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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안데르손의 잃어버린 능력, "골"

 

축구팬들은 '맨유의 박지성'에 대해서 가장 부족한 것을 '골'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의 득점력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집요하게 지적할 정도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지성의 득점력은 이 선수에 비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맨유에서 두 시즌 동안 주축 선수로 뛰었음에도 아직까지 한 골도 넣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 선수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맨유 입단 이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를 주로 맡으면서 최전방 공격수, 윙 포워드까지 겸했던 선수였습니다. 한때 '제2의 호나우지뉴'로 꼽혔던 브라질 국가대표팀 선수인 안데르손(21)이 그 주인공입니다.

안데르손에게 없고 스콜스에게 있는 것, "골"

안데르손의 맨유 입단 이전 시절의 활약상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 골 넣는 장면들이 여럿 있습니다. 빠른 드리블 돌파에 의한 문전 침투로 골을 넣는 장면과 문전 깊숙한 곳에서 동료 선수의 패스를 한 순간에 골로 받아넣는 장면, 그리고 환상적인 왼발 킥력을 앞세운 매서운 슈팅 능력에 이르기까지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은 있었습니다. 물론 그 동영상은 브라질 U-17 대표팀 시절과 브라질 그레미우 시절의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그러나 안데르손은 2007년 여름 맨유 입단 이후 아직까지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맨유에서 73경기에 출전하여 69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아직까지 단 1개라도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69개의 슈팅 중에 25개가 유효 슈팅이었을 정도로 슈팅 정확도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안데르손의 슈팅은 골문을 뜨는 장면들이 부지기수 였는데 이것이 데이터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있기 때문에 경기 출전 수에 비해 슈팅이 많지 않지만, 69개의 슈팅중에 1개라도 골로 성공하지 못한 것은 문제 있습니다.

안데르손의 골 부족 원인은 포지션 전환과 밀접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공격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기 때문이죠. 전자로 활약하던 시절에는 빠르고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날카로운 침투 패스, 그리고 상대 수비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슈팅으로 '제2의 호나우지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맨유 입단 이후로는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수비에 대한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중원에서의 넓은 활동폭으로 상대 중앙 공격의 길목을 차단하더니 상대 미드필더와 거센 몸싸움을 주고 받으며 궃은 역할까지 도맡게 됐습니다. 호나우지뉴의 후계자에서 '브라질판 다비즈'로 바뀐 것입니다.

그동안 안데르손의 슈팅들을 보면 문전 바깥 공간에서 중거리슛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거리슛은 골문과의 거리가 먼 공간에서 날리는 슈팅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골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뛰어난 킥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중거리슛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데, 안데르손은 U-17 대표팀과 그레미우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왼발 킥 능력이 출중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맨유에서는 69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단 1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지난 26일 잉글랜드 대중지 < 뉴스 오브 더 월드 >를 통해 "맨유는 과거의 긱스-스콜스처럼 한 시즌에 15골 이상을 넣을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공백을 누군가 메워야 한다"며 득점력 있는 미드필더의 부재를 아쉬워 했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 측면 콤비의 득점 부족과 루이스 나니의 경기력 저하가 아쉬운 대목이지만 안데르손도 퍼거슨 감독의 지적처럼 득점력이 부족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미드필더는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성향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긱스-베컴-스콜스 같은 득점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보유했습니다. 특히 스콜스는 4-4-2의 앵커맨과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입니다. 2002/03시즌부터 2004/05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맨유에서 46골을 넣었으며 특히 2002/03시즌에는 20골을 작렬했습니다. 당시 뤼트 판 니스텔로이(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을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골 기회가 많았지만 그것을 충분히 살리며 상대 골망을 흔든 것 자체만으로도 안데르손이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안데르손은 퍼거슨 감독이 스콜스의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영입한 선수입니다. 2007년 여름 포르투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 1800만 파운드(약 368억원)의 거액 이적료를 기록할 정도로 퍼거슨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 정확한 패싱력과 크로스, 안정적인 경기 조율 능력을 자랑하며 스콜스의 뒤를 물려 받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패스 정확도와 타이밍, 세기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물론 움직임까지 한 박자 느려지면서 2007/08시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활약상을 이어가는데 실패했습니다. 캐릭-플래처-긱스의 장점인 공간 장악능력에서도 이렇다할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퍼거슨 감독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골을 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스콜스는 전성기 시절에 어느 상황에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탁월했지만 안데르손은 슈팅시의 정확도 부터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스콜스의 진정한 대체자가 되기에는 골의 빈약함이 문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지난 시즌에는 경기력 저하로 고전했기 때문에 더 이상 분발하지 않으면 맨유가 또 한명의 A급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런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으려면 골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합니다.

안데르손은 한때 제2의 호나우지뉴로 각광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맨유 입단 이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고 그 와 동시에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진정한 스콜스 후계자로 자리잡으려면 골을 넣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거침없이 성장하는 것과 더불어 그동안 잃어버린 골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