독은 5월 7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제라드와 토레스가 잘하고 있지만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필요하다"며 두 선수를 자극 시킬 또 다른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카를로스 테베즈(현 맨시티) 영입을 위한 물밑 작전을 펼쳤습니다. 토레스와 함께 원톱 역할을 능숙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테베즈였기 때문이죠. 전 소속팀인 맨유에서 측면보다는 원톱으로서 더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리버풀이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테베즈 영입 작업은 구단의 재정 악화로 실패했습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토레스와 '영혼의 투톱' 파트너로 활약했던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영입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에는 대형 공격수 어느 누구도 영입하지 못해 '미완의 대기' 데이비드 은고그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은고그는 아직까지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해 토레스의 부담만 커졌습니다.

4. 기복이 심하다

리버풀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기복이 심하다는 점입니다. 강팀과의 경기에 강하지만 중위권과 약팀과의 경기에서 종종 약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기지 못한 경우가 여럿 있었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빅4 클럽을 상대로 4승2무를 기록해 1승2무3패의 맨유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리그 최종 성적에서는 25승11무2패(승점 86)로 28승6무4패(승점 90)의 맨유보다 승점이 부족합니다. 이는 중위권과 약팀같은 경기에서 이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음을, 스쿼드의 기복이 심했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이유는 한 번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를 펼치는 특성 때문입니다. 리버풀은 지난해 9월 13일 맨유전에서 제라드-토레스 없이 2-1로 승리했으나 일주일 뒤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1-0으로 승리했으나 3일 뒤 미들즈브러전에서는 0-2로 패했습니다. 반면 맨유는 지난 4월 26일 토트넘전에서 전반전을 0-2로 마쳤으나 후반전에 루니를 왼쪽 윙어로 놓는 전술 변화로 5골을 몰아치며 5-2 대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리버풀도 맨유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 변화를 앞세워 골을 넣을 수 있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합니다.

5. 여전히 높은 맨유의 벽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힘든 가장 결정적 원인은 맨유입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했으며 올 시즌에는 호날두-테베즈가 팀을 떠났지만 조직력을 앞세워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복안을 꾸몄습니다. 주력 선수 두 명을 잃었지만 백업 선수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전력적인 문제는 크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3개 대회 우승(클럽 월드컵, 칼링컵, 프리미어리그)에 성공했던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맨유는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우승(18회) 기록과 타이를 이루고 있어, 올 시즌 그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리버풀이 맨유를 넘어서려면 라이벌팀보다 더 좋은 스쿼드를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알론소-아르벨로아가 떠났고 예비 전력이 맨유보다 탄탄하지 못합니다. 베니테즈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도 퍼거슨 감독에 비해 미스가 많았던 불안 요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려면 맨유가 가지지 못한 힘을 키우는것이 바람직하나, 맨유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