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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스쿼드 대변화' 절실한 이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비롯해서 칼링컵, 클럽 월드컵에 우승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하지만 지난달 28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 0-2의 완패 이후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몇몇 선수들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이적설과 방출설을 비롯한 온갖 안좋은 소문에 직면했기 때문이죠. 그 희생자 중에는 박지성도 끼어 있습니다.

사실 맨유의 올 시즌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주력 선수들의 잦은 부상 및 부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3개의 우승 트로피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FA컵 4강 진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실로 놀라운 업적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단 한 경기 패배 후유증이 워낙 컸기 때문에 선수들이 큰 충격과 좌절감에 휩싸였으며 현지 언론도 이를 놓칠세라 이적과 관련된 루머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이 맨유 선수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전력 보강하라'는 무언가의 시위 때문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의 결과는 지난해 클럽 월드컵 챔피언이었던 맨유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는 두꺼운 더블 스쿼드 구축 및 지속적인 경쟁 체제 카드를 꺼내들어야 합니다.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맨유가 그런 팀이었지만 스쿼드의 내면을 들여보면 불안 요소가 여럿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맨유 스쿼드의 문제점은 4가지 입니다. 첫째는 노장 선수들의 폼이 떨어지고 있는 것, 두번째는 4-3-3 스타일에 맞는 미드필더 부족, 세번째는 몇몇 영건들의 기량 정체, 그리고 네번째가 타겟맨 부재입니다.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전에서 모든 문제들이 총제적으로 드러났죠. 긱스-퍼디난드-판 데르 사르 같은 노장들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완전히 제압당했고 4-3-3 스타일에 최적인 대런 플래처의 결장으로 중원의 무게감이 좀처럼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날 전반전 종료후 교체됐던 안데르손과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었던 루이스 나니는 지난 시즌보다 퇴보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원톱 공격수로 나왔던 것은 타겟맨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었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다음 시즌에 유럽 제패를 하려면 '스쿼드 대변화'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현지 언론들이 몇몇 맨유 선수들의 입지를 흔들어 놓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이미 맨유와의 임대 기간이 끝난 카를로스 테베즈의 문제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챔스 결승 교체 출전 불만' 소식은 타겟맨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고 스콜스의 뉴캐슬-스토크 시티-볼튼 이적설은 노장 선수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현지 언론의 의사 표시일 것입니다. 박지성-나니의 방출설은 현지 언론이 공격 타겟을 잘못 짚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나니 같은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토마스 쿠쉬착의 이적설은 벤 포스터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죠.

우선, 골키퍼는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후계자를 빨리 키워야 합니다. 판 데르 사르는 지난 2월까지 1310분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웠지만 그 이후에는 폼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이면 40세가 되기 때문에 맨유 입장에서 후계자를 찾아야 합니다. No.3 골키퍼인 포스터가 칼링컵 결승전과 FA컵에서의 신들린 선방으로 No.2 쿠쉬착을 넘어섰다는 점이 위안거리지만, 포스터의 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맨유의 주전 골키퍼로 쓸 수 있는 새로운 경쟁자가 불가피 합니다. 이적이 유력한 쿠쉬착의 빈 자리를 누군가가 메워야 할 것입니다.

'비디치-퍼디난드'가 지켰던 센터백도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퍼디난드의 폼이 지난 시즌보다 많이 떨어졌고 네마냐 비디치가 시즌 막판 체력 저하로 흔들리는 기색이 많았다는 것을 상기하면, 조니 에반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줘야 합니다. 센터백은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록 경기 감각이 쌓여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에반스의 필요성이 커지게 됐습니다. 오른쪽 풀백은 '오셰이vs하파엘'의 경쟁 구도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왼쪽 풀백에서는 파트리스 에브라의 백업인 파비우 다 실바의 폼이 올라올 필요가 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는 긱스-스콜스의 의존도를 줄여야 합니다. 두 선수는 젊은 선수들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 분위기를 끌어 올리며 자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선수들이 그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후계자들의 부진이 아쉽습니다. 바로 나니와 안데르손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보다 정체된 활약을 일관하며 팀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슬럼프를 거듭하면서 선수 본인이 지니던 장점까지 잃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나니는 방출설에 시달리고 있고, 안데르손의 부진은 맨유의 4-3-3 효과를 반감시키는 문제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니와 안데르손에게는 새로운 경쟁자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측면 영입 후보군에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안토니오 발렌시아(위건) 같은 걸출한 윙어들이 포함되었는데, 역설적으로는 맨유가 박지성의 공격 포인트 부족을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후반전에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박지성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모습이 잦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안데르손 자리에는 부상 후유증으로 기량 회복에 많은 시간을 들였던 호드리고 포제봉의 출전 횟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다할 기복이 없는 대런 깁슨 또한 안데르손의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죠. 안데르손으로서는 다음 시즌 분발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맨유 공격의 상징인 호날두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지 알 수 없지만 그 시점이 올해 여름이라면 측면 옵션을 반드시 영입해야 합니다. 물론 호날두의 존재 유무에 따라 새로운 자원이 필요한 것임엔 분명하지만, 그동안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를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거나 그에게 많은 슈팅 기회를 제공하는 '호날두 시프트'의 존재감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팀의 에이스를 레알 마드리드에 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전에서 호날두 시프트가 0-2 완패의 독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공격 다변화를 위해 루니-베르바토프의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맨유가 카림 벤제마(리옹)의 영입을 노리는 것은 타겟맨 문제를 완전히 해결짓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테베즈는 떠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앙 공격수 자리에서 꾸준히 맹활약 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합니다. 루니-베르바토프가 쉐도우 스트라이커인데다 서로의 동선이 겹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벤제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벤제마는 최전방 원톱으로서 상대 수비진의 틈새를 벌리고 좁은 공간에서도 골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천부적인 타겟맨입니다. 저돌적인 공간 침투와 빠른 타이밍을 앞세운 슈팅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무한 스위칭을 근간으로 하는 맨유 스타일에도 잘 맞습니다. 어쩌면 맨유의 다음 시즌 명암은 벤제마의 영입 여부에서 가려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