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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축구 블로거, 박지성에게 보내는 편지



-부제 : 박지성 선수,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지성 선수. 저는 다음 블로거뉴스에서 효리사랑이라는 닉네임으로 당신에 대해서 많은 글을 썼던 열혈 축구 매니아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띄우게 된 것은 박 선수의 M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그리고 '잉글랜드 축구의 심장' 런던 웸블리 그라운드를 밟으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의 마음 속 기분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박지성 선수에게 그동안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신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이 박 선수의 전성기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선전을 바라는 메세지도 보내고 싶었습니다. 박 선수는 대한민국에서 너무 유명한 존재이고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대학생이기 때문에 직접 둘이서 대화를 나눌 여건이 되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편지를 띄운다면 박 선수가 직접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동안 마음 속으로 간직했던 고마움을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박지성 선수의 다큐멘터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vs에버튼'의 경기를 못 볼 뻔했습니다. 이번주가 중간고사 기간이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죠.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 중에 저 같은 열혈 축구팬들도 '공부를 하느냐, 축구를 보느냐'는 마음속의 갈등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 선수가 얼마전 MBC를 통해 "이 다큐는 제가 찍는 처음이자 마지막 다큐멘터리가 될 거에요. 어차피 한번은 해야 할 테니까요. 두 번 하라면 죽어도 못해요"라고 말하니까 망설임없이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미리 끝낸 뒤에 마음 편하게 다큐멘터리와 맨유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왜냐하면 박지성 선수의 다큐멘터리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뒤 혹은 20년 뒤에도 방송될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지금은 '세계 최고의 팀' 맨유의 일원으로 활약하는데다 전성기를 달리고 있어서 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박 선수가 언론 노출을 꺼리고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소유자라는 것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가져봤습니다. 오랫동안 축구 매니아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활발하게 누볐던 저로서는 이번 프로그램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현지에서 일상 생활을 보내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외 기사, 혹은 현지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박 선수가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은 모습이 포착되어 국내 인터넷에 나돌았습니다.)을 통해 봤던 것이 전부였죠. 하지만 국내 인터넷을 통해 봤던 기사와 사진은 당신의 잉글랜드 생활을 보기에는 전혀 생동감이 넘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면서 당신의 또 다른 매력을 마음속으로 느끼고 싶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동안 머릿속으로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해서 기뻤습니다.

그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당신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MBC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중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유명인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깊이있게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는데 현재까지 이영애와 비, 김명민이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로는 박지성 선수의 잉글랜드 생활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스토리가 공개 되었습니다. 당신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박지성 선수를 좋아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도전정신' 이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인 축구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진출했지만 뚜렷한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불과 몇 안됩니다. 당신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확실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의 힘겨웠던 도전과 숱한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명지대 진학이 좌절될 뻔했던 시련과 PSV 에인트호벤 시절 3만 5천여 홈팬들에게 거센 야유를 받으며 유럽 적응이 순탄치 않았던 것, 그동안의 잦은 무릎 부상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 등등 축구 인생에 있어 힘겨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그동안의 시련을 훌훌 떨친끝에 '세계 최고의 팀' 맨유의 주축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물론 호날두와 루니 같은 팀 내 입지가 확실한 선수와는 달리 나니, 긱스와 함께 로테이션 형태로 경기를 번갈아 뛰고 있지만 맨유에서 네 시즌 동안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한국 축구는 많은 면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유럽과 남미 축구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 선수가 맨유에서 뛰고 있는것은 큰 영광이나 다름 없는 겁니다. 앞으로 또 다른 한국인 선수가 유럽 빅 클럽의 주축 선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당신이 지금까지 이루었던 저력은 향후 한국 축구 역사에 있어 길이 빛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박지성 선수를 '벤치성'이라고 조롱합니다. 또한 어떤 이는 페데리코 마케다의 골과 비교하고 있으며 맨유가 이겨야 할 경기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몇몇 언론에서는 당신이 2~3경기에 결장하는 이유로 '위기'라는 단어를 꺼내들며 호돌갑을 떨고 있으며 욕심이 지나친 일부 팬들은 당신이 호날두와 비슷한 활약을 펼치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박지성 선수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유럽 무대에서 보여줬던 저력은 한국 축구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칭찬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박지성 선수의 실력은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맨유에서 충분히 통했음을 입증한데다 확실하게 입지를 굳혔습니다. 비록 지금은 A매치 차출 여파로 평소보다 몸이 무겁지만 그동안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된 '든든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긍정 요소가 있었기에 국내 축구팬들이 마음 놓고 당신의 경기를 편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겁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당신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박지성이 맨유에 남아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맨유 전력에 몇년 더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기복이 심한 선수 보다는 평소 성실하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더 선호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데이비드 베컴과 뤼트 판 니스텔로이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던 전례처럼, 당신의 저력은 세계 최고의 팀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박지성 선수가 지난해 10월 축구잡지 <포포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에인트호벤 시절을 회상하며 "전 제가 가진 능력의 절반도 아직 보여주지 못했어요.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내가 가진 기량을 전부 보여주었는데도 팬들이 야유를 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그때는 돌아갈 수 있어요.(주 : 아마도 국내 K리그를 말하는 듯)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여기서 성공할 자신이 있어요.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이 에인트호벤에서 확실하게 다져질 수 있었기에 맨유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던 것이며 다큐멘터리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일부에서 당신을 벤치성이라고 부를 지라도, 목표를 위해 힘차게 전진하는 당신의 열정은 앞으로도 길이길이 빛날 것입니다. 누가 뭐라해도 당신은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명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지성 선수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축구라는 아름다운 매력을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없었을 것입니다. K리그 모팀 서포터로서 그동안 축구장에서 많은 경기를 봤지만, 몇년 전부터 새로운 축구 스타일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그 무렵부터 안방에서 유럽 축구를 자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진출하던 시기에는 '지금은 구경할 수 없는' 네덜란드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저의 친구들은 '네덜란드 리그 경기를 왜보냐? 그럴꺼면 공부나 하라"고 구박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축구팬들도 당신의 경기는 물론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생방송으로 즐겨 보고 있습니다. 당신 덕분에 유럽 축구를 좋아하게 된 팬들이 늘어난 것이며 그 점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여론에서는 박지성 선수를 차범근 수원 감독에 이은 또 하나의 '한국 축구 영웅'으로 꼽고 있습니다. 20대 중반의 저로서는 차범근 감독의 현역 시절 활약상을 생중계를 통해 두눈으로 보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박지성 선수를 통해 2000년 올림픽대표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당신을 통해 노력과 도전, 그리고 성실함의 참된 의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며 '열심히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박지성 선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최고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저력은 오랫동안 빛나리라 믿습니다. 성실함과 꾸준함, 강인한 정신력을 모두 상징하는 박지성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더 큰 성공을 이룰지도 모릅니다. 당신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호흡하는게 정말 행복합니다. 박지성 선수보다 세 살 적은 저로서도, 지금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열심히 성공할께요. 축구팬 그리고 국민들에게 도전 정신의 의미를 깨우쳐준 박지성 선수, 정말 고맙습니다.