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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발렌시아, '이타적인 호날두' 였다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주전 오른쪽 윙어로 활약할 '이적생'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마침내 맨유 유니폼을 입고 첫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발렌시아는 30일 새벽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우디컵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전반 41분에 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팀 공격을 전개하는 도우미 역할에 치중하여 루니-마케다 투톱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공격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야말로 환상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맨유는 이날 경기에서 안데르손의 전반 22분 프리킥 골과 발렌시아의 골을 앞세워 보카 주니어스를 2-1로 제압했습니다.

발렌시아, '환상의 데뷔전' 치렀다

우선, 발렌시아의 골 과정은 그야말로 기가 막혔습니다. 발렌시아는 문전 바깥에서 박지성-루니로 이어지는 스루패스를 받아 오른쪽으로 빠져들다 상대 수비와 경합 과정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습니다. 발렌시아의 슛은 골문 왼쪽 밑 구석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상대 골키퍼가 방향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고 슛의 세기 또한 강했습니다.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것 자체만으로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을 만 했습니다.

발렌시아는 이 경기에서 부진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워크퍼밋 문제로 아시아 투어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동료 선수들과 호흡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경기 초반 상대 압박에 막혀 돌파를 저지당했던 장면만 있었을 뿐, 그 이후에는 페이스를 완전히 되찾으며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팀 동료들에게 많은 패스를 받았던 것은, 그만큼 동료 선수들이 자신의 공격 전개를 신뢰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박지성이 왼쪽에서 빈 공간 창출을 위한 전술적인 움직임에 치중했다면, 발렌시아는 오른쪽에서 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유연한 발재간으로 좁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파고드는 것을 비롯해서 볼 키핑력과 컨트롤이 뛰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방 공격 옵션에게 향하는 대각선 패스와 짧은 패스는 거의 정확하게 향했고 타이밍이 빨라 상대팀 선수들이 차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전반 40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루니를 향해 낮게 깔리는 대각선 패스를 연결하여 슈팅을 유도했습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는 코너킥까지 전담했는데 킥이 대부분 동료 선수들의 머리를 향할 만큼 정교하고 날카로웠습니다.

발렌시아의 장점은 호날두-나니처럼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호날두와 나니는 공을 많이 잡으면서도 팀 플레이보다는 개인 플레이에 치중을 두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날 경기에서 루니와 함께 공을 많이 잡았음에도 자신보다는 동료 선수들의 공격을 위해 패스, 크로스를 활발히 연결했습니다. 마치 '이타적인 호날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팀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전반 41분에 골을 넣은 것은 경기 상황에 따라 이타와 이기의 역할을 적절하게 구분할 수 있는 선수임을 스스로 알린 것입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발렌시아는 그동안 호날두의 대체자로 주목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맨유가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영입한 선수인데다 호날두와 똑같은 오른쪽 윙어이기 때문에 호날두 대체자로 낙점 받을만 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지난 17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맨유에서 호날두의 활약은 엄청났다. 하지만 내가 맨유에서 나에게 호날두의 대체자가 되어달라는 말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맨유에서 성공하는 것이다"며 자신이 호날두의 대체자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발렌시아가 호날두의 대체자가 아닌 이유는 골 때문입니다. 발렌시아는 전 소속팀인 위건에서 최근 세 시즌 동안 90경기 7골 8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경기 출전 횟수에 비해 골이 부족하기 때문에 '득점 기계' 호날두와 같은 유형의 선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는 빠른 속력과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워 패스, 크로스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치는 이타적인 선수로서 이기적인 성향이 강한 호날두와는 다릅니다.

물론 득점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왼쪽 윙어인 박지성도 골이 부족한 선수이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퍼거슨 감독이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타입인 득점력이 뛰어난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올 시즌 맨유의 공격이 호날두에서 루니-오언-베르바토프-마케다가 로테이션 시스템을 형성하는 투톱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발렌시아는 박지성과 함께 투톱의 공격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타적인 역할에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특히 발렌시아는 보카 주니어스전에서 루니와의 호흡이 척척 잘 맞았습니다. 자신이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움직이고 루니가 쉐도우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패스 연결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발렌시아는 루니가 상대 문전으로 쇄도할때 빠른 타이밍의 대각선 패스 또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며 골 기회를 열어주기에 바빴습니다. 왼쪽 윙어인 박지성도 루니와의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맨유의 올 시즌 공격 구심점 역할은 루니에게 쏠릴 공산이 큽니다. 루니의 공격 역량을 살릴 키워드는 다름 아닌 발렌시아와 박지성인 것입니다.

발렌시아는 자신의 맨유 데뷔전인 보카 주니어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쳐 올 시즌 맨유 공격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데다 경기 내용이 훌륭했기 때문에 '환상의 데뷔전'을 치른 것입니다. 보카 주니어스전에서 '이타적인 호날두'의 모습을 드러냈던 발렌시아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여 박지성과 함께 맨유 측면을 빛낼 선수로 이름을 떨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