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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vs메시, '세계 최고의 선수' 누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FC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맞대결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 입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 모두 이 시대 최고의 클럽이기 때문이죠. 맨유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이라면 바르셀로나는 유럽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데다 이미 더블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두 팀은 얼마전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제패하여 '잉글랜드vs스페인' 클럽의 자존심으로 맞붙게 되었습니다.

두 팀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리오넬 메시(22)라는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가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빼어난 실력으로 지구촌 축구팬들을 사로잡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두 선수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자존심 맞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결승 무대에서 자신의 놀라운 실력을 맘껏 발휘하여 팀의 우승을 이끄는 선수 만이 진정한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No.1을 지키는 남자 호날두와 이미 No.1 문턱에 다가선 메시의 자존심 대결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호날두, 메시 도전 뿌리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 타이틀 지킬까?

"호날두가 2007/08시즌 맨유에 공헌한 것을 따져보면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을 것이다"(AC밀란 카카, 2008년 7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호날두는 누가 뭐라해도 단연 세계 최고의 선수다. 그가 없이 치른 리그 초반 경기에서 맨유는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맨유 플래처, 2008년 9월 더선 과의 인터뷰에서)
"호날두가 세계 최고다. 그는 마치 기계와 같아서 다른 누구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리버풀 토레스, 2008년 11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호날두는 지난 시즌 맨유의 더블(EPL, CL) 우승을 이끄는 수훈갑 역할과 더불어 두 대회 동시 득점왕에 오르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 했습니다. 지난해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No.1에 오른 것이죠. 호날두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FA컵에서 총 42골을 넣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서 맨유의 우승을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적어도 지난 시즌 만큼은 호날두의 적수를 따라갈 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호날두는 올 시즌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자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지난 시즌만큼 많지 않았으며, 국내에서 '호노예'로 불릴 만큼 과도하게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많은 힘을 소모했습니다. 그러면서 골 넣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호날두는 지난해 11월 22일 아스톤 빌라전부터 지난 1월 27일 웨스트 브롬위치전까지 프리미어리그 9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인터밀란전까지 6경기에서 무득점 골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6경기 470분 동안 39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골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빛을 발했습니다. 인터 밀란과의 16강 2차전, FC 포르투와의 8강 2차전, 아스날과의 4강 2차전(2골)에서 골망을 흔들면서 총 4골(65개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맨유가 다음 토너먼트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고비때마다 이름값을 해낸 것이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8골로 득점 2위에 오르며 '득점 기계'의 명성을 지켜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호날두가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비결은 슈팅을 많이 날리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맨유 유니폼 입고 활약한 50경기에서 273개의 슈팅 시도, 1경기당 5.46개의 슈팅을 기록한 것이죠. 최근 7경기에서는 45개의 슈팅 시도, 1경기당 6.43개의 슈팅을 기록했는데 총 5골을 넣었습니다. 시즌 막판에 갈수록 많은 슈팅을 시도하면서 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난사'로 표현할 만큼 잦은 슈팅 시도를 지적하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만큼 골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증거입니다.

호날두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플레이에 정확한 헤딩타점과 무회전 프리킥, 페널티킥 같은 다양한 득점 패턴으로 많은 골을 넣는 선수입니다. 또한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값진 한 방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죠. 여기에 '매직 드리블'을 자랑하며 맨유 공격의 젖줄 역할까지 다하고 있어 팀 공격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를 애지중지하게 아끼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런 호날두가 올 시즌 유럽 축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메시와 조우하게 됐습니다. 메시의 자존심을 누르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정반대의 상황으로 흐르면 No.2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No.1을 꿈꾸며 세계 최고에 도전했고, 세계 최고가 되면서 펠레와 마라도나 같은 축구황제 반열에 오르길 꿈꾸는 호날두에게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호날두 시대'를 오랫동안 이어가려면 메시와의 정면 대결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 호날두의 숙명입니다.

메시, 호날두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 도약?

"호날두는 뛰어난 선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는 메시다. 호날두보다 더 공격적이고 승리를 결정지을 능력이 있다" (분요드코르 히바우두. 2009년 1월 엘 문도와의 인터뷰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는 메시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바르셀로나 카를레스 푸욜. 2009년 1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메시는 매력적인 선수다. FIFA 올해의 선수상은 호날두가 받았지만 메시 역시 뒤지지 않는다"(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 2009년 1월 FIFA 올해의 선수상에서 호날두가 아닌 메시에게 투표한 이유에 대한 인터뷰에서)

메시는 그동안 카카-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들에 가려진 2인자 였습니다. 최근 2년 동안 FIFA 올해의 선수상에서 두 선수에 밀려 2위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더블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커다란 역할을 해내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호날두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면 No.1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적어도 스탯만을 놓고 보면 메시는 호날두를 넘어 섰습니다. 메시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31경기에서 23골 11도움을 기록했으며 코파 델 레이 8경기에서는 6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11경기에서는 8골 5도움을 올리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프리메라리가와 호날두가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라면 메시의 활약상이 단연 빛납니다. 메시는 조별예선부터 꾸준히 골을 넣으며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까지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메시의 장점은 슈팅을 아끼면서 필요한 상황마다 골을 넣는 타입입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50경기에서 143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1경기당 2.86개의 슈팅을 시도했죠. 호날두가 올 시즌 맨유에서 1경기당 5.46개의 슈팅을 시도한 것과 비교하면 두 선수의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메시가 팀 플레이에 치중하는 선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16도움을 기록했는데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돕기 위해 도우미 역할까지 만능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팀의 공격 활로를 개척하면서 상대 수비진이 빈 틈을 보이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문전 돌파를 시도하여 골을 넣는 것이 자신의 주된 스타일이기 때문이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메시의 내구성입니다. 지난해 여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현지의 무더운 날씨와 싸우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부상 없이 순조로운 시즌을 보냈습니다. 2006/07시즌과 2007/08시즌 4번의 근육 부상을 입었지만 올 시즌에는 올림픽 출전 영향 속에서도 아랑곳 없이 폭발적인 오름세를 질주하며 자신의 위상을 떨치고 있죠. 식이요법을 통해 식습관을 바꾼것을 비롯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세심한 선수 관리를 받으면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면서 지금까지 '크레이지 모드'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하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이 필요합니다. 카카가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불렸고 호날두가 이듬해 시즌 유럽 제패로 카카의 뒤를 이었던 것 처럼 말입니다. 만약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 호날두를 제치는 것과 동시에 2009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을 세우게 됩니다. 그동안 2인자에 만족했던 메시에게는 이번 결승전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렵고 험난할 것입니다. 메시는 지난 시즌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올 시즌 첼시와의 4강전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상대팀의 밀집 수비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1-1 경합 과정에서는 특유의 드리블 돌파로 상대를 가볍게 따돌렸지만 2명 이상의 상대팀 선수에게 압박을 받는 이후부터는 몸의 중심을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결승전에서 맨유를 꺾으려면 '아스날 월컷을 가볍게 누른' 파트리스 에브라를 비롯하여 박지성, 마이클 캐릭의 견제를 이겨내야 합니다. 만약 이들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진정한 No.1으로 불리지 못할 것입니다. 올 시즌 스탯 대결에서 호날두를 꺾은 메시에게 필요한 것은 결승전에서의 맹활약 및 우승컵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