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맨유는 스콜스-긱스-베컴이 항상 한 시즌에 약 10골 정도 넣었다. 그러나 미드필더진에서 나오는 골들이 최근 몇 년간 줄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 박지성-나니-발렌시아, 추가로 웰백과 마케다까지 40골 넣기를 바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7월 31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중에서)
2009/10시즌을 앞둔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최대 과제는 득점력 향상입니다. 맨유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한 122경기에서 12골에 그칠 정도로 득점이 부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맨유라는 빅 클럽에서 자신의 입지를 오랫동안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경기력에 대한 불안 요소를 줄이는 것 부터 우선입니다. 모든 감독은 안정적인 선수를 좋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2005/06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퍼거슨 감독에게 "골이 부족하다"는 아쉬운 소리를 들었습니다. 특히 20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을 이유로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 구단 잡지인 <인사이드 맨유> 2009년 3월호를 통해 "만약 박지성의 골 결정력이 향상되면 팀 내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성이 골 부족 개선을 통해 맨유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골을 더 많이 넣으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3가지 때문입니다. 맨유의 현 미드필더진들이 10년 전 트레블 세대였던 스콜스-긱스-베컴에 비해 골이 부족한 것, 팀 공격의 중요 옵션이었던 호날두-테베즈의 전력 이탈, 그동안 골이 부족했던 것이 그 이유죠. 만약 올 시즌에도 골이 부족하면 팀 성적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어,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박지성은 나니, 발렌시아, 웰백, 마케다와 함께 40골 고지를 넘어야 합니다. 나니는 꾸준함을 키워야 하고 발렌시아는 팀에서의 성공적인 행보를 위해 골을 넣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웰백과 마케다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넣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네 명의 선수와는 달리 퍼거슨 감독에게 기량을 후하게 검증 받은지 오래되었지만 자신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골 결정력 향상을 꾀해야 합니다.
맨유는 호날두-테베즈를 떠나보내면서 팀의 공격 전술을 새롭게 개편해야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아시아 투어와 아우디컵에서는 투톱 공격수들의 골 역량을 늘리는 공격 전술을 집중 연마했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의 득점력이 떨어지는데다 퍼거슨 감독이 선호하는 공격수 4인(루니-오언-베르바토프-마케다) 로테이션 체제를 위해 투톱의 역량을 키웠던 것이죠. 기존에는 공격수들이 호날두의 골을 위해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공간 싸움을 하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투톱 공격수들이 팀의 골을 짊어지는 역할을 도맡게 됐습니다.
문제는 팀의 공격 비중이 투톱 공격수들에게 쏠렸습니다. 미드필더진이 공격수들의 골을 위해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고 공격수들이 상대 골망을 흔드는 공격 패턴을 고수하면, 수비진의 견고한 압박능력을 자랑하는 팀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호날두처럼 파괴적인 공격 본능을 자랑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투톱 공격수의 꾸준한 맹활약 없이는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나 네 명의 공격수도 각각 불안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루니-잦은 부상, 오언-슬럼프, 베르바토프-타겟맨 실패, 마케다-경험 및 볼 키핑력 부족) 이들을 지나치게 믿기에는 곤란합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투톱 공격수에게 의존하는 공격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지성-나니-발렌시아 같은 윙어들에게 눈을 돌려 40골을 주문했습니다. 윙어는 공격수들과의 간격을 좁히거나 때로는 직접 문전으로 쇄도하여 직접 골을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공격수 못지 않게 골을 넣을 수 있습니다. 투톱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고립되면 윙어들의 득점력을 앞세워 골을 넣겠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전략입니다. 이 같은 공격 전술은 맨유의 득점 자원이 고르게 분포되는 전술적 이점이 있습니다.
맨유는 아직 윙어들의 득점력을 살리는 전술을 연마하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 팀에 늦게 복귀하여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데다 발렌시아는 맨유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죠. 박지성과 발렌시아는 올 시즌 팀의 주전으로 활약할 선수들이기 때문에, 두 선수의 폼이 부쩍 올라오는 시즌 초반에 맨유 전술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아우디컵 종료 후 윙어들에게 40골을 주문했던 것은 '윙어들의 득점력을 키우는' 새로운 공격 전술을 쓸 것임을 간접적으로 예고한 것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맨유의 현 상황이 2006년 여름과 비슷합니다. 3년 전 '킹 뤼트 시스템'의 주인공이었던 뤼트 판 니스텔로이(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보냈다면 이번에는 호날두와 테베즈가 없습니다. 맨유는 2002/03시즌 베컴이 떠나고 판 니스텔로이의 공격 역량을 늘리더니 세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판 니스텔로이가 떠난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호날두가 팀의 에이스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2006/07시즌의 맨유 공격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맨유는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38경기에서 리그 최다인 83골을 넣었습니다. 전 시즌의 72골보다 11골 늘어난 기록으로서 판 니스텔로이의 공백을 확실히 메웠습니다. 특히 3골 이상 골을 넣은 선수는 5명에서 11명으로 늘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공격 전술을 가동하며 선수들의 득점 분포가 고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호날두와 루니는 각각 17골과 14골 넣었고 루이 사아(에버튼) 올레 군나르 솔샤르(맨유 리저브 감독) 같은 서브 공격수들은 각각 8골과 7골 꽂았습니다.
박지성은 당시 리그 14경기에서 5골 기록했습니다. 두 번의 큰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8~10골 정도 넣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지금에 비해 공격 기여도가 높은데다 문전에서의 감각적인 위치선정을 앞세워 골을 넣거나 세컨 골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2006/07시즌의 박지성처럼 선수들의 득점 역량을 키우는 전술을 쓸 것입니다. 특히 나니-발렌시아는 기술력이 뛰어난 윙어들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박지성은 나니-발렌시아-웰백-마케다와 함께 40골을 합작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 개인의 득점력이 향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톱을 기반으로 하는 맨유의 공격 전술이 미드필더들도 경기 상황에 따라 골을 넣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면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박지성에게 주어지는 골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는 스콜스-긱스-베컴이 함께 호흡을 맞추던 시절,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공격보다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유기적인 호흡을 통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물론 스콜스-긱스-베컴의 전성기 시절 골 감각은 대단하지만 전술적인 요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맨유는 에이스의 특출난 득점력을 앞세운 축구를 했기 때문이죠. 박지성과 자신의 동료들이 40골을 넣으려면 맨유의 전술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2009/10시즌을 앞둔 맨유 그리고 박지성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