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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슬럼프 탈출' 박지성, 이젠 질주 뿐이다

 

장기간의 슬럼프를 걱정하는 것은 그저 기우였습니다. 이제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위해 자신의 진면목을 다해야합니다. 그동안 거의 매경기마다 믿음직스런 경기력으로 최선을 다했던 그였기에 평소의 경기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오랜만에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20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2008/09시즌 잉글리시 FA컵 4강전 에버튼전에 선발 출전하여 68분 동안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팀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하여 퀸투플(5관왕) 달성이 좌절되었지만, 최근 체력 및 컨디션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지성의 빼어난 활약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릴 맨유에게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활발히 움직였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는 박지성의 이날 활약이 만족스러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지성은 지난 8일 포르투전과 11일 선더랜드전 부진, 16일 포르투와의 리턴매치 18인 엔트리 제외로 부침에 시달렸지만 이번 에버튼전에서 제 몫을 다하여 '단기간 슬럼프'에서 벗어났습니다.

박지성, 에버튼전은 부진 탈출의 터닝 포인트

이날 에버튼전에 출전한 선수들 중에 대부분은 백업 멤버 혹은 영건들 이었습니다. 리오 퍼디난드와 네마냐 비디치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선수들은 팀의 확실한 주전 선수들이 아니었으며 그 중 한명이 바로 박지성 이었습니다. 지난 포르투전에서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을 이유로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에버튼전 선발 출전이 애초부터 유력시 되었기 때문이죠. 이번 경기에서는 최근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무언가의 눈도장을 받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박지성이 평소처럼 그라운드를 활발히 뛰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전반 20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른쪽 측면에서 특유의 움직임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박지성이 오늘도 부진한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 위한 완급조절이었을 뿐, 팀 공격의 소강 상태 속에서 무리하게 뛰어다닐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박지성은 전반 26분 부터 20분 동안 오른쪽에서 3번의 크로스를 찌르며 '테베즈-마케다' 투톱에게 위협적인 골 기회를 연결했습니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는 대런 깁슨, 하파엘 다 실바와 짧고 정교한 패스를 연결하며 팀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려고 했습니다. 후반전에는 전반전보다 움직임이 경쾌하고 빨라지면서 공수 양면에 걸쳐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후반 10분에는 상대팀 선수들과 혼전 중인 상황에서 공을 살리며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장면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박지성의 컨디션은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평소의 경기 감각을 되찾는 시점이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으며 후반 23분에 폴 스콜스와 교체되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성과를 올린 것이어서 교체가 결코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68분 출전을 통해 체력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에서는 에버튼전보다 더 나은 활약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에버튼전은 맨유의 쿼트러플(4관왕) 공헌을 위한 터닝 포인트인 셈입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강팀용 선수'로 꼽힐 만큼 주로 강팀과의 경기 혹은 팀의 중요한 고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진면목을 발휘했던 선수입니다. 시즌 막판에는 팀의 우승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보다 출전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에버튼전에서 평소의 경기력을 거의 되찾은 것은 앞날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케 합니다.

박지성은 여전히 맨유 측면에 없어선 안될 '믿을맨'입니다. 루이스 나니는 좀처럼 선발 기회를 얻기 힘든데다 라이언 긱스는 시즌 중반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웨인 루니가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베르바토프-테베즈' 투톱이 시즌 내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수 자리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맨유는 4-4-2를 근간으로 삼기 때문에 '박지성 활용폭이 좁은' 4-3-3을 주로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팀의 전력적인 사정을 놓고 보면, 박지성은 중요한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비록 포르투전에서는 그동안의 경기력 및 컨디션 저하로 18인 엔트리 제외라는 자극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경기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에버튼전에서는 예전의 감각을 되찾는데 중점을 두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5관왕을 놓친 퍼거슨 감독으로서도 박지성의 달라진 활약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박지성에게 남은 것은 지난달 '3월의 선수'로 선정되었을 당시의 폭발적인 활약을 되찾는 것입니다. 맨유가 지난달 리버풀전과 풀럼전에서 최악의 패배에 빠졌음에도 박지성은 팀의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부지런하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질풍같이 휘저으며 상대 수비수들을 위협했습니다. 심지어 풀럼과의 후반전에서는 오른쪽 풀백과 왼쪽 최전방 자리를 활발히 넘나드는 '산소 탱크'의 진수를 선보였습니다. 매 경기마다 팀을 위해 온갖 사력을 다했던 박지성의 불꽃튀는 질주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