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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타겟맨 갈증, 올해 여름에 해소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세 시즌 연속 우승했던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입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최근 세 시즌 연속 4강에 진출했고 그 중에는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세 시즌 전력이 무결점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6년 여름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부터 마땅한 타겟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170cm대의 웨인 루니(178cm)와 카를로스 테베즈(173cm)가 원톱 공격수로 뛰었지만 타겟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공중볼에서 제약을 받았고 특히 루니는 '8번 시절에 비해' 문전에서 궃은 일을 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쉐도우 시절의 괴물같은 공격력을 뽐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원톱으로 전환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타겟맨의 불안요소를 만회하기 위한 차선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고도 세 시즌 동안 타겟맨 부재에 대한 불안 요소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전술적인 보완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2005/06시즌까지 공격의 모든 초점과 관심은 '킹 뤼트 시스템'의 주인공인 판 니스텔로이에게 향했지만 그 이후에는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와 골 감각이 중심이 되는 공격 빈도를 높였습니다. 2007/08시즌까지는 '무한 스위칭'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완벽에 가까운 공격 완성도를 자랑했지만 그 이후에는 상대 수비수들이 호날두를 집중견제 하면서 공격력이 이전보다 주춤했습니다. 호날두가 2007/08시즌 보다 기복이 심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에 팔았던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력은 완전히 한계가 드러났고, 공격 패턴을 새롭게 바꾸더라도 팀 공격의 초점이 호날두에게 쏠릴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의 오퍼를 받은지 두 시간만에 '호날두 이적'을 결정지은 것입니다.

그래서 맨유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타겟맨 영입을 노리고 있는 것은 팀의 쇄신을 위한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최근 맨유 영입설이 나돌고 있는 카림 벤제마(리옹) 사뮈엘 에토(FC 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의 주된 공통점은 타겟맨입니다. 이들은 판 니스텔로이가 맨유를 떠난 이후부터 한동안 맨유 이적설로 주목 받았던 선수들인데(벤제마는 이적설이 계속 이어짐)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올드 트래포드의 일원이 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벤제마와 에토, 토레스는 최전방에서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 그리고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킬러들입니다. 세 명의 선수는 기량에서 세부적인 차이점이 있지만, 빠른 기동력과 역동적인 공격을 추구하는 퍼거슨 감독의 스타일에 잘 맞는 선수로 꼽힙니다. 물론 이들은 장신이 아니지만(벤제마 182-에토 179-토레스 183cm) 문전에서 헤딩골을 잘 넣는 선수들입니다. 타겟맨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쉐도우 스트라이커에 가장 적합한 루니의 킬러 능력과 이타적인 활약을 골고루 살릴 수 있는 도우미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약 맨유가 세 명 중에 한 명을 영입하면 베르바토프는 루니와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주전에서 밀릴 것입니다.)

그 중, 벤제마와 에토는 서로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는 각각 리옹과 바르셀로나의 타겟맨으로서 상대 수비진의 틈새를 벌리고 좁은 공간에서도 골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천부적인 타겟맨입니다. 수비 뒷 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침투 능력으로 골을 넣을 수 있으며 볼 키핑력도 수준급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의 압박을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무한 스위칭을 근간으로 상대 수비벽을 뚫으려는 맨유 공격의 새로운 퍼즐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죠.

벤제마는 23세의 젊은 선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최근 두 시즌 동안 7경기 4골, 8경기 5골 넣었고(리옹은 두 시즌 모두 16강 탈락) 두꺼운 압박 수비 때문에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한 프랑스리그에서는 2년 동안 73경기에서 38골을 작렬하며 골잡이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호날두 이적으로 주 득점원이 필요한 맨유에게는 잠재력이 풍부한 벤제마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에토는 상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럽 최정상급 공격수입니다. 오랫동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정복했던 '포스'를 그대로 이어가면 맨유에서의 적응에는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토레스는 벤제마, 에토와는 달리 빠른 스피드를 위주로 문전 돌파를 즐기는 성향입니다. 자기 앞에 있는 공간 혹은 미드필더쪽으로 내려와서 공을 잡아 그대로 돌파하여 슈팅하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며 특히 역습 공격에 매우 강한 선수입니다. 벤제마와 에토 같은 전형적인 타겟맨이라기 보다는 공격수의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춘 만능형 공격수이며,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주로 타겟쪽에 무게감이 쏠렸습니다. 역습 패턴의 공격을 즐겨쓰는 맨유에 적합한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5년 간 맨유에 이적했던 대형 공격수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활약을 펼쳤습니다. 루이 사아는 풀럼, 루니는 에버튼, 테베즈는 웨스트햄, 베르바토프는 토트넘에서 자신의 역량을 떨친 선수들입니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공격수를 영입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 토레스 영입에 매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리버풀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앙숙 관계인 맨유와 리버풀의 선수 교류가 45년 동안 없는데다 토레스가 리버풀 전력에 없어선 안될 핵심 선수라는 점에서, 이적 가능성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벤제마와 에토입니다. 에토는 맨유 또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설과 연결되었지만 그의 소속팀인 바르셀로나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터 밀란) 영입을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진로는 오리무중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벤제마인데, 팀의 핵심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리옹의 심리전을 이겨낸다면 영입 성사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호날두 이적을 통해 막대한 이적료를 투자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는 벤제마의 영입 가능성에 무게감이 쏠리고 있습니다. 만약 리옹과 이해 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선수 보강에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호날두 없는'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정상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타겟맨 영입 없이는 어떠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호날두 중심의 공격에서 벗어나 타겟맨과 새로 들어올 측면 미드필더, 기존 공격 옵션과의 유기적인 조화를 통해 공격력 강화의 해법을 찾는 것이 맨유의 과제죠. 최근 세 시즌 동안 팀에 보이지 않는 불안 요소로 꼽혀왔던 맨유의 타겟맨 갈증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말끔히 해소될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