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이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카드를 꺼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4일 오프시즌 첫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빅스타 영입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이제 맨유의 선수 영입은 끝났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루머를 잊어주길 바란다"며 선수 영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적 시장 종료가 약 45일 남은 현 시점에서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한 것은 의외입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기자회견 이전까지 대형 선수 여러명의 영입을 추진하거나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적시장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맨유는 이번 이적시장에서의 움직임이 바빴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즈 같은 주력 선수들이 팀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뒷받침했던 두 기둥이 없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공백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두 선수를 대체하기 위한 공격 옵션들을 물색했고 안토니오 발렌시아(전 위건) 카림 벤제마(전 리옹)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영입 대상으로 낙점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영입 계획은 단단히 꼬이고 말았습니다. 발렌시아를 영입하는데 성공했지만 벤제마 영입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했으며 리베리는 선수 본인이 잉글랜드의 우중충한 기후를 이유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꺼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사뮈엘 에토(FC 바르셀로나)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클라스 얀 훈텔라르(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터 밀란) 애슐리 영(아스톤 빌라)등 여러명의 공격 옵션들에게 영입 관심을 보냈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습니다.
그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맨유가 영입하려던 선수들의 몸값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우리는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면서 선수 영입을 했으나 올해 여름은 다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훌륭한 선수를 영입한 것은 힘든 일이다"며 이적시장에서의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맨유는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에 팔면서 8000만 파운드(약 1600억원)의 거금을 챙겼던 팀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영입에 3075만 파운드(약 615억원)의 거금을 들였으나 돈에 비해 전력적인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적료 과다 지출을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결과적으로 맨유의 이적시장 계획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호날두-테베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에 걸맞는 공격 옵션을 영입해야 하는데 발렌시아와 마이클 오언, 가브리엘 오베르탕 영입에 그쳤을 뿐입니다.
오언은 2004년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주전 경쟁 탈락과 잦은 부상, 그리고 슬럼프와 뉴캐슬 강등 주범으로 몰리며 끝 없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오베르탕은 프랑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20세 영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발렌시아 영입에 1500만 파운드(약 300억원)를 투자했을 뿐, 오언은 자유계약 신분이었고 오베르탕 영입에는 300만 파운드(약 6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오베르탕의 이적료도 원래는 800만 파운드(약 160억원)였다가 '퍼거슨 제자' 로랑 블랑 보르도 감독과 이해 관계가 맞아 500만 파운드를 깎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선수 영입을 나름대로 실속있게 진행 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 한 두명이 떠난다고 절망에 빠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미 매우 훌륭한 선수단을 가지고 있고, 각 포지션마다 젊은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발렌시아-오언-오베르탕 영입에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이적시장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오언과 오베르탕이라는 '차선책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이적시장에서의 실패 요소를 덮을 수 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
어쩌면 맨유는 이적시장에서 원했던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 우승 전망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지난 시즌보다 선수층이 안좋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유의 배짱을 내세웠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오랜 감독 경험과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두둑한 배짱을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대형 선수의 전력 이탈 공백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팀의 에이스가 맨유를 떠날때 마다 영건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여 고공행진을 거듭했기 때문입니다. 1993/94시즌에는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브라이언 롭슨의 은퇴로 주춤할 위기에 놓였지만, 그동안 눈여겨봤던 로이 킨을 영입하더니 결국 더블(EPL, FA컵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1995/96시즌 이전에는 폴 인스, 마크 휴즈, 안드레이 칸첼스키스가 팀을 떠나고 에릭 칸토나가 이단 옆차기 사건으로 9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네빌 형제와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니키 버트 같은 영건들을 대거 기용했고 이들은 팀의 황금시대의 주역이 됐습니다. 2003년에는 베컴이 팀을 떠났지만 18세 포르투갈 유망주였던 호날두를 대체자로 등용하여 그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키웠고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호날두와 테베즈가 빠지고 긱스를 비롯한 노장들의 노쇠화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지만 오베르탕 같은 영건들이 발전해야만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맨유는 기존 선수층의 내실을 키워야만 올 시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내실을 키우는 방안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영건들이 팀 전력의 주축으로 자리잡는 세대교체이며 둘째는 미완의 대기인 나니-안데르손의 '포텐'이 터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3075만 파운드 사나이' 베르바토프가 꾸준히 맹활약을 펼쳐야 호날두-테베즈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맨유가 오랫동안 명문 클럽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기존 영건들이 진정한 맨유맨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 실바 쌍둥이 형제와 조란 토시치, 조니 에반스, 대니 웰백, 페데리코 마케다, 오베르탕이 확실하게 성장해야만 맨유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의 질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나니-안데르손도 이제는 분발할때가 왔습니다. 두 선수는 긱스-스콜스의 대체자로 올드 트래포드에 발을 디딘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베르바토프가 오언과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맹활약 없이는 어떠한 좋은 결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호날두-테베즈 공백을 메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을 충분히 영입하지 못했다면 우승 과정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23년 동안 장기집권하면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연 퍼거슨 감독과 맨유가 올 시즌 종료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을지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