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휴식기를 지나 프리시즌을 맞으면서, '산소탱크' 박지성(28)의 향후 행보가 국내 축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을 예정입니다. 맨유에서 다섯 시즌째를 보내게 될 박지성이 2009/10시즌에도 맨유의 주전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칠지 아니면 경쟁자들에게 밀려 내리막길을 걷게 될지 팬들의 관심과 초점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했던 것입니다.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 몇몇 대형 선수 영입에 실패한데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맨유가 영입하려는 대상자들의 몸값이 비싸졌습니다. 결국, 맨유는 이적시장에서 안토니오 발렌시아, 마이클 오언, 가브리엘 오베르탕만 영입했을 뿐 다른 선수들을 올드 트래포드에 데려오지 못했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를로스 테베즈와 작별했습니다.
이러한 맨유의 선수층 변화는 박지성에게 호재입니다. 발렌시아는 호날두처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선수이기 때문에 주로 왼쪽을 담당하는 박지성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과 발렌시아를 경쟁 관계로 묶기도 합니다. 하지만 맨유 선수층 내에서 두 선수의 입지를 흔들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박지성-발렌시아' 공존 관계가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웨인 루니가 측면보다 중앙에서 뛰기를 원하는데다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맡을 것이기 때문에, 박지성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맨유에서 주전 멤버로 활약할 것입니다.
맨유의 2009/10시즌 공격진은 '박지성-오언(베르바토프)-루니-발렌시아' 라인으로 편성될 예정입니다.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와 테베즈의 저돌적인 문전 돌파를 축으로 하는 공격에서 루니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루니 시프트'가 맨유 공격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를 것입니다. 맨유가 오언을 영입했던 이유도 '오언-루니' 투톱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최상의 호흡을 과시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베르바토프도 루니와의 호흡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오언과 주기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붙박이 주전을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오언-루니' 투톱을 보조해야 할 측면 옵션입니다. 박지성과 발렌시아의 득점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두 선수는 지난 세 시즌 동안 각각 79경기 10골 4도움, 90경기 7골 8도움(위건 시절을 말합니다.)을 기록했습니다. 박지성이 발렌시아보다 3골 더 많이 넣었지만 맨유가 위건보다 전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골이 부족합니다. 일각에서는 발렌시아가 오른쪽 윙어라는 이유만으로 '호날두 대체자'라고 하지만, 그의 저조한 득점력은 '득점 기계' 호날두를 대체하기가 역부족이기 때문에 대체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본인도 이틀 전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부정했죠.
박지성과 발렌시아는 이타적인 성향의 선수들입니다. '오언-루니' 투톱의 공격력 보조를 비롯해서 팀 플레이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핵심 자원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축구는 상대팀보다 많은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이며 공격수만 골을 넣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미드필더들의 득점 감각을 살리는 전술적인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상위권에도 미드필더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두 선수는 맨유의 무한 스위칭 공격 체제에서 측면을 기점으로 최전방까지 누비기 때문에 골을 넣어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이타적인 활약에 치우치면 맨유 공격이 '오언-루니' 투톱에게 쏠리면서 공격 패턴의 다양함을 꾀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박지성-발렌시아 콤비는 맨유 측면을 빛낼 이상적인 조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박지성이 '수비형 윙어'이기 때문에 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동안 박지성의 골 부족을 집요하게 지적했습니다. 2007/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박지성의 이름을 18인 엔트리에 올리지 않았던 이유도 골 때문 이었습니다.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이 쥐고 있기 때문에, 선수는 감독이 지시하는 것을 따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박지성은 스쿼드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골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박지성 백업' 루이스 나니-조란 토시치가 올 시즌에 이르러 '포텐'이 터질수도 있습니다. 나니는 최근 몇달 간 방출설과 이적설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제는 무언가 보여줘야 할 시점에 도달했으며, 그동안 리저브팀에서 뛰었던 토시치도 마찬가지 입니다. 두 선수는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박지성-발렌시아 콤비의 입지를 위협할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나니-토시치의 성장을 바랄 것입니다. 두 선수가 거금의 이적료에 걸맞는(두 선수 이적료를 합하면 2200만 파운드 입니다.) 활약을 펼친다면, 박지성-발렌시아와의 로테이션 경쟁을 유도하여 팀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나니-토시치의 성장을 바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지성이 골 침묵에 시달리면 주전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는 명분이 없어집니다. 현실적으로는 나니-토시치의 입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박지성의 아성을 넘을 수 없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잠재력이 폭발하면 상황이 다릅니다. 박지성으로서는 자신의 입지에 대한 불안 요소를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득점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맨유 경기를 꾸준히 보셨던 분들은 아실겁니다. 박지성이 후반전 승부처 상황에서 교체되는 장면 말입니다. 문제는 그 장면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며, 어느 모 해설위원은 그 장면을 가리켜 박지성의 골 부족을 언급합니다. 물론 그 해설위원은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골을 필요로 할때 제외되는 카드'라는 고정관념이 올 시즌에 깨질 수 있도록, 박지성의 득점력 향상이 절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이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에는 골이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일 미들즈브러전과 6일 아스날전 골로 득점력 저조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골만 넣는다면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박지성이 지금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며 지난 시즌보다 더욱 발전된 경기력을 과시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아울러 '박지성은 골이 부족하다'는 고정관념도 올 시즌에 깨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